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병순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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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앤터니 비버 지음

이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문제는 앤터니 비버가 아니라

'김병순 옮김' 이다.

 

 한국 번역, 출판 시장의 특징을 내가 알지는 못하지만,,

이런 류의 책을 밀리터리에 전혀 관심없는 번역가에게 맡긴다는게 이해가 안간다.

 

그냥 열어본 정도인데

벌써  난리도 아니다.

대전차 기관포??? P296  

독일군 이야기인데 도대체 원문에 뭐라고 써있기에 이런 번역이 튀어나오지??  대전차용으로 쓰일만한 무기들.. 대전차'포', 대전차'무반동포'(판저파우스트)

대전차 '로켓'(판저슈렉), 그외에도 유탄, 라이플, 지뢰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독일군 보병여단에서 대전차용으로 사용한 것 중에

'기관포'랑 헷갈릴만한 물건이 과연 있을지 진짜 궁금하다.

 

 

 그외에 영국군이 브랜건 캐리어로 추정되는 차량에서(도대체 돈내고 산 책.그 돈의 일부는 번역가에게 갔을텐데  왜 추정까지 해가며 읽어야하게 번역을 하느냐 말이야...)

또 '대전차기관포'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국군이니까 아마  보이스 대전차소총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해본다 .

 

   그리고 브렌건 캐리어 같은것은 그냥 고유명사로 쓰고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설명을 달아놓는게 맞지 않을까??

자기가 모르는 단어니까 아무도 모르는줄 알고

'브렌 경기관총을 장착한 차량'어떨때는 ' 브렌 경기관총을 탑재한 수송차'이라고 번역을 해놓으면 어쩌란 말이야..

 

 

 

그중 밀리터리를 모른다고 해서 용서가 되는게 아닌 

그냥 무식& 성의없어서 생긴 오역도 있다.

 

-> "휘발유가 아닌 디젤을 쓰는 셔먼 전차는 포탄을 맞으면 불길에 휩싸이기로 악명이 높았다." p301.

이게 대체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물론 영국군 이야기니까 디젤을 쓰는 셔먼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디젤이니까 더 불이 잘붙는다는 것은 당최 앞뒤가 안맞는 말이므로

성의없이 번역하다가 디젤과 휘발유를 거꾸로 문장에 삽입했다고 추측된다.  

 

 

 판저 마이어를

'장갑차 마이어' p293 라고 하는 것은 정말 2차대전에 쥐꼬리만큼도 관심이 없는 번역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B-24 전폭기 ??? P151

미공군???  P156 . 1944년에  미 공군이라. 뭐 이건 저자가 그냥 편의상 이렇게 썼을 가능성도..

 

포탄과 폭탄은 당연히 전혀 구별이 안되고 사용되고 있고

 

 그중에서 압권은 단연코 '토우 대포'(P568)다. 맥락상, 견인식 포를 가리키고 있는데, 번역자는

 그것을 자기도 어디서  주워들어본 토우 미사일  쯤으로 생각했나보다. 

 

P572에는 "50구경 기관총을 들고 뒤에 서있는"이란 문장도 있다. 지프차에 있었으니

'들고'있은게 아니라 거치되어있었겠지..지프에 MG 50을 거치하고 쏘려면 서야 하니까

원문에는 어쨌든 서있다는 표현은 있었겠지만, '들고'란 말은 수상하다.

  설사 영어표현상 '들고'라고 번역하는게 가능한 문장이었다  하더라도,  누가 50구경 기관총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가 쏠수 있겠나..

 "50구경 기관총을 붙잡고 뒤에 서있는" 이라고 번역을 해야겠지

 

 

근데

판저파우스트를 '판져파우스트 로켓포'라고 하는 것과

독일 장성이 포위당한상태에서 비상식량으로 버티는 것을 보고 K-ration을 먹는다고 표현하는 것 보니

저자도

세세한 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노르망디 상륙에 대한 역사적이고, 장기적이고 인간적이고 어쩌고한  시각을 제공하면 되었지

"대전차 기관포" 따위 밀덕스런 꼬투리 잡기라고 할 사람도 있겠으나

 어쨌던 읽던 기분이 확 잡쳐버려서 일단 중단.

