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가벼워지는 50가지 철학 - 위대한 철학자들의 문장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
울리히 호프만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철학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매 순간 마주하는 길을 잘 헤쳐 나가도록 도와준다. 철학은 자기가 세상의 주인이 되어 책임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6)."

저자는 독일의 소설가이자, 철학자, 명상, 요가 강사, 번역가이다. 명상과 철학을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책은 4부로 되어있다. 1부 일상의 무게를 덜어주는 철학, 2부 내삶이 선명해지는 철학, 3부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철학, 4부 세상 속의 나로 자리잡는 철학이다.

기원전 철학자부터 현대의 철학자까지 삶에 대한 생각을 한 문장으로 가져와 자신의 생각을 더해 에세이식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어려운 철학을 일상에서 어떻게 녹여내는지 알 수 있다. 앞서 산 철학자들이 인생에서 배운 교훈과 통찰이 현대를 사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인생선배처럼 도움을 준다.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할 지, 어떤 결정을 내야할지, 갈등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될 때 펴보면 도움이 되겠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학파 에픽테토스(55-135?)는 "먼저 무엇이 되고자 하는지 자신에게 말하라, 그리고 해야할 일을 하라(45)"고 말한다. 목표를 정하지 않고 행동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일단, 목표를 정했다면 해야할 일을 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직접 글을 써보아야 이 일이 자신이 흥미를 갖고 노력해서 되는 일인지 알 수 있다.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결정을 앞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이다. 아주 오래 전 철학자의 조언이 현실적이다.

우리나라의 효에 대한 생각을 서양인들도 갖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스위스 철학자이자 언론인인 바르바라 블라이슈(1973~)는 "자녀가 부모에게 갚을 빚이란 없다(176)"고 단언한다. 그녀는 아리스토텔레스나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하는 '성인 자녀는 부모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주장에 반박한다. 어릴 때 키워준 것이 선지급이므로 성인이 되면 갚아야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왜냐하면, 자식이 부모에게 낳아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고, 부모는 이미 자식을 키우는 것이 비용이 들고 수고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노후 준비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부모를 돌보는 일을 전문 서비스에 맡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기보다 부모와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만들고, 유대감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급속하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역할과 자녀에 대한 기대가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노인 자식이 노인 부모를 모시는 삶의 고단함을 덜어줄 정부의 지원이 점점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제2의 성>(1949)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가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말은 당시 큰 논란이었지만, 이제는 상투적인 말이다. 여성은 이래야한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을 발전시켜야한다. 현대는 여성과 남성 말고도 제3의 성이 있다. 모두 같은 인간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여자든 남자든,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그저 인간으로 살면 될 일이다. 구속하고 억압하는 사회화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보부아르의 말이 현대에 와서 더 폭넓게 적용된다.

서양 철학자들의 철학을 풀이한 철학서이지만 자기계발서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행동해야하는지 명확해진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이티브는 쉬운 영어로 말한다
션 파블로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배우들끼리 간단히 말하고 대답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거나, 대충 긍정이나 부정의 뉘앙스인 것은 알겠는데 무슨 표현을 썼는지 모를 때가 있다. 문어체보다 구어체가 더 어려운 것은 어려운 단어를 하나도 쓰지 않는데도 문장의 의미를 추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어민들이 흔히 쓰지만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표현을 알고 싶다.

이 책은 저자 션 파블로가 네이티브들이 흔히 쓰지만 한국인들이 헷갈리거나 직역하면 이상한 표현 500문장을 골라 소개하고있다. 저자가 한국에서 13년을 살며 한국어를 배우고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인 입장에서 필요한 영어표현을 골라 소개하고 있어 애착이 간다.

책의 구성은 3단계인 문장훈련, 대화연습, 망각방지 장치로 되어있다. 먼저 하나의 간단한 영어문장을 보고 들으면서 우리말 뜻을 생각하고, 우리말을 다시 영어로 옮겨보는 연습을 한다. 다음은 배운 문장으로 현실 대화에서 묻고 대답하는 A, B식 연습을 한다. 마지막으로 1과부터 10과까지 익힌 다음 잊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괄호에 들어갈 단어 고르기, 빈 칸에 들어갈 단어 쓰기, 장소와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고 받는 긴 대화 속에 주요 표현을 넣어 연습한다. 영어를 우리말로 우리말을 영어로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도록 한 구성과 100일 학습플랜까지 짜놓은 것이 치밀하다.

원어민의 소리를 mp3파일로 들으며 소리내어 유창하게 말하는데 중점을 둔 책이다. 소리를 들으며 발음은 물론 억양까지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할 수 있다. 쉬운 단어들이지만 단어와 단어의 연음이나 억양에 주의해서 연습하면 된다.

짧은 구어체 문장들로 구성되어서 왠지 공부하는 느낌보다 처음 보는 표현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각 문장마다 어떤 상황에 써야하는지, 유사한 표현은 무엇인지, Chat Buddy에서 단어와 표현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지만, 문장분석이나 문법설명 없이 보고 바로 이해하고 외우면 돼서 마음이 가볍다. 특히 매 10일 마다 망각방지를 위해 총 복습하는 긴 대화문은 전부 유창하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하면 영어로 된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일상 원어민 회화에서도 잘 사용할 수 있겠다.

