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술 - 책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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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독서의 기술뿐만 아니라 질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고명환 『독서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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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었다고 다 변하는 건 아니다. 전투로 읽어야 변한다는 사실.



인상 깊은 구절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가시란 글자 그대로의 가시가 아니라 비유였다. 책을 읽지 않으면 세상과 사람을 향해 '가시 돋친 말', 즉 불평과 불만을 쏟아낸다는 뜻이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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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죽으면 그 일은 중단되고 온도의 차이는 사라지기 시작한다." 작년 연말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에서 읽은 문장이다. 이 문장은 가장 선두에서 내 생각을 이끌어낸다. '아, 죽는다는 것은 주변과 온도가 같아지는 것이구나.'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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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화한다는 것은 그 문제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뜻이다. 단순화한다는 것은 이미 그 문제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오늘 <인간이 대지>를 다시 읽고 '내 삶을 증명하려 하지 말고 단순하게 만들어보자'라는 목표를 세운다.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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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어떻게든 독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p237

총평

3년간 매일 책을 읽었다. 아무것도 안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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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하루 한 권씩, 1,000권 이상을 읽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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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했다. 3년 안에 1,000권을 읽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을 믿고 진짜로 그렇게 살았는데, 열린 건 새 세상이 아니라 그냥 다음 책 표지였다. 읽고, 서평 쓰고, 또 읽고. 성실했다. 근데 성실하기만 했다. 책을 삶에 연결하지 않고 그냥 읽기만 한 바보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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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환 작가의 ≪독서의 기술≫을 읽으면서 그 3년이 다시 떠올랐다. 8년째 독서를 이어오며 2,000권 넘게 읽은 지금도, 이 책의 문장들은 남 얘기가 아니라 정확히 내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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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읽어야 하는가. 이 챕터가 특히 좋았다. 보이는 대로 살다 죽으면 억울하다. 생각한 대로 살려면 읽어야 한다는 것. ≪위험 예찬≫이 고통을 사랑하라고 말했다면, 고명환은 한발 더 나간다. 인생에 찾아오는 고통과 역경은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 그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그냥 삶이 된다고. ≪데미안≫이 알을 깨고 나오라 했던 그 장면과도 이어졌다. 부딪치고 싸우고 고통을 직면해야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 같은 결의 책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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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나에게 닥쳐오는 게 아니라 나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다. '닥쳐온 고통'이 아니라 '흘러나오는 고통'. 그리고 그 뒤에 행복이 따라온다. 존재하지 않으면 고통도 없으니,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축복이라는 문장 앞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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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용접공 유영만 교수도 겹쳐 보였다.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말. 종착역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들르는 간이역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결과를 좇으면서도 과정을 즐겨보려 애쓰던 요즘의 나에게, 같은 말을 하는 저자를 만난 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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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간접 경험이다. 직접 겪지 않아도 무수한 세상을 살아볼 수 있고, 그렇게 자란 안목으로 기회를 알아본다. 그런데 고명환저자는 여기서 선을 긋는다. 취미 독서 말고, 전투 독서를 하라고. 생존 독서로 내 안의 거인을 깨우라고. 취미로 읽던 3년과 전투로 읽기 시작한 그 이후가, 내 안에서도 정확히 그렇게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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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되는 일은 절반으로 줄이고, 뿌듯한 일은 두 배로 늘려라. 다리가 떨리는 일은 줄이고, 심장이 뛰는 일을 늘려라. ≪독서의 기술≫ 문장에서 유영만 교수 향기가 난다. 많이 읽은 사람들이 저마다 필사해두고 곱씹었을 깨달음을,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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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를 꾸준히 반복하면 비범이 된다. 끈기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좋은 습관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몸이 지쳐도 저절로 굴러가는 상태. 그게 몰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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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책은 실전적인 독서법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한 시간 강제 독서, 빨리 읽는 법, 식스 투 나인(6 to 9) 독서법, 핸드폰으로 읽는 법, 끝까지 안 읽어도 되는 독서법, 친구 만나기 전 20분, 벽돌 책 읽는 법, 하루 10쪽. 독서를 막 시작한 사람에게 특히 유용할 방법들이다. 나에게 더 와닿았던 건, 독서 따분해질 때 벽을 뚫는 팁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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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뛰는 문장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적어두라고 한다. ​나중에 다시 찾으려 하면 못 찾는다. 나는 폰 카메라로 먼저 찍고 나중에 필사한다. 그런 문장을 만난 날은,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던 공자의 말이 떠오른다. 읽은 걸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건 결국 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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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독서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요식업에서 실패할 때마다 해답의 길을 책에서 찾았다는 저자. 일이 막힐 때마다 책에서 멘토를 만나고 새 관점을 얻어온 나.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독서가 세계를 넓혀준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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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틀에 한 권씩 읽는다. 그런데도 가끔 책이 따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고명환 저자는 그 따분함이 깊어져야 내 안의 위대한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엔 늘 지루함이 먼저 온다. 그 구간을 견디고 넘기면, 몰랐던 내 안의 능력이 슬며시 올라온다는 걸 8년 차가 되어서야 체감했다. 이 미묘한 감각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내공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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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을 넘어 책에게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는 대목에는 완전히 동의한다.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내가 삶에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비로소 내 안에서 답이 올라온다. 그게 독서의 힘이고, 생각하는 인간만 누리는 특권이다. 질문하고 답을 받았으면, 이제 동사에 집중할 차례다. 실행. 책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이유를 고명환저자는 자기 깨달음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증명한다. 위기 속에서 답을 찾게도 하고, 버틸 힘을 주기도 한다. 전화위복을 몸으로 깨닫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남보다 나 자신을 먼저 귀하게 여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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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고명환, 아니 이제는 작가 고명환. 웃음을 주던 그 가벼움만큼 내면은 무겁다. 외유내강.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독서를 통해 기회를 잡고 실천해 나가는 그의 힘을 빌려보자.