 

 

 

  마지막으로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되도않은 감상적 평화주의를 역설하고 있다.(전쟁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할말이 그렇게 많으면  번역을 하지말고 당신 책을 쓰라구..-_-) 

 그리고 가장 어려웠던게 프랑스어 지명을 옮기는 거였다고 한다 .

 내가 보기엔 본인이 뭘 제일 삽질을 하고 있는지도 끝내 모르고 넘어간거 같다.

 

P.S. 나도 밀덕이 아닌 사람들의 상태를 이해하는 '상식'있는 사람이다.

 구축전차, 전차구축차, 돌격포같은 것을 마구  섞어쓰는 것 정도는 전혀 괘념치 않아준다.

 보아하니  이건 원저자도 대강 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그것도 아니라면 번역자가 자기 책 내에서 용어 통일도 한번 안해보고  마구 사용한게 되는데..

그렇다면 밀리터리 관심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성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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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2-01-04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보니 '대전차 기관포'가 'anti-tank guns'로 나와 있네요(원서 174페이지). 이걸 왜 '기관포'로 번역했는지 저도 이해불가입니다.

blueyonder 2012-01-0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발유가 아닌 디젤을 쓰는 셔먼 전차'는 의심하신 것이 맞네요. 휘발유와 디젤을 바꿔서 번역했습니다.
 
디데이 -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병순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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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오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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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하야미 라센진 지음, 진정숙 옮김 / 길찾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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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기들이 다 병身 같은데 尊나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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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심리학
데이브 그로스먼 지음, 이동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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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매우 우연한 기회였다. 지난 2008년 일본의 밀리터리 만화가인 고바야시 모토후미 화백의 만화책 《무기와 폭약》을 보았는데, 그 책의 저자후기에 이 책이 소개되어 있었다. 아니, 그 저자후기 전체가 이 책의 독후감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이 책에 대해 길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 글을 보고 이 책에 대해 매우 큰 흥미를 느꼈다. 어떤 책인지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크게 실망도 느꼈다. 당시만 해도 이 책이 일본에서는 번역되었는데(번역명 ??における「人殺し」の心理?, 역자 安原和見)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슬슬 잊혀져 갈 때쯤 너무나 놀랍게도 이 책이 한국어판으로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동류 인간을 죽이기 싫어한다는 전제로부터 이 책을 시작한다. 그러나 인간은 한편으로 ‘살인에 관련된 사업’인 전쟁 또한 끊임없이 해왔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전시에조차 적을 향해 제대로 사격을 가하는 병사들의 비율이 20%가 안 넘더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병사가 살인을 싫어하는 마음을 극복하고, 전시에 적을 향해 제대로 사격을 가하게 하기 위해 미군은 실전과 가급적 똑같은 환경에서 사격훈련을 할 수 있는 사격훈련 프로그램과 시설(한국군 용어로는 ‘자동화 사격장’이라고 한다)을 개발했다. 그 결과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의 사격비율은 무려 90~95%까지 올라갔다.

 

또한 한편으로 미군은 베트남 전쟁 때부터 인사 배치의 효율화와 합리화를 추구해왔다. 과거의 전쟁, 예를 들면 제2차 세계대전 같은 경우 병력의 기초훈련과 전선 투입, 철수는 철저히 부대, 최소한 중대 단위로 이루어졌다. 병사가 기초훈련을 함께 받은 훈련소 동기들과 모두 함께 같은 날짜에 전쟁터에 갔다가 역시 모두 같은 날짜에 귀국한다는 얘기다. 부대원 간의 결속력이 크게 증대되는 심리적 효과는 있다. 그러나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기초훈련을 마친 신병을 개인 단위로 전지인 베트남에 보내고, 일정한 파견 기간이 끝나면 역시 개인 단위로 귀국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병사를 그저 수치적 전투력으로만 파악되는 ‘자원’으로 여기는 시각으로 보면 이만큼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제도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병사들간의 결속력과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이라는 무형의 이득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전쟁터에서의 살인이라는 극한 체험에 따르는 후유증과 결합하여 전쟁 후 PTSD 환자의 대량발생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미국 사회를 강타했다.

 

저자는 이로부터 미국 사회의 폭력 증가의 원인을 찾는다. 미국 사회는 베트남 전쟁기에 군인들을 훈련시켰던 방법과 원리상 차이가 없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살해에 대한 저항감을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묻지마 식의 가혹한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매체, 일인칭 슈팅 게임(FPS), 광선총 사용 슈팅게임(LGS) 등이 그 구체적인 수단인 ‘살인 시뮬레이터’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미디어와 게임은 물론 무기 보유의 자유를 규제해야 미국 사회의 폭력이 감소될 것이라고 하면서 논의를 마친다.

