토요타 EV 전쟁 - 세계 1위 토요타, 전기차 전략의 위기와 도전
나카니시 다카키 지음, 정문주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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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라는 제품은 미완성이고, 여명기에 있으며, 비연속적인 혁신으로 나날이 진화하는 생물이다. 이 진화를 선점할 수 있어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347

1908년 포드의 모델T가 대량 생산되면서 마차를 타던 시대가 자동차 시대로 변화되었다. 이와 유사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전기차의 출현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전세계적인 탄소배출 규제(ZEV: Zero Emission Vehicle)는 신차 판매의 일정량을 전기차와 같은 온실가스 무배출 차량으로 채워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크레디트를 사거나 벌금을 내야한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테슬라가 선도하는 전기차 시장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세계 1위 자동차 판매업체인 토요타가 전기차 시장에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며, 현재의 기술정도와 미래 가능성은 어떠한지 알아본다.

미래의 자동차는 디지털 혁명을 의미하는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ed& service, Electric)라고 말할 수 있다. CASE는 양방향연결성, 자율주행, 차량공유와 서비스, 완전 전동화를 통해 기존의 엔진차와는 완전히 차별적인 디지털화, 지능화, 전동화할 것이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는 시대만큼 혁명적이다.

토요타가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신중론 때문이다. 점진적 진화를 주장하는 토요타는 다양한 라인업인 엔진,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탄소 리사이클, 수소, 전기차를 골고루 공급하면서, 점진적으로 전기차의 비중을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멀티 패스웨이(전방위) 전략에 자신감을 갖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맹활약할 수 있을것이라 자신한다. 그 결과 2022년 시장에 내놓은 전기차 bZ4X는 리콜을 맞는다.

2023년 취임한지 얼마 안된 사토 고지 사장은 새 체제를 구성한다. 전기차 부분을 독립시켜 가토 다케로가 리더로서 개발, 생산, 사업을 포괄하도록 한다. 타부서의 협력을 구하면서 전기차 개발 진행이 느려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가토는 BYD에서 전기차 생산을 경험한 인물이다. 거대한 조직의 단점을 스피디한 조직의 강점으로 분리시킨 것은 바람직해보인다. 그러나 이 조직의 변혁이 보수적 그룹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을지, 자체 제조 배터리 5종을 합리적인 가격에 양산하는 것이 쉬운 일인지, 저가경쟁을 하고 있는 테슬라와 BYD의 경쟁에 내놓을 모델이 경쟁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저자의 전기차 경쟁업체의 분석이 흥미롭다. GM, 폭스바겐, 현대, BYD, 테슬라는 속도감과 추진력으로 단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혁신적인 전기차 회사로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보다 자율주행과 데이터를 이용한 수익창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벌이는 사업은 전기차 생산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의 저가 공급,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 남는 전기를 가정용 축전지에 저장하는 일련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저자는 중간중간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토요타가 발표한 2026년까지 전기차 150만 대의 판매 목표가 다소 비현실적이라든가,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실용화하겠다는 계획은 부풀려진 느낌이라든가말이다. 전기차 판매수 증가와 강력한 경쟁력 없이는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 수출국인 일본은 선진국의 강력한 환경규제에 대응한 전기차로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미래의 전기차 시장에서 낙오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같은 자동차 수출국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해진다.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부품인 2차전지와 고성능 컴퓨터를 위한 반도체, OTA를 위한 5G통신까지 잘 갖춘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떤지 궁금해진다. 현대기아차가 전기차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주도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 속도가 느려지고 있고,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변수가 있다. 중국은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미국은 올 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지면 전기차 구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수익을 창출하고 거액의 비용이 드는 전기차 개발을 병행하는 토요타의 전략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분석적인 내용도 알차지만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반복하고 예를 들어 주어서 읽으며 배워나갈 수 있어 유익하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현황과 미래, 토요타의 상황과 전략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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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만 보, 제대로 걸어라 - 의사가 알려주는 의학적으로 올바른 걷기 운동법 헬스케어 health Care 26
오타니 요시오 지음, 조해선 옮김 / 싸이프레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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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기본적으로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1일 1만보'를 권장한다."67

저자는 호흡기내과 전문의이다. 이 책은 그가 82편의 논문을 근거로 왜 하루 만보를 걸으면 좋은지를 설명한다. 비만, 컨디션 저하, 질병, 수면, 뇌, 정신건강에 모두 좋은 만보 걷기에 대해 알아보자.