책이 던지는 질문

책을 빨리 읽고 싶다면 많이 읽어야 한다. 그 방법밖에 없다. p198

책 한 권에 한 달 걸리던 내가, 지금은 90분이면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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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는 데 한 달이 걸린 적이 있다. 직장 3년 차, 힘들어서 도망치듯 책을 집어 들었을 때다. 지금, 250쪽짜리 책은 90분이면 정독하고 350쪽짜리는 2시간이면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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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이 있었냐고 물으면 없다. 그냥 많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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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는 많이 쓸수록 잘 쓰게 된다고 했다. 도야마 시게히코도 ≪생각의 도약≫에서 구양수의 '삼다(三多)'를 꺼낸다. 글을 잘 쓰는 세 가지 비결. 많이 읽을 것, 많이 쓸 것, 많이 궁리하고 고칠 것. 결국 답은 하나로 수렴한다. 책을 빨리 읽고 싶다면, 그냥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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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쌓이면 어느 순간 질이 바뀐다. 양질 전환. 많이 읽다 보면 속도도 저절로 붙는다. 좋은 글을 쓰는 법도, 빨리 읽는 법도 신기하게 같은 원리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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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가슴이 떨리는 문장을 만나면 사진부터 찍는다. 나중에 필사 공책에 옮긴다. 괜찮은 문장엔 인덱스를 붙인다. 사색을 부르는 문장을 만나면 책을 덮고 잠깐 멈춘다. 1분쯤. 그렇게 뜯어읽는데도 2시간이면 다 읽는다. 저절로 빨라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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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독법 책도 읽어봤다. 독서법을 다룬 책만 200권 넘게 읽었다. 방법은 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다. 그런데 결론은 하나였다. 많이 읽어본 분야는 60분 정도면 다 정독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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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겹친다. 이미 아는 내용이 대부분이면 문장이 한 줄씩 읽히지 않는다. 세 줄씩 한 번에 들어온다. 처음 겪었을 때는 신기했다. 좋아하는 분야는 저절로 속도가 붙는다. 고전은 지금도 느리다. 그래도 꾸준히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책 읽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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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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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완벽한 안전은 왜 죽은 삶인가.

위험을, 부드러움을, 환대를 읽는 법.

고통을 통과해야 비로소 진짜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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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책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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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쉽지 않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도 혼연일체라는 개념 하나를 붙잡고 며칠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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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위험, 부드러움, 환대, 비밀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가 서로 뒤엉킨 채 몰려온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이해하기 전엔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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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고통을 통과해야, 그제야 진짜가 된다고.



인상 깊은 구절

야생초와 수선화가 뒤엉켜 자라는 한 뙈기 땅에 열중하는 정원사 견습생처럼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탐색하고, 바라보라. 손을 뻗기 전에 먼저 잘 보고 일말의 판단이라도 해보는 위험을 무릅쓰라. 사랑을 품고 관찰하라. 그러면 모든 것이 전혀 다른 빛깔은 띤다. 계시 같은 것이 아니라, 아니고 말고, 그냥 일종의 끌림이다. p240~241

총평

기억한다는 것은 잊는 것이다.