 

내가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저자의 주장이 한국의 현실과 의외로 꽤 잘 오버랩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21세기인 지금도 군사 개발독재 시대의 망령이 이 나라 사람들, 특히 기성세대의 머릿속을 지배한다고 믿고 있다. 군사 독재정권은 전국을, 그리고 전국민의 마인드를 병영화시켰다. 그것은 북한과 절대 빈곤이라는 두 상존하는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취약한 정통성을 숨기고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면모가 가장 유감없이 드러난 것은 이 나라의 교육계였다. 아직까지도 이 나라의 10대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는 공부, 그것도 인간과 세상의 의미를 탐구하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라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 나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공부 뿐이다. 그리고 공부를 가르치는 방식도 철저히 군대식이다. 가르쳐준 답을 시험에서 맞추지 못해 성적이 시원찮은 자에게는 ‘사랑의 매’를 빙자한 ‘무제한의 군대식 기합과 구타, 가혹행위’가 가해진다. 아이들은 이러한 ‘조건형성’을 통해 친구들과(아니, ‘대학입시 경쟁자’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무한경쟁만을 할 줄 아는 ‘원자화된 문제풀이 전사’로 변모하게 되고, 덤으로 폭력을 통해 문제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하지만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를 이루기 위한 소통, 화합, 우정, 예절 같은 덕목들은 일절 배우지 못한다. 그리고 감수성 예민한 10대에 몸에 익힌 이러한 생활태도는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늘날 한국 10대, 아니 더 나아가 산업화 이후 모든 세대가 겪는 폭력, 일탈, 정신적 문제의 상당 부분은 오직 학업성적만을 강조하며 그 외에 모든 것을 경시한 교육과 사회 분위기에 기인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저자는 비록 미국인이지만 그의 경고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저자의 의견을 더욱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1990년대~2000년대 들어 시작된 한국 영화계의 심상찮은 분위기이다. 바로 이 시기부터 묻지마식 엽기적 범행을 저지르는 잔혹한 캐릭터, 또는 악당에게 초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법집행기관 요원 캐릭터들이 충무로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그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주유소 습격사건>의 주인공들, <쓰리 몬스터>의 유지호(이병헌 분)나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설경구 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박창이(이병헌 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저자도 지적한 '1970년대부터 미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폭력적 주역 캐릭터'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공공의 적>의 강철중은 뭘로 봐도 한국판 <더티 해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한 시대의 대중문화는 그 시대 사람들의 집단 의식 및 무의식을 대표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한국의 미래는 심히 염려스럽다. 이제 우리도 1970년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철군하면서 앓았던 폭력 바이러스를 앓을 차례가 된 것인가?

 

하지만 이 책에서 나타난 저자의 주장 중 일부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그의 결론, 즉 “폭력적인 미디어가 사회의 폭력 발생을 부추긴다” 라는 주장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대중문화는 그 문화를 낳은 사람들의 집단 의식 및 무의식의 소산이다. 때문에 대중문화는 사회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주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즉, 대중문화와 사회는 상호영향관계이다. 이유없이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는 캐릭터가 인기 있는 것은 그만큼 대중이 이유없는 잔혹한 폭력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초법적인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캐릭터가 인기 있는 것은 그만큼 법의 권위가 실추되어 법을 지켜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세상에 대중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대규모 폭력 사태인 지난 1992년 LA 흑인 폭동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폭동을 일으킨 직접적 원인은 백인 경찰이 흑인 청년인 로드니 킹을 가혹하게 구타한 것이었다. 그리고 간접적 원인은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퍼져 있던 인종 갈등이라는 사회적 문제였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단순히 미디어만이 인간의 폭력 사용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더욱 근본적인 사회적 불화와 모순이야말로 인간의 폭력 사용을 더욱 더 강하게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러한 점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

 

또한 이 책을 접한 군대와 법집행기관의 일부 간부들은 자신들의 이론적 및 현장 경험에 비추어, 저자 연구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1년 8월, 당시 미국 경찰정책연구회 의장이던 토마스 J. 아베니는 저자와 이메일을 통한 수십 차례의 논박을 치르며 이 책의 정확성을 맹비난하기도 했다(원문은 http://www.theppsc.org/Grossman/Main-R.htm을 참조하라). 저자의 주장과 아베니의 주장 중 어느 쪽이 더욱 진실에 가까운지는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할 문제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저자도 인정했듯이) 살해학이 더욱 완전한 모습으로 커 나가기 위한 통과의례일 수도 있다.

