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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 DNA 속에 남겨진 인류의 이주, 질병 그리고 치열한 전투의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밥 / 2020년 7월
평점 :
미국 드라마 '본즈(Bones)'를 보면 주인공이 사람 뼈를 놓고 분석하며 오래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이 책 역시 인류의 역사를 뼈를 통해 이해하는 고고유전학자의 연구를 볼 수 있다. 뼈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책은 9장으로 되어있다. 1장 작은 뻣조각에서 시작된 질문, 2장 끈질긴 이주민들, 3장 이주민이 미래다, 4장 평행사회, 5장 젊은 남성들의 홀로서기, 6장 유럽, 하나의 언어를 찾다, 7장 가부장제와 수직적 서열 구조의 등장, 8장 그들은 페스트를 몰고 왔다, 9장 새로운 세계, 새로운 유행병, 그리고, 결론 흑백 대립의 종말이다.
러시아 데니소바 지방에서 발견된 데니소바인 소녀의 작은 뼛조각을 통해 과연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도대체 그 뼈의 주인이 소녀인 것은 어떻게 아는가? 고고유전학자들은 뼛가루에서 DNA를 추출해 그 뼈의 주인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 낼 수 있다. 뼛 속 DNA는 소녀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기 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관계로 태어난 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인류의 역사는 700만년 전 침팬지와 다를 바 없던 상태에서, 30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19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호모에렉투스들이 전 세계로 대거 이주를 시작하며 6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으로 나누며 빙하기를 이겨낸다. 그 후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16만년~20만년 전에 나타나 현재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이 뼈를 통한 유전자 분석에 근거한 사실이다. 학창시절 인류의 역사를 외우면서 어떻게 그 사실을 발견했는지에 대해 굳이 의문을 품지 않았는지 이상하다. 고고유전학이라는 분야도 생소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프리카에서 세계로 이주한 인류의 외모는 왜 서로 다른가? 이는 환경에 적응하여 오랜 세월 유전자 돌연변이를 거쳐 달라진 것이다. 이를테면, 아프리카에서 북유럽으로 이주한 인류는 피부색이 밝다. 오랜 시간 동안 적도에 있는 인류보다 멜라닌이 적어지며 적은 양의 햇빛에 적응한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얼마 되지 않은 이주도 있는데 영국인들이 대거 호주로 이주된 것이다. 호주의 백인들은 세계에서 피부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데, 호주(적도지역)의 어두운 피부를 가져야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데, 이주를 하며 피부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만 년 후에나 어두운 피부를 갖게 되고 피부암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신석기 이후 인류는 정착을 하며 좁은 공간에 식물과 동물과 함께 살면서 질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중 무엇보다 가장 긴 시간 인류를 괴롭혀온 것은 페스트다. 5500년 전 뼈에서 페스트균을 찾아내었으니 꽤 오래다. 페스트의 원인은 곰쥐의 벼룩에 의해 가장 강력하게 확산되었는데, 1.2.3차의 대유행이 있었다. 그 중 2차가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라 불리는데, 불결한 생활 환경에서 곰쥐 개체수가 엄청나게 증가하며, 일단 벼룩에 물리면, 사지가 검게 변하며 죽기 때문에 이름붙여졌다. 그 후로도 페스트로 고생하다가 항생제가 나오면서 인류는 페스트에서 해방되었다.
페스트를 통해 중세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이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이 보여주는 반응과 다를 바 없다. 외부인에 대한 불신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접촉을 금지하고, 당시 심지어 유대인들에 대한 탄압이 심각하여, 우물에 독을 퍼트렸다고 비난하며 폭력으로 죽였다. 쥐의 존재보다 사람에 대한 견제가 더 심화되었다. 새겨 들어야할 역사적 사실이다.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인 듯하지만, 의외로 잘 읽힌다. 무엇보다 생소한 유전자 분석에 의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인류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누구나 즐겨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