이 한 줄 앞에서 나는 며칠째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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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완전히 익어서 저절로 되는 상태를 기억이라 부르는 걸까. 아니면 무의식이 대신해주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그걸 잊었다고 착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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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은 문장 하나하나가 진도를 막는다. 사전을 찾아도 뜻이 손에 안 잡히고, 넘겼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저자의 강연 자료를 찾아 나섰다. 안 뒤푸르망텔은 왜 이 책을 썼을까. 그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어느 순간 안 풀리던 문장이 툭 풀렸다. 어렵던 개념 하나가 이해되는 순간, 통쾌할 정도로 강렬한 통찰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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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통찰의 출발점은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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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말한다. 두렵다는 건 애착이 있는 무언가가 위협받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미 안다.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의 끝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뒤푸르망텔은 여기서 방향을 튼다. 끝이 닥치기 전 남는 몇몇 순간, 그 강렬한 순간을 제대로 살아낼 때 시간은 오히려 무한히 늘어난다고. 그녀는 이걸 은총이라 부르고 자비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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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도 마찬가지다. 의지력만으로 유혹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은 헛되다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참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그 앞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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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른 방식이 바로 보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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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죽이고, 그저 거기 있는 것. 눈앞의 것을 가능한 주의를 다해 바라보는 것. 감정이 일렁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게 두고, 아무것도 부수지 않고 관찰하며 화평케 하는 것. 그렇게 생각이 펼쳐져 편견이 떨어져 나가면, 세상은 거짓말처럼 가벼워진다고.

​

이 대목에서 강연 내용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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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서 그녀는 완전한 존재는 욕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욕망은 결핍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안전한 상태, 제로 리스크는 결핍을 없애려는 시도이고, 결핍이 사라지면 욕망도 함께 사라진다. 욕망 없는 삶은 관 속에 누운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이 책에서 만난 두려움과 유혹, 보류 상태는 결국 그 진단의 각론이었던 셈이다. 두려움을 없애려 문을 걸어 잠그는 대신, 두려움과 함께 그 자리에 머무는 법을 배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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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기서 동사를 하나 바꿔치기한다. 목숨을 걸다에서 삶을 걸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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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다는 건 희생의 수사학이다. 극적이고 일회적인 결단. 반면 삶을 건다는 건 매일의 태도다.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에 이미 위험이 스며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강연 속 리어왕이 왕관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짜 주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겹친다. 주권도 삶도, 붙잡을 때가 아니라 놓을 수 있을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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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책에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건 부드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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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푸르망텔은 부드러움을 약함으로 읽는 시선을 정면으로 거부한다. 부드러움은 바위를 부수는 대신 감싸고 돌아가는 물의 힘이다. 타인의 취약함을 밀어내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은 무너지지 않는 유연성. 앞서의 보류 상태,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고 관찰하며 화평케 한다는 그 문장과 정확히 같은 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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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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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환대는 손님을 잘 대접하는 매너가 아니다. 이방인에게 문을 여는 순간 나의 질서와 안전이 흔들릴 수 있음을 알면서도 여는 행위다. 자아라는 원이 타자라는 낯선 폭발점을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넓어진다. 두려움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던 보류 상태의 태도가, 여기서는 타자를 향해 문을 여는 윤리적 결단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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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 열어두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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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어'는 반대쪽에서 균형을 잡는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시대의 압력 앞에서, 비밀은 부끄러움을 감추는 장막이 아니라 주체성을 지키는 마지막 금고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셜 네트워크 같은 새로운 토템이 우리의 욕망을 붙잡으려 든다는 강연 속 대목과 맞닿는다. 자본과 플랫폼이 노리는 건 결국 우리의 내면이고, 비밀은 그 침입 앞에서 지켜야 할 최후의 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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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로 열고 비밀로 지킨다. 그 사이에서 부드러움이 균형을 잡는다. 세 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몸에 붙은 세 관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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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17년 여름, 리비에라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린 아이들을 구하려다 바다로 뛰어들었고, 아이들은 구조되었지만 숨지고 만다. 이론으로만 남았다면 이 책은 잘 짜인 사유에 그쳤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문장을 몸으로 마저 썼다. "두렵다는 건 애착이 있는 것이 위협받는다는 것"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자기 철학이 말한 그대로, 애착이 위협받는 순간 몸을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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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는 것은 잊는 것이다,라는 첫 문장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두려움과 유혹 앞에서 억지로 버티는 대신 그 자리에 온전히 머무는 법을 몸이 익히고 나면, 더 이상 애써 기억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 그게 무의식이 되고, 삶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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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어떤 위험을 환대할 것인가,라는 질문만 남기고 책을 덮는다.

