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는 누구나 청춘이다 - 50+를 위한 여행
양용호 지음 / 렛츠북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50+를 위한 여행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가족을 위한 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책이다. 아내, 딸, 아들과 함께 하는 유럽 여행 이야기다. 저자가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유럽의 이름모를 길거리 카페에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실 때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라니 듣기만 해도 낭만적이다.

책은 저자가 다닌 유럽 11개국을 챕터로 나누어 소개한다. 프랑스, 크로아티아, 터키, 이탈리아, 체코, 스페인,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다. 각 나라에 대한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에 3개~5개의 To do list와 독특한 모양의 입국 스탬프를 보여준다. 짠내투어를 모토로 삼았기에 유럽에 가면 누구나 흔들릴 법한 명품 쇼핑이나 과한 체험은 삼가한다. 그것말고도 즐길 수있는 일은 많으니까.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

프랑스에서 와인이 유명한 지방은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도 맛있다. 식용 달팽이는 포도나무 잎을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포도나무에 좋은 달팽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르고뉴와 샹파뉴 지방에서 달팽이 요리가 유명하다.

터키의 고등어 케밥은 어떤 맛일까? 햄버거 빵 가운데에 고등어구이를 넣고 케첩을 뿌린다고 하니 독특한 맛일 듯하다.

이탈리아 베로나에 줄리엣의 집이 있다니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진짜인지 지어낸 얘기인지 모르지만, <로미와 줄리엣>의 그 줄리엣의 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소라 신선하다.

카톨릭 국가라고만 생각했던 스페인에 알함브라 궁전과 같이 아랍 문화를 간직한 건물이 많은 것도 놀랍다. 12월 지중해의 따뜻함이 있는 스페인 여행을 상상해본다.

저자의 유머는 은근슬쩍 웃기다. 이탈리아 스페인 광장에서 "이 더운 날 한 청년이 정장을 말끔하게 하고 바르카차 분수 대리석에 앉아 있다. 온 여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이탈리아에서는 "공부는 못 해도 옷은 못 입으면 안된다'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정말 남자로서는 부럽다. 우리의 하체는 짧고 상체가 긴 신체 구조에서는 나오지 않을 각이다(121)." 부러운 마음이 느껴진다.

아내도 길치, 저자도 길치인데다 언어도 유창하지 않다. 그러나 대화가 안 돼도 유쾌하게 친구를 만들 수 있고, 그들과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사람 구경을 즐거워 하고, 사진을 찍으면 호응해주는 현지인들을 보면 흥이 나고,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니 여행자로서는 아주 좋은 성격이지 싶다. 또한, 뭐든 계획하며 움직이는 스타일이라 맘에 든다. 구석구석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더라도 어느 정도 목표와 동선을 정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지치게 될 것 같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특이한 건 사진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당혹스럽다. '여기가 어딜까?' 두 장 이상의 사진이 나오면, 먼저 사진을 보고 본문을 읽으며 추측해볼 뿐이다. 나중에 다시 사진만 보면 '여기가 어디랬더라?' 싶다. 유럽의 풍경은 거의 비슷비슷하니까. 꼼꼼히 읽어야 기억할 수 있다. '저자의 의도일까?' 싶기도 하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이 시기에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가족 여행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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