책은 4장으로 되어있다. 1일 1만보를 걸으면 온갖 건강 고민이 해결된다, 걸으면 불안과 우울이 사라진다, 걷기로 두뇌를 단련시킨다, 몸과 마음에 가장 효과적인 오타니식 걷기. 목차만 읽어도 저자가 무엇을 주장하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왜 8천보가 아니라 1만보를 주장할까? 간단한 칼로리 계산식에 의거한다. '건강 일본 21'에 의거하면, 성인남성 하루 평균 섭취 칼로리는 2,200kcal이다. 여기에 하루 평균 소비 칼로리(1,900kcal)를 빼면 300kcal가 남는데, 이를 없애기 위해 만보 걷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천보 걸을 때마다 약30kcal가 소비되므로 1만보를 걸으면 300kcal를 소비할 수 있기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국립암 연구소'에서 제시한 '하루 걸음수와 사망률의 관계'에서 걸음수가 많을 수록 사망률이 줄어드는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만보면 그 이상 걸어도 사망률에 큰 차이가 없어지므로 만보를 최대로 잡는다. 다만 65세 고령층은 8천보를 권하지만, 60대 이상이라도 체력이 된다면 만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걷기의 효과는 거의 모든 병의 근원을 끊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걷기는 내장과 심장에 쌓인 지방을 태워주고, 근감소성 비만을 예방하고, 병에 걸려도 중증화하지 않도록 해주고,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개선시켜주고, 신장기능저하를 예방한다.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폐렴위험을 낮추고, 다양한 암발병을 예방해준다.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로 인한 장 건강에 도움을 주고, 불면증과 수면 무호흡증 개선과 수면의 질을 높여준다. 갱녀기 우울증 개선과 창의성과 기억력을 높여 주고,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다. 걷기는 몸과 정신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운동이다.

그러면 오타니식 걷기는 무엇인가? 몇 가지 조언을 참고해보자. 만보는 한 번에 걸어도 되고, 틈틈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서 걸어도 된다. 아침에 행복 호르몬을 만드는 낫토와 바나나를 먹고 지방을 잘 연소시켜줄 커피를 마신후 햇볕을 쏘이며 걸으면 효과적이다. 고혈압인 사람은 빨리 걸으면 사망위험률이 높아지므로 천천히 걷는다. 보폭은 65cm(횡단보도 흰색선을 밟지 않고 건너는 폭)이상으로 하고, 가슴을 편다. 의외로 계단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근육량이 증가하므로 굳이 올라가기만 집착하지 않는다. 공기가 좋은 숲이나 산책로를 걷고, 감기초기일 때도 15분 정도 걷고 사우나를 하면 효과적이다.

주의할 점이라면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걸을 필요가 있다. 예로, 걷기는 불안과 우울증 위험을 줄여주는데, 남성은 많이 걸을수록 효과적이지만, 여성은 1만보를 넘어 너무 오래 걸으면 역효과가 난다. 기운이 없고 힘들다면 매일 20분 정도만 걸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속도도 개인에 따라 편한 대로 걸으면 된다. 만보를 걸으려면 개인에 따라 70분 내지 100분 정도가 소요된다. 각자에게 편한 속도대로 걷는다.

책의 구성이 목차 제목은 길고, 본문의 내용은 짤막하다. 길게 적어서 이 책을 읽느라 오래 앉아 있을 것을 염려했는지 알아듣기 쉽고 간략하게 본문을 적어서 행동과 실천에 중점을 둔 인상이다. 많은 논문을 지루하게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꼭 기억할 것만 간단히 요약해서 설득하는 느낌이다. 물론 참고문헌은 책 뒤에 빼곡히 적어두었다.