책이 던지는 질문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이렇게 썼다. "무엇인가가 기억에 남으려면 붉게 달군 쇠로 지져야 한다. p64

붉게 달군 쇠로 지져야, 기억에 남는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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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가 기억에 남으려면 붉게 달군 쇠로 지져야 한다."

끊임없이 고통을 주는 것만이 기억에 남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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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답다. 고통 없는 삶은 없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아니, 그는 고통을 사랑한 철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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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애초에 위험한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고통은 시련이라는 이름의 방문객이 아니라, 나를 두드려 더 단단한 모양으로 벼려내는 대장간이다.

​

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붉게 달군 쇠라는 문장 하나가 계속 그렇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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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말하는 창조자와 안 뒤푸르망텔이 말하는 환대는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삶의 어려움과 고통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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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가진 이상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욕망과 결핍이 번갈아 드나들면서 고통은 저절로 몸집을 불린다. 그런데 니체도 뒤푸르망텔도 여기서 등을 돌리지 않는다. 고통을 부정할 대상이 아니라 끌어안을 조건으로 본다.

​

고통은 성장의 기회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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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그 위태로움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계속 서 있는 것, 그것이 나를 자라게 하는 환경이고 동시에 행복을 느끼게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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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통과해야 비로소 진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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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달군 쇠는 상처가 아니라 낙인이다.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나라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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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호구 되는 투자상식 - 삶의 기반을 다지고 경제 보는 안목을 키우는 최소한의 투자상식 떠먹여드림 ㅣ 모르면 호구 되는 상식 시리즈
이현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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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몰라서 흑우가 되는 게 아니다. 안다고 착각해서 흑우가 된다.

『모르면 호구 되는 투자 상식』은 그 어둠 속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밝혀주는 가로등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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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식·펀드·보험·부동산 등 투자 전반의 기초를 짚어준다.



인상 깊은 구절

존 템플턴, "모두가 절망에 빠져 주식을 팔 때 사들이고, 남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매수할 때는 파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장래에는 엄청난 수익으로 보답할 것이다." 즉 주식시장에서 위기는 더 큰 수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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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소로스, "경제학은 자연과학을 닮으려고 한다. 완벽한 이론 구성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원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경제학은 이상론에 불과하다. 인간은 불완전하게 생각하고 이해하며, 균형이란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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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순서로 차근차근 준비하면 됩니다. p242

총평

몰라서 흑우 되는 게 아니라, 알고도 흑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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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흑우가 그려져 있다.

웃음이 픽 터진다.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 웃음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자본주의라는 판에 이미 올라탄 이상 통장 쪼개기도, 주식도, 보험도, 부동산도 모르고는 못 배기는 시대인데, 정작 우리는 옆 친구가 뭘로 얼마 벌었다는 소리에나 반응하고 진짜 공부는 매번 미뤄왔기 때문이다.

결국 표지 속 흑우는 남이 아니라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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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호구 되는 투자 상식》은 시드머니 - 주식 - 펀드/ETF - 금리·환율·원자재·암호화폐·P2P·절세 - 보험·연금 - 부동산까지, 투자를 시작할 때 거쳐야 할 여섯 개의 문을 순서대로 열어준다. 깊이를 파고드는 책은 아니다. 대신 어디서 다치는지, 뭘 놓치면 호구가 되는지를 콕 집어준다.

​

가장 눈에 밟힌 건 부동산 파트였다. 건설사가 지역 언론의 지분을 쥐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2019년 기준 지역신문사 17곳 중 7곳, 지역 방송 11곳 중 5곳의 대주주가 건설사였다는 수치를 보고 나니, 그동안 봐온 부동산 기사 절반은 광고를 정보로 착각해온 셈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직접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유가가 오르내리면 부동산 사이클도 따라 움직이고, 아파트값이 꺾이면 사람들 관심도 같이 식어버린다. 마음 급해진 매도자가 가격을 낮추면 매수자는 한 술 더 떠 버틴다. 이 밀당을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