영어를 어느 정도 배운 사람도 현지에서 살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할 표현들로 가득한 책이다. 짧고 쉽지만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대화를 원한다면 연습하기에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커스 JLPT N3 (일본어능력시험) 한권합격 - 20일 완성! ㅣ 기본서 + 실전모의고사 4회분 + 빈출 단어/문형 암기장ㅣ 학습용+복습용 MP3 6종ㅣ청해 받아쓰기 PDF 해커스일본어 JLPT 한권합격
해커스 JLPT 연구소 지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본어 능력시험(JLPT)을 생각한다. N5에서 N1까지 있는 이 시험은 일년에 7월과 12월 두 번 밖에 없기 때문에 되도록 한 번에 붙을 수 있도록 공부 시간을 잘 조정하여야 한다. N3은 18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세 분야(언어지식, 독해, 청해)의 최저점은 19점이다. 일본어를 독학하고 있다면 한 권으로 준비할 수 있는 이 책이 괜찮아 보인다.

<해커스 JLPT N3(일본어능력시험) 한권합격>은 기본서에 모의고사와 단어장까지 포함한다. 학습플랜을 20일 완성과 30일 완성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수험자의 상황에 맞게 골라 실천하면 된다.

책의 구성은 시험 순서대로 언어지식(문자, 어휘), 언어지식(문법), 독해, 청해로 되어 있고, 실전모의고사 3회분이 있다. 부록으로 책 앞에 붙어 있는 '빈출단어.문형 암기장'에는 단어와 문법을 간단하게 정리하여서 잘라서 들고 다니며 공부할 수 있도록 했고, 책 뒤의 '해설집'은 각 문제의 해석과 답은 물론 해설과 어휘정리를 하고 있어서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홈페이지에서 MP3자료를 비롯해 어휘암기 퀴즈와 청해연습에 필요한 받아쓰기 자료와 모의고사 1회분을 다운받으면 시험에 필요한 자료는 충분하겠다.

세 분야(언어지식, 독해, 청해)의 문제 내용을 보면, '언어지식'은 문자, 어휘, 문법을 포함한다. 가장 중요한 한자 외우기와 품사를 이해하고 문장을 올바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독해'는 단문, 중문, 장문을 읽고 이해하고, 스키밍을 통해 긴 지문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청해'는 대화나 메시지, 방송을 듣고 이해하고, 응답할 말을 골라야 한다.

이 책은 기본 학습과 문제 풀이 요령을 문제 유형에 따라 설명한다. 문제 유형별로 어떤 문제가, 어떻게, 몇 문제 정도 출제되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핵심전략'과 '문제풀이 Step'과 '문제풀이 Step적용'으로 기본을 익힌 후, '실력 다지기'와 '실전대비하기'로 다양한 문제를 푼다. 이 시험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문제의 유형을 미리 알고 감을 잡을 수 있게 해 주어서 유용하다. 특히, '문제풀이 Step적용'은 문제를 한 눈에 보고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순서를 알려줘서 문제풀이 요령을 바로 익히는데 유용하다. 예를들어, 독해 파트의 내용이해(단문)를 보면, 먼저 질문과 선택지를 읽어서 질문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그리고 지문에서 키워드 부분을 주의깊게 읽어 단서를 찾는다. 마지막으로 선택지에서 답을 고른다. 보통의 경우 지문부터 읽지만, 이렇게 요령을 알려주면 질문에 집중해서 지문을 읽으니 빨리 답을 고를 수 있겠다.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해서 N3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이 한권으로 충분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조금 더 떠나도 됩니다 - 구석구석 여행자 전망키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전망키 전은재 지음 / 북스고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여행의 힘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프롤로그)."

9년차 여행작가가 50 곳의 국내여행지를 소개한다. 주제에 따라 마음을 비우는 여행, 동심을 찾는 여행, 모험을 떠나는 여행, 여유를 즐기는 여행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우리나라 전역을 커버하는데, 사찰, 둘레길, 산, 마을, 섬, 향교, 축제처럼 다양한 장소를 포함한다.

여행지를 주제별, 지역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분하고 있지만, 어느 계절에 가면 좋은지도 알려주고 있어서 계절에 따라 분류해 보는 것도 좋다. 4계절 언제 가도 좋은 곳으로, 강원도 월정사, 서울야경이 아름다운 매봉산 팔각정, 용양봉저정공원, 하늘공원, 제주 다랑쉬 오름을 비롯한 여러 곳을 꼽고 있는데,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겠다. 각 계절별로 봄에는 전남 매화마을과 산수유마을, 여름에는 전북 군산 대장봉, 가을에는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겨울에는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봄에 추천하는 장소는 매화, 산수유, 벚꽃, 철쭉처럼 꽃이 피는 장소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겨울의 무거운 옷을 벗고 나들이하기에 좋아보인다. 벚꽃잔치를 벌이는 전남 여수의 용월사는 '바다위 사찰'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용왕전으로 내려가는 108계단은 바다와 벚꽃의 조합이 완벽하다. 글로만 봐서는 절대 이해 못할 것이라니 벚꽃계절에 맞춰 가보고 싶다. 벚꽃이 지기 시작할 때 피는 진달래는 3월말부터 개화하는데, 경기도 부천의 원미산 진달래 동산은 보라색 천지다. 옅은 색과 진한 색, 그 중간색의 보라가 땅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한가득이어서 인상적이다.