인간은 원래 잘 걷는 동물이다. 의자를 발명하면서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를 고쳐서 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걷기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겠다. 걷기의 가장 어려운 점은 처음 습관을 들이는 것이겠다. 각자의 걷기 전략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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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독서 모임 호스트 - 지속 가능한 모임 운영 가이드
동네언니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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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을 준비하는 데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야 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한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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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소셜링 플랫폼 '문토'에서 독서모임 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처음 독서리더를 시작할 때부터 60여명 규모의 '독서파인다이닝'을 진행하고, 다양한 독서모임을 만들어 가는 저자의 경험을 담았다.

책은 4장으로 되어있다. 나를 한뼘 키우는 독서모임,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독서모임을 지속하기 위해, 독서모임 호스트도 연습이 필요하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나'와 '독서'에 대한 마인드맵 작성해보기가 인상적이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어떤 '독서'를 좋아하는지 파악한다면, 내가 만들어나갈 '독서 모임'의 성격과 방향을 결정하기 쉬워진다. 저자는 뭐든 흥미로워야 움직이고, 지식보다 감정을 다루는 독서를 선호한다. 따라서 독서모임은 인문, 에세이로 국한하고, 다양한 활동을 독서와 접목시킨다.

독서모임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름만큼 독특하고 참신하다. '빠르게 실패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매주 겁없이 도전해보고 빠르게 실패하면서 성장을 추구하는 모임이고, '북램핑'은 독서와 글램핑을 섞은 모임이고, '북크닉'은 벚꽃 피는 계절에 피크닉과 독서를 섞은 모임이다. 좋아하는 것을 독서와 함께 묶어 진행한다. 실내에 앉아서 진지한 독후감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바베큐를 구우면서 혹은 봄날 벚꽃 흩날리는 것을 보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다. 또한 모임에 진심인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책은 감정에 호소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지만, 저자의 독서모임 운영방식은 감정적이기보다 체계적이다. 새로운 독서모임을 설계할 때에는 마인드맵을 그려보고,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서 진행상태를 점검하고, 독서 모임 진행 과정을 폼을 만들어서 지켜나간다. 예로 '초보자를 위한 독후감 쓰기 모임'의 진행은 2시간으로 소개- 독후감쓰기- 발표- 마무리의 단계로 구성된다. 가장 중요한 발표에 70분을 할애하여 구성원이 골고루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처음 꾸려지는 독서모임이라면 어느 정도의 틀에 맞추어 진행되는 것이 깊이 있는 독후활동을 위해 효과적이겠다.

부록포함 147쪽의 얇은 책이다. 독서 모임을 꾸리고 지속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어서 이미 독서 모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참신하다고 느낄만하다. 독서모임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혹은 평범하지 않은 독서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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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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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미라이야 소설 대상작이다. 미라이야상은 일본 서점 직원들이 그해 가장 팔고 싶은 책 한 권을 선정하는데, 이 작품은 2021년 수상작이다.

중1이 된 기세는 사촌형인 소이치가 학교폭력 피해자임을 알게된다. 형은 같은 학년의 탐정견습생인 기타미에게 해결을 부탁하고, 마침내 형을 괴롭히던 축구부 아이다는 학교를 떠나게된다. 세월이 흘러 법대생이 된 기세는 어린시절 과외 선생이었던 마카베를 우연히 만난다. 의대생이었던 그는 의아하게 인테리어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결혼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탐정의뢰를 미루는 마카베를 대신해서 기세는 탐정이 된 기타미 선배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단 한사람이라도 믿어준다면 사건의 진상은 풀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사회 약자인 척하면서 강자로 군림하는 사람의 본 모습을 어떻게 밝혀낼 수 있을까?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섬세하고 치밀한 조사와 추적을 통해서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가 입을 다물수 없게 한다.

