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 살인
혼다 데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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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짐승의 성>인 이 책은 한 맨션에 7명이 살해되고 해체된 '기타큐슈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을 재구성했다.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동차 정비회사에서 일하는 신고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세이코와 알콩달콩 동거하고 있다. 어느날 세이코의 생부가 찾아와 하는 일없이 집에 머물게 되자 신고는 그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미행을 하고 의외의 사실에 놀라게된다. 한편 발톱도 없고 여러군데 화상을 입은 17세의 소녀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다. 소녀는 고다 마야. 소녀가 있던 집에서 아쓰코를 체포한다. 두 여자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믿기지 않는 살인으로 본인들이 가해자이기도 피해자이기도 하다. 모든 일의 꼭대기에 존재하는 요시오라는 남자의 통제 하에 7년간 생활하고 있었다.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이야기는 접점을 찾고 결말을 향해 가는데 요시오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추리소설이 아니라 호러 소설이다.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마음을 조종해서 무력하게 만들고, 서로를 죽이고 시체를 처리하는 묘사가 메스껍다. 처음에는 이런 비윤리적인 일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점차 적응을 하고 해야할 일을 해치우듯 처리한다.

감금 아닌 감금상태가 7년이나 유지되는데 가능할까? 종교집단처럼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여러사람이 그에게 복종하며 잘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 낯설지는 않다. 조직에 쓸모가 없는 사람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죽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방법으로 버린다. 조직의 우두머리는 자신은 아무 죄가 없고, 살해와 처리는 모두 아랫사람들이 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소설 속 요시오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된다.

그런데 요시오는 어디에 있는가? 마야와 아쓰코의 진술은 경찰이 요시오를 잡아야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듯 혼선을 준다. 자신이 누구인지 시원하게 밝히지 않고 경찰은 사실 확인 단계를 거치며 진실에 접근해간다. 모든 일을 벌인 요시오가 누구인지도 애매하고 대대적인 조사에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마치 두 여자가 요시오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고, 요시오라는 인물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면서 오락가락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사실은 두 이야기의 연결고리다.

실재 발생한 사건을 기초로 한 소설이라 더욱 소름끼친다. 상식을 뛰어넘는 잔인함과 비윤리적인 행동과 가스라이팅에 입이 벌어질 뿐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이성과 자기의 판단을 잃고 복종하는 사람들, 제3자가 보기에는 말도 안되지만 그 안에서는 복종해야하는 룰,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더이상 인간일 수 없는 이들의 재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녀석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속은 짐승이에요. 사람으로 보이게끔 둔갑했을 뿐이에요(331)." 무서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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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일본어 + 한국어) 손끝으로 채우는 일본어 필사 시리즈 2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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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북스의 일본어 필사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은하철도의 밤>에 이어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 왕자>이다.

<어린 왕자>는 영어를 배울 때도 원서로 읽어보고, 우리말로도 여러 차례 읽은 책이다. 분량이 많지 않고, 사용된 단어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일본어의 기초를 어느 정도 익혔다면, 혼자 문장을 익히고 이야기를 쫓아가는 재미로 필사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 일어 본문과 번역이 있고, 오른쪽에는 직접 필사할 공간과 단어정리가 되어있다. 왼쪽 페이지를 보면서 바로 필사를 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특별한 문법 설명이 없다. 단어를 익히고 본문을 쓰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아래 해석을 보고 그 문장을 그대로 이해한다. 문법에 매이지 않고 글을 읽어 나가면서 해석을 통해 문장을 이해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바로 필사를 하기 보다 먼저 단어를 가볍게 훑어보고 일본어 원문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의미가 들어오지 않으면 아래 해석을 보고 이해한다. 한 페이지를 다 읽으면 필사를 하는데, 쓰면서 입으로 소리내는 것도 좋다. 들으면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아쉽게도 원어민 녹음이 없다. 원어민의 인토네이션과 정확한 발음을 들으며 필사를 한다면 듣기까지 잡을 수 있는데 아쉽다.

폰트가 커서 비교적 복잡한 한자도 따라 쓰기 어렵지 않다. 단지 필사를 위한 줄간격이 좁아서 공책을 따로 마련해서 쓰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보인다.

책 한 권을 필사해보면, 반복되는 단어는 외우려하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문체에 익숙해진다. 여러 권의 필사를 통해 다양한 문장을 익히면 작문실력도 키울 수 있다. 일본어를 필사하는데, 분량이 많지 않고 단어가 너무 어렵지 않은 책을 고르고 있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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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 - 패턴 + 회화 + 연습 문제로 일본어 말하기 습관 형성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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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66일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따라 만든 일본어 말하기 연습 책이다. 매일 하나씩 66개의 표현을 익히면 두 달 후에는 일본어 기본 말하기가 갖춰질 것이다.