사진을 훑어보면, 빨갛게 물든 나무가 호수물까지 빨갛게 물들인 전남 담양의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길이 압도적이다. 담양에서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생산하기 때문에 전라도 곳곳에 메타세쿼이아길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한다. 관방제림은 관방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길이고, 메타세쿼이아길이 이어지는데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로 해가 질 때 포근한 느낌이라니 궁금해진다.

이 책은 여행 안내책이라기 보다 포토에세이에 가깝다. 사진과 에세이가 서로 잘 어울리고 저자의 느낌과 감상이 주관적이다. 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추천계절, 사진 찍기 좋은 장소, 코스와 소요시간 정도다. 지도나 교통편, 숙박, 맛집 정보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사진과 글을 읽다가 마음이 동하면 체크해두고 실제로 가서 느껴보면 되겠다.

친구들과 어디로 여행을 가면 좋을지 고민된다면, 한국인이 가는 여행지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혼자서 훌훌 떠나고 싶다면, 이 책이 아주 쓸모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 북 - 써보면 기억되는 어휘와 문장 그리고 시어들
윤동주 지음, 민윤기 해설 / 스타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필사는 느리게 읽는 가장 확실한 독서법(프롤로그) "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좋은 글을 필사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누구의 작품을 필사할까? 글도 아름답지만 독립운동의 정신을 담은 윤동주(1917-1945)의 작품이 제격이다.

책은 총 8장으로 윤동주의 시, 동요, 산문을 실었다. 책장을 펴면 왼쪽에 작품을, 오른쪽에 필사할 공간을 마련하였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해설도 작품 끝에 실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나 '별 헤는 밤'처럼 잘 알려진 시 뿐만 아니라 산문 5편과, 미완성이거나 삭제 표시했던 시 8편을 포함해 윤동주의 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윤동주는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28살 광복을 여섯 달을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3년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체포되었고, 생체 실험 주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였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대학에서 수학하다 교토 도시샤 대학으로 편입하였다.

청년 윤동주의 시에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가득한 서정적인 것도 많지만, 일제강점기에 비분강개하지만 무력하기도 한 자신을 그린 시도 많다. 고향 만주의 꽁꽁 얼어붙은 모습은 동시 <겨울>(1936)에서 "말똥 동그램이 달랑달랑 얼어요(234)"라고 표현한다. 나를 위해 버선본을 뜨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버선본>(1936)에는 그리운 어머니가 보인다.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며 쓴 <자화상>(1939)에서는 우물에 비친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고 가엾어지기도 하다. 꿈과 희망이 가득찬 대학생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어쩌지 못하는 젊은이의 슬픔과 분노와 안타까움이 있다. <쉽게 씌어진 시>(1942)에는 부모님께 학비를 받아, 친구들도 없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사는 자신을 들여다 본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76, 78)"라며 자책하지만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78)"로 끝맺음하면서 현실을 극복하고 마음을 다잡는 윤동주의 결심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독립운동 100주년(2019년)에 윤동주 작품 중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시로 꼽혔고, 일본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니 그 의의가 크다.

산문도 시적이다. 간결하고 단정하고 리드미컬하다.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시절 거리의 풍경을 쓴 '종시'는 종점과 시점을 줄인 말이다. 끝나는 점과 시작되는 점. 내리는 곳이 종점이고 타는 곳이 시점이다. 책장만 뒤적이는 것이 공부가 아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을 보는 것이 공부라는 친구의 친구 말에 자기한테 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리로 나간다. 전차가 지나고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고 건물을 살핀다. 지금은 없는 총독부 건물을 지나고, 남대문을 보면서 시골사람의 서울 구경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기차를 기다리는 방년의 아가씨들을 유리창을 통해 보며 굴곡에 의해 왜곡되는 모습에 속지 않으려면 맨 눈으로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터널을 지나고 나면 밝아지듯이 암흑시대를 지나 광명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타고 있는 차가 고향을 넘어 세계로 향하길 바란다. 일제강점기가 아니라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글이 독립과 연관되어 이해된다.

책 커버는 양장이고, 하얀 바탕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산뜻하다. 그러나 식민시대에 꿈 많고 힘이 넘치는 젊은이가 바라보는 미래는 그리 희망차지 못하다. 절제된 감정과 단어로 단정하게 쓴 작품들에 애달픔이 스며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