보험은 수비다. 주식과 펀드가 공격이라면, 아무리 공격이 좋아도 수비가 무너지면 경기가 끝나듯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던진 팁은 실용적이다. 보험은 월급 10%를 넘기지 않고,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보도자료 검색으로 직접 조회할 수 있다는 것. 퇴직연금도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IRP), 삼총사 구조부터 파악해야 나한테 뭐가 맞는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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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파트에서는 의외로 힘을 뺐다. 첫 투자는 수업료라 생각하고 2~3개 종목을 소량만 사보라는 것. 사고 나서 공부하라는 순서다. 이 회사가 돈은 벌고 있는지, 어디로 수출하는지, 경제가 좋아지면 같이 좋아질 회사인지. 대박을 노리지 말고 경제 공부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라는 태도가 오히려 더 오래 남았다. 원자재는 장기보다 단기로 보라 한다. 전쟁이나 무역분쟁 한 방에 가격이 튀니까. 환율은 외국 돈이 국내로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에 따라 부동산부터 버스비까지 다 흔든다. 그 흐름을 읽는 나침반이 금리다. ETF는 세금과 레버리지·인버스 구조까지 알아야 진짜 아는 거고.

​

책을 덮으며 남은 건 결국 통장 관리였다. 지출통장과 체크카드, 신용카드부터 제대로 못 굴리면 아무리 벌어도 가난은 그대로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몸이 바뀌듯, 투자도 습관이 전부다. 매일 조금 저축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쳐내고, 월급의 일정 비율을 정해 투자하는 반복이 쌓이면 그게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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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저자는 스스로 이 책을 "활활 타는 빛이 아니라 그저 등불"이라 부른다. 정확한 비유다.

어두운 밤길을 대낮으로 만들어주진 못한다.

하지만 발밑에 뭐가 있는지는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 이 판에서, 그 정도만 알아도 흑우는 면한다.

책이 던지는 질문

피터 린치는 투자 기회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먼저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 p252

냉장고 문을 열면 답이 있었다, 나는 안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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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린치는 투자 기회가 저 멀리 있지 않다고 했다.

쇼핑몰 계산대, 냉장고 안, 손에 든 휴대폰. 거기 다 있다는 거다.

그 말을 2026년에서야 곱씹어 보니, 나는 답을 보고도 안 산 사람이었다.

​

쿠팡에서 물건을 고르고, LG와 삼성 가전을 쓰고, 주변 사람들은 죄다 아이폰을 들고 다니고, 라면 하면 삼양이 먼저 떠오른다. 피터 린치식으로 말하면 이건 이미 답안지다. 문제는 답안지를 보고도 다른 칸에 마킹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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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절, 내 주변에는 LG 제품이 유독 많길래 LG 계열 주식 하나를 크게 담았다. 그런데 2026년 지금 보니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LG 들어간 종목은 사는 게 아니라고. LG유플러스 대신 SK텔레콤을 샀더라면 지금쯤 최소 3배는 벌었을 거란 계산이 나온다. 3배. 이 숫자를 계산기로 두드려보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

익산엔 삼양 공장이 있다. 불닭면이 맛있다는 것도, 그게 잘 팔린다는 것도 진작 알았다. 그런데 투자는 안 했다. 눈앞에서 매일 벌어지는 현상을 데이터로 못 옮긴 셈이다.

​

2007년엔 아이폰이 나왔다. 그 이후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 애플 1주를 130달러에 사봤다. 딱 1주. 그러고는 해외 주식은 그걸로 끝이었다. 지금 애플 주가를 떠올리면 그 1주가 자꾸 아른거린다.

​

금테크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조금 사다가 그만뒀다.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엔 늘 이 정도 거리가 있었다.

​

이쯤 되면 원칙은 이미 안다. 내가 자주 쓰는 물건, 대중이 좋아하는 브랜드, 자주 먹는 음식 이걸 사 모으면 된다는 거. 그런데 요즘 장을 보면 이 원칙을 적용할 마음이 쏙 들어간다. 주식 사이드카는 원래 대공황급 충격에나 걸리는 안전장치인데, 한 달 사이에 23번이 걸렸다. 23번이면 그건 안전장치가 아니라 그냥 상시 경보음이다. 이런 판이면 종목 하나하나를 골라 담기보단, 주식 밖에서 원자재나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

피터 린치의 말은 여전히 맞다.

답은 늘 일상 안에 있다.

다만 나는 그 답을 알아보는 눈과, 그걸 실행하는 손이 따로 놀았다.

다음번엔 안 놓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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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 안개, 절벽, 그리고 내면의 불꽃
짐 콜린스 지음, 고영훈.윤영호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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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아무도 안 알아줘도, 그 책임을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가.

​

1. 인코딩(타고난 성향)을 발견하고 활용했다.

2. 돈의 방향을 뒤집었다.

3. 내면의 불꽃에 집중했다.