책은 2부로 되어있다. 1부는 기본 회화에 필요한 문장 패턴을 익힌다. 남에게 부탁하거나 내 생각을 말히고 조언을 하는 것과 같은 일상의 표현을 익힌다. 2부는 날씨, 직업, 쇼핑, 취미와 같은 다양한 주제에 따라 좀 긴 대화를 이해하고 패턴으로 교체 연습한다. 각각 33개씩 총 66개의 표현을 익힐 수 있다.

날마다의 학습 구성은 패턴, 회화, 연습문제로 간단하다. 히라가나를 익힌 학습자라면 시도할 수 있는 표현을 MP3로 들으며 따라하고, 간단한 회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익힌 후에 연습문제에서 듣기, 써보기를 통해 표현을 다진다. 초급용이므로 어떤 상황인지를 간단한 그림으로 표시해 주어서 이해에 도움이 된다.



말하기를 우선으로 하는 교재이므로 원어민 MP3파일을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아 함께 들으며 따라해야한다. 매일 새로 배운 단어와 문장은 PDF파일을 다운받아 읽고 쓰는 훈련을 함께 할 수 있다. 말하기 트레이닝 영상은 교재 없이도 매일의 표현을 간단히 연습할 수 있어 수시로 시청하기 좋아보인다.

대화의 주제와 단어가 구태의연하지 않아 좋다. 교재에 쓰이는 단어를 살펴보면, 아이팟, 배달, 덕질, 악덕기업, 당일치기, 커플링, 인스타, 동영상 광고, 시크하다, 센스가 좋다 처럼 현실에서 사용가능한 것이다.

초보학습자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의 분량이 2장 정도로 많은 양이 아니지만 매일 듣고 따라하면서 입에 익히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매일 주어진 분량을 일정시간 동안 해 나간다면 66일 이후에는 일본어로 두려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기본 문장들이 머릿속에 저장 되어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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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전쟁 - 세계 경제 패권을 향한, 최신 개정판
왕양 지음, 김태일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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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왕양은 중국 칼럼니스트다. 베이징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에서 성장하고 공부했다. 2010년에 낸 이 책은 화폐와 환율의 변화를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한국어 번역판이 이미 22쇄를 발행하고, 이 책은 2024년 9월 개정판이라고 하니 이 책의 인기를 실감하겠다.

환율은 이종화폐간의 교환비율이다. 개별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 및 신뢰도의 크기를 상호비교한 것이다. 여러 나라는 네 가지 환율제도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세 가지 주요 환율조절 정책을 활용한다. 네 가지 환율제도는 '고정환율제도'와 이를 개량한 '연계환율제도', '자유변동환율제도'와 이를 개선한 '관리변동환율제도'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우리나라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환율을 시장가격에 맡기는 식으로, 독립적으로 환율 대응이 가능하지만 안정성이 부족한 점이 있다. 정부의 3대 환율조정 정책은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이 금리를 움직여 환율에 큰 영향을 주고, '무역정책'은 수출입 조치와 관세로 그 힘이 미미하다.

고대와 근대, 현대에 이르는 화폐와 환율의 역사에서 중국 역사상 약체인 송나라가 금을 멸망시킨 남송의 화폐전쟁이 흥미롭다. 금의 침입으로 남으로 쫓겨간 남송은 지폐를 마구 만들어내며 인플레이션을 시도하였는데, 이를 금이 따라하다 절제하지 못한다. 지폐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사람들은 남송으로 자산을 옮긴다. 결국 금의 부가 줄어들고 쇠약해진 와중에 몽골의 침입으로 멸망한다. 어차피 남송도 원나라 하에 들어서지만 금의 멸망에 화폐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플라자 합의 때문에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겪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대미 무역에서 흑자국이었던 일본은 환율조정을 받는다. 그러나 무역흑자국의 화폐가치는 상승하고, 적자국 화폐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플라자 합의가 없어도 달러약세, 엔화강세는 예정된 것이었다. 근본적인 실수는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미스이다. 엔화절상으로 수출이 부진하자 정부는 내수소비에 주력했고, 뜻밖에 금리인하를 실시하고 저금리를 유지하자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된다. 산업에 투자하기보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사치품 구입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버블이 진행되는 중에 정부가 서서히 금리를 올려 돈의 양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취하지 않았고, 정경유착의 폐단으로 정부가 기업의 의지대로 움직인 것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미국이 달러가치 조정을 마치며 안정을 바탕으로 하이테크 개발에 집중할 때 일본은 이 물결을 타지 못한 것도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이야기할 때는 객관적이다가 미중관계에 관해서는 매우 감정적이라는 것이다. "무역 흑자국의 화폐 가치는 상승하고, 무역적자국의 화폐 가치는 하락한다."는 말을 바탕으로 엔화절상, 달러저하를 당연한 흐름으로 설명하였고,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현재의 대미 무역흑자국인 중국 역시 위안화절상, 달러저하가 수순이다. 과연 중국이 일본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인지, 어떠한 정책을 두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읽었지만, 원하는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저자는 미국의 실업문제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절상을 요구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어 아쉽다.