 

아무튼 앞으로도 그로스먼의 저서를 포함해 이 분야에 관련된 책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기를 바란다. 저자의 말마따나 죽음과 살해는 생각하기조차 섬뜩한 일이지만, 동시에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상에 알아야 할 가치가 없는 지식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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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브 브라더스
스테판 앰브로스 지음, 신기수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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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에 나온 이 책의 초판본을 보고, 너무나 어이없는 군사용어 번역에 헛웃음이 나왔다. 필자는 당시 이런 글을 썼다.


 

기관단총(sub machine gun)과 경기관총(light machine gun)을 헷갈리는, 비교적 ‘애교로 봐 줄 수 있는’ 오역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러분은 도대체 ‘반자동 기관총’이나 ‘톰슨 45구경 캐리버 경기관총’이라는 이름의 무기체계를 구경이나 해 본 적이나 있으신지? 기갑, 전차를 다 의미하는 독일어 panzer의 적당한 용례와 해석예를 몰라서인지 ‘팬저여단’ ‘적의 팬저들이 몰려온다’식의 글이 적혀있고, 타이거 I 사진에 ‘타이거 로열-이것도 로열 타이거, 즉 킹타이거의 오기로 짐작되지만-‘이라는 주석을 붙여놓거나, 카빈 소총 사진에 ‘M1 개런드’라는 주석을 붙였다던지 하는 식으로, 그림과 글이 따로 노는 것도 여러 번 봤고, ‘MG-42가 9밀리탄을 분당 750발씩 사격하고 이 총이 개량되어 MG-34가 되었다(!)’하는 식의, 사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주석을 태연히 적어놓은 것은 그 중에서도 정말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 했다. 철십자 훈장을 의미하는 영어 cross of iron을 몰라서 ‘철제 십자가’라고 번역해 놓은 곳도 있었다. 이것 외에도 2차대전 기본상식만 있다면 발견할 수 있는 버그가 여러 곳이 있지만 일일이 다 적지는 않겠다. 드라마의 명성을 믿고 뛰어난 번역상태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큰 실망이었다. 


 

이런 글을 쓰고 나서 8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 책이 개역이 돼서 새로 나왔다고 했다. 그래도 2002년판에 비해서는 번역이 나아졌겠지 하는 기대감에 한번 비교해 보고자 2002년판을 들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9mm 탄을 분당 750발씩 쏘는 MG-42와 그 후계기종인 MG-34', 그리고 '톰슨 캘리버 45구경 반자동기관총', '팬저여단', '타이거 로열' 등은 2010년판에도 그대로 나온다! 물론 2002년판의 '연료전차'를 '연료탱크'로 고치거나, '철제 십자가'를 '철십자 훈장'으로 고치는 등 일부 나아진 부분도 있긴 하지만 2002년판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 몇 군데만 골라 부분 검수해본 결과 고쳐지지 않은 번역오류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2002년 이래 번역의 오류를 바로잡을 시간이 무려 8년이나 있었다. 정 번역자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이 안 되었다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시간도 충분했을 터이다. 아무리 출판계가 어렵다지만 정말 이래도 되나? 

 

리뷰를 쓰고 나니 누가 '친구 없는 오타쿠'라고 하는데...

이 책의 번역은 군사적인 지식 및 전문용어 번역을 차치하고서라도 충분히 졸역이다.

필자가 서문 1페이지를 리뷰한 내용을 아래에 올릴 테니 읽고 판단하시라.



밴드 오브 브라더스 번역 비평



이 글은 한국어판 <밴드 오브 브라더스>(스티븐 앰브로스 지음, 신기수 옮김, 코리아하우스 2010년 출간)의 번역 품질을 비평하기 위해 작성된 글이며, 원문 관련 각종 사항은 Stephen E. Ambrose, Band of Brothers, Simon & Schuster, 2001을, 번역문 관련 각종 사항은 앞서 말한 한국어 번역서를 기준으로 삼았음을 밝힌다.