인상 깊은 구절

단일 고슴도치든 연속 고슴도치든, 핵심은 같다. 인코딩을 발견하고 발휘하는 것, 돈의 방향을 뒤집는 것, 그리고 내면의 불꽃을 키우는 것이다. 이 연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모두 이 세가 가지 요소를 활성화해서 '하나의 큰일'로 모아 오랜 시간 강하게 밀고 나갔다. p69

​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운명의 룰렛이 어디에 멈추든, 우리는 자신을 넘어서는 책임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책임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닿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단 한 사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한 책임을 끝까지 살아내는 일 그 자체다. p419

총평

상사의 말 한마디가 주말을 갉아먹었다.

상사가 지나가듯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주말 내내 떨어지질 않았다.

​

목요일 퇴근길부터 일요일 현재까지, 머릿속에서 같은 장면이 자꾸 되감기됐다. 별거 아닌 척 넘기려 해도 자꾸 마음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

그러다 로이킴의 노래(살아가는 거야) 한 소절이 불쑥 끼어들었다. 내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아서. 그 가사. 이상하게 그 한 줄에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

그 순간 책장에서 다시 꺼낸 책이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1,453개 기업을 해부했던 그 사람이, 이번엔 메스를 사람 쪽으로 돌렸다.

​

10년, 34명. 저자는 삶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들이 무엇으로 다시 일어서는지를 추적했다. 500개 후보 중 34명을 추려낸 작업에, 10년 동안 28명의 연구팀이 붙었다. 2만 건 넘는 기사와 10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훑었다고 하니, 취미로 쓴 책은 확실히 아니다. 55세에 기획을 시작해 67세에야 집필에 들어갔다는 대목을 읽으며, 요즘처럼 한 달 만에도 책 한 권이 뚝딱 나오는 시대에 이런 우직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

책은 사람마다 지닌 '인코딩', 즉 타고난 성향을 먼저 발견하라고 말한다. 여우는 많은 걸 알지만 고슴도치는 단 하나의 큰 것을 안다는 그리스 시인의 말을 빌려, 저자는 그 '단 하나'를 찾아낸 사람들이 결국 오래 타오른다고 짚는다.

​

이 대목에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인코딩을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축복이다. 대부분은 자기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른 채 남들 속도에 맞춰 걷다가 지친다. 그걸 알아채고 내면의 불꽃에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릿과 회복탄력성을 둘 다 가진, 말하자면 버티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재능보다 먼저 필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읽어내는 눈이었다.

​

책은 또 하나, 돈의 방향이 뒤집힌다고 말한다. 돈을 좇는 대신 자기 재능을 꽃피우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돈이 뒤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

영화 <세 얼간이>의 란초가 떠올랐다. 경쟁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그저 좇았던 란초는, 결국 부와 명성을 손에 쥔다. 애정하고 즐기다 보니 성과는 부산물처럼 따라왔다는 그 서사가, 이 책이 말하는 '돈의 방향이 뒤집힌다'는 문장의 가장 쉬운 번역본처럼 느껴졌다.

​

절벽과 안개라는 표현도 오래 남았다. 절벽은 삶을 뒤흔드는 위기의 순간이고, 안개는 그 뒤에 이어지는 불투명한 시간이다. 저자는 여기에 짐 콜린스 특유의 개념인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다시 꺼내 든다. 결국은 이겨낼 거라는 믿음은 놓지 않되, 지금 당장의 혹독한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것. 안개 속에서는 멀리 보려 할수록 불안해지니, 그저 눈앞의 한걸음에만 집중하라는 조언도 함께였다.

​

시련을 나를 태우는 렌즈로 바꾸는 과정. 이 사색이 유독 머릿속에 맴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주말을 통째로 내주고 나서, 나는 그 말을 그냥 흘려보낼 수도, 혹은 나를 갈아 넣는 연료로 되돌려놓을 수도 있었다.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절벽을 마주하고, 안개를 헤쳐 나가며, 내면의 불을 다시 지피는 절대적인 법칙이, 다음 한 걸음을 내딛게 만들었다.

​

507쪽. 작은 벽돌 한 장 같은 두께.

절벽은 나이도, 성취도 가리지 않는다. 다만 그 안개를 어떻게 지나왔는지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책이 던지는 질문

책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당신은 어떤 책임을 짊어질 텐가.

​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래 멈춰 섰다. 짐 콜린스가 34명의 인생을 절벽과 안개로 나눠 들여다본 책,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붙잡은 건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다. 책임이었다.

​

당신의 인코딩과 가장 깊이 맞닿아 있는 책임은 무엇인가. ​제한된 시간 안에서 당신은 어떤 책임을 선택할 것인가.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거울 앞에 세웠다.