변호사가 될 만큼 총명하지만 법 테두리안에서는 진실을 파헤치기에는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기타미는 탐정으로서 약간의 편법도 불사하며 사실을 향해 다가간다. 법조계 집안에서 검사가 될 기세는 그녀의 이러한 행동을 지적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서는 일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의 <미저리>가 연상된다. 사랑과 집착을 혼동하는 여자의 집요한 학대에서 헤어나려고 애쓴 작가의 이야기처럼,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닌 집착과 소유욕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짓밟아버릴 수 있는지 서늘하다. 과연 달아날 수 있을까?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는데도 이를 밝혀야할지 고민하는 결말은 처음이다. 그만큼 상대가 강력하다. 열린 결말이어서 가슴두근거린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좀 긴 편이다. 소소한 대화 과정이 모두 묘사되어 있어서 긴박한 속도감을 떨어 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면서 범인을 유추할 수 있다. 후반부에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좁아지는 범인의 윤곽이 그려지는 엄청난 반전이 놀라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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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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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두 작가의 책이 '청춘'이라는 주제로 묶여 두 권으로 나왔다. <라쇼몽>으로 잘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 35세 자살)와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1909-1948: 39세 자살)의 단편소설집이다.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12편의 단편(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어릿광대의 꽃, 한심한 사람들, 등롱, 우바스테, 여학생, 젠조를 그리며, 달려라 메로스, 부끄러움, 기다리다, 금주의 마음, 생각하는 갈대)을 소개한다. 불안함이 작품 전체에 흘러넘쳤던 류노스케의 청춘에 대한 작품집과 달리 오사무의 작품은 비교적 현실적이고 다양한 화자의 이야기로 비교적 밝은 느낌이다. 오사무 역시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죽음과 가까웠기에 작품 안에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조소와 실패한 자살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

동반자살에 관한 이야기는 <어릿광대의 꽃>와 <우바스테>이다. <어릿광대의 꽃>은 바다에 투신했던 커플 중 남자만 구조되어 요양원에서 보낸 4일 간을 그린다. <우바스테>는 동반자살을 하려는 부부가 수면제를 사서 함께 죽을 곳을 물색하고 시도하는 과정을 그린다. 류노스케가 정신적인 문제로 혼자서 자살을 고민했다면, 오사무는 여인과 동반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 다르다.

구성이 독특한 작품으로 <어릿광대의 꽃>는 등장인물들이 진행하는 이야기에서 작가인 '나'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잘 이끌고 있다는 둥 그렇지 않다는 둥 스스로를 평가한다. 이렇게 작가가 불쑥 끼어드는 것이 세련된 작풍이라고 자랑하더니 갑자기 왜 소설을 쓰는지에 대해 늘어놓는다. 사실 동반자살하려다 여성만 죽고 구조된 요조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이야기는 중단되고 독자는 작가의 고백을 들어줘야한다. 걷어내고 싶지만 읽어야한다. 찾아보니 이 작품은 작가의 첫번째 동반자살 시도를 그대로 그리고 있어 보인다. 소설인지 실재사건에 대한 고백인지 헷갈린다. 이 작품은 <역행>과 함께 제1회 아쿠타와상 후보에 올랐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오사무가 매우 존경한 인물이다.

오사무의 단편의 특징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쓴 글같다. 남성, 여성, 1인칭, 2인칭, 3인칭의 다양한 화자에 따라 문장과 글의 느낌이 달라진다.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의 화자는 중년의 남성으로 점잖고, <어릿광대의 꽃>은 20대의 젊은 청년들의 철없지만 생기넘치는 분위기이다. <여학생>에서는 소녀스러운 수다스러움이 묻어나오고, <달려라 메로스>는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옛날 이야기같은 느낌이다. <부끄러움>에서는 소설가의 작품을 실재와 같다고 믿는 20대 여성의 어리석고 순진한 모습이 그려진다.

류노스케의 글에 비하면 오사무의 글은 묘사가 길고 자세하다. 류노스케의 글이 시적이라면, 오사무의 글은 에세이같다. 일본 근대문학의 대가이자 요절한 두 작가의 단편 소설집을 함께 읽으며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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