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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형구야, 너는 왜 네 입에 들어가는 것도 꺼내서 형제들만 생각하니? 너도 이제 가족이 딸린 가장이야. 너 살 길도 찾아야 한다."122
상준과 미경(평산댁)은 5남 4녀의 부모이다. 아들은 형일, 형남, 형구, 형호, 형민이고, 딸은 형숙, 형미, 형경, 형은이다. 아버지 상준은 양반 집안의 장남이지만 죽은 전 처를 잊지 못해 술과 가정폭력으로 무능하다. 어머니 미경은 자식들을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큰 아들 형일은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집착 때문에 가출을 하고, 야무진 형숙은 가출을 하지만 돌아와 가난한 부모를 위해 땅을 사주고 동생들을 돌본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셋째 형구는 자신을 희생해 가족의 경제적 뒷바라지를 할 뿐아니라, 형남의 미국박사를 지원한다. 폭력적인 아버지는 형호와 형민이 형일처럼 가출을 할까봐 인자하게 대하지만, 딸들은 찬밥신세다.
형남은 귀국 후에도 형구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만, 집안이 동생 형구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 불만이다. 형남과 형구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형남은 형호와 형경 부부와 암암리에 작전을 짜서 형구의 회사를 강탈하고 이에 분개한 형구는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식구들은 모이기만 하면 싸운다. 여행을 가서도 싸우고, 어머니와 형일의 장례식장에서도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양보가 없다. 형남의 돈을 향한 집착은 피보다 진하고, 돈 때문에 얽힌 복잡한 가정사와 가족간의 불화가 이야기 전편에 흐른다. 단 한번도 형남과 형구는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만 옳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둘이 똑같지만 작가는 형구의 편에 무게를 실어준다.
봉건사회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양반의 권위보다 돈이 더 중요해지는 모습을 그린다. 아무리 양반이지만 가난에 허덕이며 자식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사라진다. 또한 형남이 미국 박사를 취득하지만 귀국 후 사업을 키워온 동생 형구의 회사에 취직한다. 양반이나 미국 박사의 자존심은 돈 앞에서 무력해지고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경제적으로 막강해진 형구는 가족 사업을 키워나가며 남매들을 진두지휘하지만, 형호와 형남의 계략으로 모든 것을 잃자 자식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노숙자가 된다. 극과 극을 오가는 이야기 흐름속에서 가족 간의 따뜻함이나 사랑과 같은 감정적 유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등장인물이 많지만, 셋째 형구를 중심으로 한 삼 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가난에 허덕이다가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다시 추락하고 올라가는 인생의 파란만장함이 비극적으로 끝난다. 가족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