​

절벽은 화재 경보에 놀라 깨는 순간과 닮았고, 안개는 알람 없이 서서히 눈을 뜨는 과정과 닮았다고 책은 말한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전환도 늘 그런 식이었다. 언제 바뀌었는지는 나중에도 짚어내기 어려웠다.

​

책임 없는 삶에 안주하는 순간, 불꽃은 이미 사그라들기 시작한다는 문장도 오래 맴돌았다. 스스로 선택했다고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결국 책임은 책임이다.

​

성공은 화려하게 조명된다. 그 뒤에 남는 책임의 무게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참정권을 얻은 두 여성 운동가도, 결국 길을 갈랐던 건 재능도 운도 아닌 자기 안의 인코딩을 얼마나 책임지고 써냈느냐였다.

​

오래전 심어두고 돌보지 못한 씨앗에 다시 물을 주는 회귀. 그게 다음 불꽃을 찾는 실마리라던 대목도 잊히지 않는다.

​

나 역시 지금 짊어진 책임들을 다시 세어본다. 무겁다고만 여겼던 그것들이, 어쩌면 내 불꽃을 꺼지지 않게 붙잡아온 손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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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
길군(길상훈) 지음 / 밥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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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고객은 상급자다.

​

≪앵그리 보스≫ 길군 작가를 2023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번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그 보완판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

사람을 움직이는 힘, 곧 '권력'을 파헤치는 책이다.

상급자, 하급자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고, 그 전쟁터를 어떤 마음으로 버텨낼지까지 짚어준다.

​

여전히, 재미있어 위험한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인과응보를 깨닫는 순간,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특히 우리가 하는 일에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인과응보를 깨닫지 못할 때 일은 대부분 '밥벌이', 즉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그친다. 하지만 인과응보를 깨닫고 경험할 때 일에서 진정한 기쁨과 보람,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타인에게 행한 선행이 그 이상의 보상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매 순간 경험하기 때문이다. p70

​

먼저 오피스 빌런을 분별할 수 있는 강력한 기준을 제시했다. 상급자들의 기준은 '책임', 하급자들의 기준은 변화, 즉 '성장'이었다. p104

​

오피스 히어로는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한 사람이다. 오피스 히어로는 고난과 시련으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이며, 그 사실을 타인을 존중하는 말과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p226

총평

나는 왜 빌런 옆에서 20년을 버텼을까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히어로 스톤이 뭔지 다시 읽다가, 손이 멈췄다.

​

식충이. 불사조. 거북이. 삽질맨. 폭스맨

​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이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법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

예전에 같은 저자 길군 작가의 『앵그리 보스』를 읽었다. 권위는 부리는 게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라는 말에, 웃다가 밑줄 긋다가를 반복했던 책이다. 그 저자가 이번엔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이라는 보완판을 냈다. 죽이고 싶은 상급자를 향한 관찰이었던 전작이, 이번엔 조직 전체의 인간 유형표로 넓어졌다.

​

책은 상급자를 네 단계 빌런으로 쪼갠다. Lv.1 식충이는 멍청하고 게으르다. 책임을 손에 쥐어본 적이 없어서, 그저 자리를 지킬뿐이다. Lv.2 불사조는 멍청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그가 지나간 자리엔 성과만 남고 사람은 타 없어진다. Lv.3 거북이는 똑똑하고 부지런하지만 방향이 틀렸고, Lv.4 삽질맨은 똑똑한데 게으름을 전략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히든빌런 폭스맨, 실력보다 포장이 앞서는 부류가 마지막에 슬쩍 끼어든다.

​

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재미있는 유형 분류집이었을 것이다. 책이 진짜로 무서워지는 지점은 따로 있다. 성장하는 척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기준이다. 고난을 줬을 때 순순히 시도하고 노력하면 성장하는 사람이고, 불평만 하거나 시키는 것과 다르게 해오면 위장하는 사람이라는 문장. 위장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조직은 겉으로는 멀쩡한 채 속부터 썩는다.

​

애착 유형 비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안정형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큰다. 불안형은 존중해 줘도 스스로를 못 믿어 자꾸 흔들린다. 회피형은 자신만 사랑해서, 본인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에야 겨우 자란다. 두려움형은 자신도 남도 믿지 못하는, 가장 어려운 경우다. MBTI로 치면 경계에 걸친 사람을 억지로 E나 I로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식충이도 환경이 바뀌면 불사조가 된다. 유형은 고정된 딱지가 아니라 지금 더 가까운 쪽일 뿐이다.

