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 초연결 시대를 이끌 공감형 인간
최배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호모 엠파티쿠스는 공감하는 인간이다. 4차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 초연결시대를 이끌 인재형이다. 영국중심의 1차산업혁명과, 미국중심의 2차산업혁명을 거쳐, IT혁명의 3차산업혁명에서 이제 초연결 시대인 4차산업혁명으로 이행하는 시기다. 이 시기는 누구에게나 '새로운 처음'이다. 그에 맞는 산업전반의 개편은 물론, 새로운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가 필요한 때이다. 4차산업혁명이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알아보고, 이 시기에 어떠한 인재를 원하는지 알아보자.
책은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초연결 세계의 문이 열리다, 2부 공감, 초연결 세계의 가치가 되다, 3부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4부 K방역, 한국의 미래가 되다.
1차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현재까지의 경제사를 훑는 듯한 느낌이다. 4차 산업혁명은 탈공업화, 금융화, IT혁명을 거치며 태어났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다. 언뜻 IT로 대변되는 3차혁명과 초연결 디지털 시대로 대변되는 4차혁명이 서로 비슷해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이를 테면, 삼성전자는 3차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제조업자로서 기술이 좋은 핸드폰을 양산하는데 머물지만, 애플은 핸드폰에 다양한 앱을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그 구축된 데이터를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3차산업시대에 머물러 있고, 애플은 4차산업시대에 있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시기의 한국의 닷컴기업은 미국의 구글, 아마존, 애플과 같은 플랫폼기업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사람을 연결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야후의 경우 검색엔진으로 선발자였지만 서비스를 유료화하며 사람들의 트래픽을 끊어 버렸다. 후발주자인 구글은 유튜브와 어스 지도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을 연결하고 쌓인 빅데이터를 이용해 광고와 쇼핑의 분야로까지 확장시켜 최고의 플랫폼 기업이 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어떠한 인재가 필요한가? 근대교육은 지식의 주입에 초점을 맞추지만, 지금은 정보를 기반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AI가 축적된 빅데이터를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습득하고 분석하므로, 인간은 AI가 만들어 놓은 분석을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능력이 4C(Creativity 창의성, Critical thinking 비판적사고, Communication 소통, Cooperation협력)다. 데이터를 이용하여 좋은 아이디어로 문제를 찾아내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문제 해결하는 역량이다. 개인주의 성향의 경제적 인간(호모 이코노미쿠스:이기적인 경제인)은 이익공유를 매개로 자원을 연결하여 가치를 창조하는 디지털생태계 인간형으로는 적합치 않다. 공감하는 인간(호모 엠파티쿠스), 자율적인 인간(호모 오토노모스)이 21세기 인간형이다. 이들은 공감, 자율을 디지털 생태계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플랫폼 기업은 기존 제조기업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도 저임금 일자리다.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에게 부가 몰리는 승자독식 시장구조와 앱기반 긱경제의 새로운 플랫폼노동자는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양극화가 문제다. 이 해결책이 기본소득, 혹은 사회배당금이다. 기본소득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다른일을 해야할 정도의 금액이라면 좋다. 또한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미래에는 주3일 근무가 정착될 것으로 보는 미래학자(제레미 리프킨)도 있다.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인생에서 도움을 줄수있는 일을 하면 된다.
초연결의 또다른 문제는 전염의 문제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K방역'은 개방성-투명성-연대-신뢰-자발적 협력으로 세계를 리드했다. 반면 선진국인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프랑스는 '중심주의'와 '개인주의' 문화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 자신들은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있으나 영향은 받지 않겠다는 '중심주의' 사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감염자 추적시스템 도입을 거부하는 '개인주의' 문화로 거대한 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봉쇄나 강제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 이들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눈치문화'는 사회전체 분위기를 읽고 개인의 행동을 자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말인데, 이에 동의한다.
부동산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꽤 급진적이다. 부동산에서 얻는 불로소득은 개인뿐아니라 기업도 상당하다. 이러한 소득은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한 하위계층에서 이전된 소득이므로 경제적 비효율성과 부도덕함을 내포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시대의 정전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토지를 국민공유제로 더이상 부동산에서 과도한 불로소득을 기대하지 않으면 부동산은 정상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4차산업혁명에 대한 세계석학들의 인터뷰를 담은 <거대한 분기점>에서 언급된 내용을 좀더 저자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쓴 듯한 느낌이다. 저자의 방대하고 전방위적인 분석을 통해 좀더 한국 중심에서 세계를 보고, 세계 속에서의 한국을 이해하기에 좋다. 또한 참고문헌 자료는 저자의 주장에 신뢰감을 높인다. 이를 테면 현재의 토지 불균형이 조선시대보다 심하다고 언급하는데 그 근거로 참고문헌을 제시한다.
저자는 중간중간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를 테면, 마스크 쓴 것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이야기할 때, 우리 한국인은 타인의 권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가진 자유의 정도를 조정한다. 그런데 미국은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일까? 라고 말이다. 그러면 독자는 잠시 생각하게 되고 저자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같은지 다른지를 살피며 읽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총정리 책이다.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