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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19년 5월
평점 :
이 소설은 1997년 출간 이후 노르웨이 현대문학을 이끌어 온 선구적 작품으로, 2019년 미국 PEN 문학상 수상작입니다. 하드커버에 230여 페이지의 비교적 작은 이 소설의 줄거리는 노르웨이의 북쪽 한 적막한 동네로 이사 온 지방 문화 분과의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퇴근 후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싱글맘 비베케와 그의 어린 아들 욘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그녀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난 후에는 인생 자체보다 더 강렬함을 간직한 두꺼운 책 속에 안락하게 파묻히는 삶의 평온을 원하고, 얇아서 속이 비치는 스타킹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등 일상의 작은 행복에 몰두합니다. 비베케에게는 눈을 자주 깜빡이는 여덟 살 아들 욘이 있는데, 비베케가 자기 자신 속에 때로 깊이 침잠하곤 할 때에 욘은 곁에서 엄마를 방해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과 나누었던 눈송이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비스킷을 녹여 먹으며 엄마의 관심을 기다리곤 합니다.
비베케와 욘은 서로를 투명하게 닮았는데, 어리지만 엄마를 이해하는 욘은 아홉 살 생일 하루 전날 엄마가 자신의 생일 케이크 준비에 한창일 거라는 생각에 그녀를 성가시게 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집 밖을 나섭니다. 그날 저녁, 이동식 놀이공원이 마을에 놀러오고 욘의 생일 전날 밤 엄마와 아들은 낯선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각자의 여정을 보내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의 시선은 욘의 아홉 번째 생일 전날 욘과 싱글맘인 비베케 사이에서 반짝이며 가물거립니다. 두 주인공 욘과 비베케는 서로가 어디를 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각각의 저녁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을 나선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곧 일말의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작품 전반에 어둑하게 깔린 생경한 불안은 욘과 비베케의 시점이 수시로 바뀌여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한데 관점에 대한 작가의 노련함으로 그리 어색하지 않고 깔끔하게 문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차갑고 서늘하면서도 먹먹한 아름다움이 이 책의 곳곳에 깊숙이 녹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세심한 배려가 결여된 엄마의 관심에 너무도 목말라하며, 엄마의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는, 감수성이 예민한 한 가슴 뭉클한 소년에 관한 서사라고 하겠습니다.
거의 마지막에 비베케가 “그래서, 앞으로 당신 앞날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라고 톰에게 묻습니다. “나도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대부분 책에는 시작된 이야기에 이어지는 2부가 있으니까요.” 라고 그가 대답하고 “내 삶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 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 장은 어떻게 진행되나요?”라는 계속된 비베케의 질문에 톰은 한숨을 내쉬며 “그쪽도 나만큼 잘 알 텐데요. 시작도 안 한 일을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죠.”라고 말합니다. 이 소설의 모호한 결말에 대한 답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