감정적인 문구와 이중잣대로 저자의 주장에 신뢰가 떨어진다. 중국이 "미국 국민에게 이치를 따지는 것이 통할까? 미국인들 가운데 일부는 매우 극단적인데,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대규모 공격을 가하기라도 하듯 항상 경계를 하고 집에 총을 구비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치를 따지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310"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조목조목 따지며 설명하던 저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나아가 미국기업이 중국으로의 공장이전을 "중국인이 일을 더 잘하기 때문(313)"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다. 중국의 인건비가 싸서 옮긴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면 중국의 인건비가 비싸져서 더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베트남과 인도로 공장을 옮기는 것을 그들이 중국인보다 일을 잘하기 때문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새겨 읽을 필요가 있다.

현재의 환율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흐름을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과거를 알아야 지금의 복잡한 환율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환율뿐 아니라 국제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 번역이 유창하고 깔끔한 것도 큰 장점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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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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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생전에 이미 나이를 떠나 기성 세대의 경직된 생활방식에 저항하는 젊은 작가였다(9)."

헤세의 작품을 좋아하는 층은 사회에 잘 적응한 기득권의 연령대보다 반항하는 10대나 은퇴 후 진정한 자아를 찾는 노년층이다. 10대에 헤세에 열광하였다가 다시 은퇴하고 나면 꺼내 읽게 되는 것이 헤세의 작품이겠다.

이 책은 헤세(1877-1962)의 시, 편지, 일기 등을 엮은 책이다. 자연과 신, 인간, 언어, 예술, 정신분석 비판, 종교, 전쟁, 행복과 사랑, 노년의 관조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엮은이는 독일문학 전문 편집자로 헤르만 헤세의 유고집을 출판하고, 20권의 헤세 전집을 발간하고, 헤세 박물관 건립을 담당하였다. 누구보다 헤세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이 엮은 책이니 기대된다.

헤세를 소설로만 접했다면, 이 책은 헤세의 시, 편지, 엽서, 일기처럼 아주 개인적인 자료를 통해 그를 한 개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헤세는 개인의 본성을 덮어버리는 군국주의를 표방한 독일 사회와 보수적인 기독교를 거부했다. 그렇다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회운동이나 투쟁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려면 그저 각 개인이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스위스로 망명한다. 기독교에 관해서는 초교파적으로 브라만교의 아트만이나 노자의 무위자연, 부처의 윤회와 열반같은 사상에 매혹된다.

헤세는 인생을 고통과 괴로움으로 느끼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불교나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자연의 뜻에 따라 삶을 긍정하고, 고통도 좋게 여기면서 자기에게 기쁨을 주는 유머와 예술을 사랑하는 방식을 택한다.

예술가로 작품을 내는 것에 관한 고백이 진지하다. 자신의 작품을 읽고 자살을 했다는 아들을 둔 아버지가 원망의 편지를 보낸다. 반면 어떤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작품 속 인물과 같은 인생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이렇게 상반된 반응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 헤세는 자신의 작품이 젊은이를 죽이거나 깨달음을 주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가가 작품을 품고 있지 않고 세상에 내는 이유를 그림형제의 두꺼비 동화를 비유로 든다. 두꺼비가 금관을 물고 나오는 것을 그대로 두었으면 소녀는 더 많은 금은보화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나의 금관을 얻자 바로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두꺼비는 죽어버린다. 세상이 예술가가 작품을 계속 내도록 둔다면 금은보화같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올텐데 이를 비판하거나 추종하면서 예술가는 더이상 작품을 생산하는 것을 멈출수도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헤세는 굉장히 섬세하고 생각이 깊고 많은 타입인 듯하다. 세상에 동화되는 것을 원치 않고, 거리를 유지하며 본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살았던 작가다. 자연을 파괴하고 개발시켜 문명의 발전을 이룬 합리주의 사상이 폭력과 전쟁도 불사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을 경외하면서 예술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동양의 사상에 매료되고 니체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본성을 찾는 일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일과 부딪칠 때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헤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이 아쉽다. 장을 나누지 않은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장르별로 모으거나 시기별로 모으거나 주제별로 모았다면 더 좋았겠다. 어떤 작품들이 모여 있겠구나하고 예상하기보다 느닷없이 바뀌는 주제와 장르에 조금 당황스럽다. 각 작품의 배경설명이 전혀 없어서 어느 맥락에서 쓴 글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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