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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ㅣ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요절한 두 작가의 책이 '청춘'이라는 주제로 묶여 두 권으로 나왔다. <라쇼몽>으로 잘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 35세 자살)와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1909-1948: 39세 자살)의 단편소설집이다.
먼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이다. 류노스케는 정신이상자였던 어머니를 의식하며 자신도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 속에 살았다.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35세에 수면제 과다로 자살한다. 이 책에 수록된 12편의 단편(짝사랑, 게사와 모리토, 귤, 늪지, 신들의 미소, 피아노, 점귀부, 꿈, 갓파, 신기루, 톱니바귀, 어느 바보의 일생) 중에서 '꿈'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저자의 불안뿐 아니라, 환상과 환청으로 인한 고통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귤>은 아주 짧지만 여운이 긴 작품이다. 기차의 이등석 칸에 타고 가던 '나'는 허둥지둥 들어와 앉는 촌스러운 소녀가 신경쓰인다. 초라한 몰골에 삼등석 표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이등석 칸에 앉는 소녀는 매연으로 가득한 터널을 지날 때 창문을 열려고 애를 쓴다. 드디어 창문이 열리고, 터널도 끝나자, 소녀는 밖에서 배웅하는 꾀죄죄한 소년들에게 귤을 던진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우울하고 권태로웠던 '나'는 삶에 생기를 얻는다.
비교적 긴 작품인 <갓파>는 정신 병원 환자가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개구리처럼 생긴 일본의 요괴인 갓파가 사는 나라에 다녀왔는데, 그 곳은 인간의 세상과 같은 듯 다르다. 사회적 계층도 있고, 직업도 인간사회와 비슷하고, 이웃나라와 전쟁도 하고, 범죄도 일어난다. 그러나 인간보다 더 진화한 존재라고 믿는 그들은 출산을 앞둔 태아에게 태어나고 싶은지 아닌지를 물어서 결정할 수 있게 하고, 파업을 한 갓파들은 다른 갓파들의 먹이가 된다. 인간 세계로 돌아온 정신병자는 갓파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갓파 친구들이 찾아와 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독특한 상상이 가득한 작품이다.
저자의 마지막 작품인 <톱니바퀴>는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시공간이 휙휙 바뀌어 현실과 상상의 구분이 어렵다. 레인코트를 입은 유령에 대한 이야기와 레인코트를 입은 채 기차에 치여 죽은 매형과 귀가할 때 만난 레인코트를 입고 있는 운전사는 우연의 일치인지 상상의 일치인지 불분명하다. 노란색은 불운을 의미하고, 초록색은 행운이라는 색에 대한 강박과, 대화를 하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이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고 믿는 피해망상도 심각해보인다. 호텔에 머무르며 작품을 쓰고 있지만 주위의 모든 것이 위협적이고 불안하다. 마음이 편한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내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치게 예민하고 지나치게 연결지으려는 주인공의 피곤함과 고통이 느껴진다.
류노스케는 나쓰메 소세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다자이 오사무에게 영향을 주었다. 현재 아쿠타가와상은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