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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라종일 외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평점 :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대한민국 대법원은 29일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천여 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나머지 재판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전두환 대통령은 명예훼손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유력합니다. 이처럼 최근의 사건들을 보아도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말로가 불행하다는 말이 틀리 지 않을 정도로 형사 사건의 피의자나 피고인이 되고 형을 확정 받아 왔습니다.
이는 망명지에서 외롭게 작고한 초대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시작해서, 박정희 대통령은 장기 집권 중 측근의 총탄에 쓰러졌고,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문민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구속 수감되었습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자식들이 각종 비리 게이트에 연루되는 오점을 남겼고 노무현 대통령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이런 역대 대통령의 모습은 대통령 개인에게도 불행이지만 지켜보는 국민에게도 더없이 고통스러운 일이죠.
이 책은 라종일 전 주일대사 등 국내 정치·외교 전문가 6인이 외교, 언론, 정치제도, 리더십 등의 측면에서 한국 대통령들의 불행의 원인을 분석한 책입니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이고 개인적 차원에서도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사전 검증과 공개 경선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통과한 후, 국민 다수의 선택까지 받아야만 비로소 가능하지만, 이런 역경을 뚫고 전 국민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여서 한 나라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오른 우리나라 대통령의 끝은 한결같이 불행했습니다.
저자들은 우선 '외교 함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겨운 외교 현실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국정 과제 추진 동력을 빼앗는 것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인구와 2위의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 한때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점령했고 세계 3위의 경제력을 가진 일본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죠. 패권국인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동맹으로 묶어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데다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에서 북한에는 주체사상과 핵무기로 무장한 세습 정권이 버티고 있습니다.
정치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5년 단임제', '승자 독식'의 부작용도 적잖다.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권력 집중은 산업화 시기에는 민주주의를 희생시켰고, 민주화 이후에는 소통과 타협을 부정하는 권위주의의 잔재로 남아 민주적 정치 문화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승자독식 주의가 지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불행은 언론과도 관련이 깊은데요. 언론이 정치권력과 협력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오히려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의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행의 고리를 끊을 방안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국정운영의 비선 실세 방지와 인사에 있어서 전문성과 충성심의 조화 및 탕평인사 그리고 협치를 통한 통합적 리더십 그리고 21세기형 양방향 소통 방식 및 팩트 체크의 보편화 등을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통령 불행을 초래하는 정치적 외연, 즉 '87년 체제'를 개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그리고 노무현과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통령은 왜 퇴임 후 좋지 않게 될까? 궁금해왔습니다. 2년 후 다시 대선이 다가 오는데 저자의 분석에 백프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대통령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입니다.
"본 서평은 북뉴스 카페를 통하여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