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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평점 :
일본 병법의 구도자인 미야모토 무사시(1582-1645)는 아즈치모모야마 시대부터 에도시대 초기의 사람이다. 그는 소설과 가부키, 영화를 통해 과장된 허구의 모습으로 가미되어왔다. 이 책은 무사시의 <오륜서>를 비롯한 객관적 기록에 근거해 그가 병법의 도리를 깨닫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밝혀본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1장에서 3장까지 무사시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사상을 알아보고, 4장에는 그의 병법의 도를 <오륜서>의 내용을 통해 알아본다. 마지막 종장에서는 일본의 사상 안에서 무사시를 거시적으로 판단한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농민가문에서 무사가문으로 양자로 보내진다. <오륜서>에 따르면, 아홉살이 되기 전 양자로 들어가 무예를 단련하였다. 양아버지는 '하늘 아래 다시 없는 병법자'로 칭해졌다. 무사시는 13세에 첫 승부에서 이기고, 천하를 돌며 60여 차례 승부에서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 이것이 그가 28,29세까지의 일이다. 그 유명한 마지막 승부가 간류섬에서 고지로와의 승부인데, 긴 목검의 일격으로 승부가 났다. 30세 이후 그는 비교적 평화롭게 지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내내 무사시의 가공되지 않은 사실적 요소에 대해 지리하게 따지고 있다. 출생년도, 가계도, 양부와 양아들, 간류 고지로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건, 30세 이후의 삶 등을 여러 책을 두고 어느 것이 더 객관적인 사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로 과장되어 있는지를 밝힌다. 이미 무사시에 정통하고 있는 독자라면 흥미로울지 모르겠으나, 무사시에 대해 막 알아가려는 독자에게는 지루한 과정이고 흐름을 끊는 요소다.
무사시가 활동했던 시대적 배경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서군의 참패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쇼군에 오른다. 막부를 강화하기 위해 다이묘 힘을 약화시키는 법이 만들어지고, 다이묘들에게 다도나 노가쿠(能樂: 피리와 북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가면 악극)에 대한 소양이 요구되던 시대로 변화한다. 전국시대 무장이었던 다이묘들이 참근교대(다이묘들이 에도와 자신의 영지 번갈아 생활하던 제도)로 살롱문화에 심취하게 된다. 21세에 교토에 올라가 천하 병법자들을 만나 수 차례 승부를 벌이던 무사시도 30세 이후에는 후다이 다이묘에서 회화에 능한 무사시는 '유우의 명사'라 불렸다.
1640년부터 죽을 때까지 5년간 그는 구마모토의 호소카와 번에서 지내며 죽기 2년전부터 <오륜서>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약 1년후 병에 걸리자 여러 물건을 나누어 주는데, <오륜서>는 데라오 마고노조가 받았다. 그러나 자필본이 불에 타 사라지고 필사본이 여러권 전해진다. 메이지 유신이후 무사계급이 해체되자, 검술은 간신히 연명되어 지다가, 1909년 <오륜서>가 일반인에게 공개되며, 검도가 학교교육에도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무사시의 병법의 도를 알아보자. <오륜서>는 <손자병법>과 함께 동양 최고의 병법서다. 오륜은 불교의 다섯가지 큰 바퀴로 땅, 물, 불, 바람, 공(비어있음)을 의미하는데, 무사시의 독자적인 사상을 5권으로 나눠 적었다.
1. 땅의 장: '병법의 도'의 기반을 다지는 권이다. 무사시 검술 유파를 '니텐이치류'라고 하는데, 그는 늘 두 자루의 검을 차고 다니며, 다치(큰칼)와 와키자시(작은 칼)을 잘 다룰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다치를 잘 다루면 혼자서 열명, 백명, 그 이상도 이길 수 있다. 그에게 무사의 정신이란 모든 방면에서 이기는 것이다.
2. 물의 장: '검술 이론'을 논한다. 24세에 저술한 <병법35개조>의 검술론을 정리하고 체계화한 것이다. 검술의 기초 5개조(마음가짐, 몸가짐, 눈초리, 다치 드는 법, 발동작)을 논하고, 검법의 이치 8개조를 설명하고, 적과 대결하는 지침 23개조를 정리한다. 그는 '유구무구(겨눔세가 있으되 겨눔세가 없다)'와 같이 겨눔세를 배우되 완전 체화시켜서 자유로이 적을 벨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3. 불의 장: 한 사람과의 승부를 통해 대규모 전투에도 적용 가능한 전투방식의 이론이다. 실제로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한 명(일대일), 열 명 등(대규모 전투)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도를 아는 것이 병법이다. 그는 전투 공간을 파악하고, 항상 자신이 선을 쥐어야한다고 설명한다.
4. 바람의 장: 다른 유파 검술의 잘못된 점을 비판한다.
5. 공의 장: '올곧은 도'에 대해 말한다. 도리를 터득해도 그 도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마음의 흔들림이 없는 경지가 공의 경지인데, 병법의 도에서 자유로워지며, 박자를 알아 자연스럽게 치고, 맞추는 것이 모두 '공의 도'다. 도리를 터득해도 그 도리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미야모토 무사시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흔적을 객관적 기록을 통해 고증해내는 책이다. 그의 병법에 대해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싸움 장면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집요하리 만큼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내려는 노력을 통해 진실한 무사시의 일생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다인 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사에 대해 모른다면, 배경지식을 쌓은 후 읽기를 권한다. 전국시대 후기의 분열된 시기에서 에도막부에 이르는 시대가 배경이므로, 엄청나게 나오는 가문이름과 지역이름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 이제,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해 과장된 허구로 만들어진 소설이나 영화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