​

20년이다. 회사를 그만큼 다니는 동안 멘토라 부를 만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책에서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며 알게 된 건 멘토의 부재가 아니었다. 빌런과 거리를 못 둔 내 쪽의 습관이었다. 불사조가 태우고 간 자리엔 반드시 일명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상급자)가 온다는 문장에서 뜨끔했다. 똑게는 적어도 들을 줄은 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만큼 자신도 존중받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 앞에서는 마음을 놓고, 불사조 앞에서는 이상하게 계속 곁을 지켰다. 어떻게든 도우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으면서.

​

거리를 둬야 할 사람과 조금 곁을 내줘도 될 사람. 그 구분을 안 하고 살았다는 게 이번 책의 진짜 충격이었다.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삼자, 이를테면 식당 아르바이트생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드러난다는 문장도 그래서 유독 오래 남았다.

​

영웅이 되지 못해도 된다.

빌런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것. 이 책이 나에게 준 건 그 한 걸음이었다.

책이 던지는 질문

버티라, 그 고난의 중심, 싸움의 한복판, 뜨겁게 불타는 그 지옥을 떠나지 말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버텨라. p97

사직서를 쓰다가,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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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사회복지 3년차였다. 활동보조인 채용 공고 하나 올렸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청탁이 쏟아졌다. 그중 은행 지점장 출신이라는 지원자가 있었는데, 면접 내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활동보조라는 일에 대한 마음보다 사업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먼저 보였다. 나는 채점표에 점수를 매겼을 뿐,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권한조차 없는 실무자였다.

​

그런데 떨어지고 나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

서울에 있다는 높은 사람,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까지 동원해서 전화가 왔다. 담당자를 자르라고. 고소장이 날아왔고, 기관 최고관리자에게도 여기저기서 압박 전화가 걸려왔다. 인사권도 없는 3년차 실무자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일치고는, 너무 컸다.

​

당신이라면 두 달을 버틸 수 있었을까.

​

민원과 고소에 지친 기관장이 주말에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사직서를 쓰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조건 세 가지를 들이밀며 나를 악인 취급했다. 나를 믿어주지 않는 곳에서 더 버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울면서 사직서를 써 내려가던 그 순간, 사무국장이 오늘은 그냥 가라며 나를 내보냈다. 기관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가지만 사직서 쓰라고 이야기할 테니 기다리라고.

​

그 한 달 사이, 대상포진이 왔다. 스물일곱 몸에.

6개월을 앓았다.

​

그만두려고 마음을 굳히고 준비하던 어느 날, 억울함이 올라왔다. 인사권도 없는 실무자를,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이 주변 힘을 빌려 협박한다는 게 참을 수 없었다. 뿌리내린 곳에서 꽃을 피우겠다던 다짐이 떠올랐다. 이대로 물러나면 평생 억울할 것 같았다. 버티기로 했다. 진실은 밝혀질 거라 믿었다.

​

정직하게 일한 대가가 이거라면, 계속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

버텼다. 끝내 고소는 취하됐고 민원도 정리됐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낙방한 자존심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과도 받았다. 전해 들은 말이었지만.

​

그 두 달, 대상포진과 함께 보낸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

이기는 싸움보다 지지 않는 싸움이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더 필요한 덕목이라는걸. 오피스 빌런은 어디에나 있다. 업무 능력보다 잦은 만남과 매끄러운 소통으로 승진 기회를 얻는 상급자를 보며, 정직하게만 일하면 된다던 믿음을 접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려면 버티는 끈기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

인생에서 재능보다 중요한 건 끈기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장도연이 스스로에게 건다는 주문, "다 X 밥이다."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자기 속도로 살아가려면 저마다의 주문 하나쯤 필요하다.

​

진짜 나를 위해 애쓰는 사람은 악플 달 시간도, 남 욕할 시간도 없다. 노하우 연마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니까.

​

그 두 달, 나는 히어로 스톤 하나를 몸에 새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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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훈 2026-07-1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잌후 안녕하세요, 길군입니다!
이렇게 다시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
개정판이라 재미가 덜하셨을 텐데 죄송해요ㅜ예스24에서 먼저 보고 냉큼 불펌해갔습니다.
리뷰를 보며 순간 할 말을 잃었었습니다. (정말 잘 버텨내셨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도 결국 이겨내시고 꽃을 피워내셨네요)
맞습니다, 진실은 항상 이깁니다.
˝그 두 달, 나는 히어로 스톤 하나를 몸에 새긴 셈이다˝
라는 문장은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진심 고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