*일단 헌사 번역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원문: To all those members of the Parachute Infantry, United States Army, 1941-1945, who were the Purple Heart not as a decoration but as a badge of office.

번역문: 훈장이란 의미를 넘어 참군인의 상징으로 ‘Purple Heart’를 받은 1941년부터 1945년, 미합중국 육군 공수부대원들 모두에게 바칩니다.

비평자 코멘트: office에 언제 참군인이라는 뜻이 있던가? 게다가 ‘1941년부터 1945년’이라는 표현도 대단히 어색하다. 필자라면 약간의 의역을 섞어 이 문장을 이렇게 번역하겠다.

추천 번역문: 1941년부터 1945년 사이에 복무했던 모든 미 합중국 육군 공수부대원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엄청난 희생을 치른 그들에게 전상장은 누구나 갖고 있던 신분증일 뿐, 절대 훈장이 아니었습니다.



*지도에 나오는 지명이 일절 번역되지 않았다. 알아서 보라는 뜻일까?



*원서의 색인(Index)이 번역되지 않았다.



*들어가는 말(Foreword)부터 오역 투성이이다.



원문(13p): They got a lot of attention from visitors, members of board, reporters, TV cameras-the works.

번역문(14p): 그들의 방문은 주위의 관심을 끌었는데,

비평자 코멘트: visitors, members of board, reporters, TV cameras가 일절 번역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They는 the works, 즉 행사를 의미한다.

추천 번역문: 그 행사는 방문객들, 행사 진행위원들, 기자들, TV카메라맨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원문(13p): There were thousands of World War II veterans at the various events-most of all in a two mile long parade where they rode in army trucks, waving to the hundreds of thousands of people lining the streets, may holding signs they said, simply, "Thank you," others holding up the front page of New Orleans Times-Picayune from V-E Day or V-J Day.

번역문(14p): 그곳에서는 수천 명의 참전용사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용사들은 군용트럭을 타고 약 3km에 이르는 퍼레이드를 하였고, 연도에 늘어선 사람들은 뉴 올리언즈 타임즈의 표지를 장식했던 대독전(代獨戰, V-E/Victory Europe)과 대일전(代日戰, V-J/Victory Japan) 승전을 알리는 푯말과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진 판을 들고 환호했다.

비평자 코멘트: 딴 건 그렇다 쳐도, 용어 설명에서 한자 표기 및 해설까지 틀렸다. 원어의 V-E Day 및 V-J Day는 각각 Victory in Europe Day, Victory in Japan Day의 약자이며, 유럽전쟁 승전 기념일, 태평양전쟁 승전 기념일 정도로 번역되어야 옳다. 게다가 대일전 및 대독전의 대는 代가 아니라 對이다.

추천 번역문: 수천 명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이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그들 중 대부분은 군용트럭을 타고 3km가 넘는 행렬을 지어 퍼레이드를 벌이며 거리를 따라 늘어선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구경꾼들 중 많은 사람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유럽전쟁 승전, 또는 태평양전쟁 승전 내용을 담은 뉴 올리언즈 신문 <타임 피카윤> 지의 제1면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원문(13p): It was the biggest military parade-bands, marching units, reenactors, fly overs, and, of course, veterans-since World War II.

번역문(14p): 이는 지금까지 그 어떤 군사행렬보다 큰 규모였으며, 붕대를 감고 당시 군복을 입은 배우들과 커다란 풍선까지 동원되어 장관을 연출했다.

비평자 코멘트: 어떻게 해석하면 ‘bands, marching units, reenactors’가 ‘붕대를 감고 당시 군복을 입은 배우들’로 해석되는 걸까?

추천 번역문: 군악대, 도보부대, 역사 재현가, 축하 비행, 그리고 물론 참전용사들까지 어우러진 이 행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분열식이었다.



원문(13p): When a group of rangers marched by, Tom leaped out of reviewing stand to shake their hands and ask for photographs

번역문(14p): 특히 의 주인공 레인저 부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톰 행크스는 사열대를 뛰어내려가 그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함께 사진 찍어줄 것을 요청했다.

비평자 코멘트: ‘의 주인공’에 해당되는 말은 원문에 없다.

추천 번역문: 레인저 부대가 행군해 오자 톰은 사열대에서 뛰어내려 그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원문(13p): Steven also went up to veterans to ask for auotographs and photographs.

번역문(14p): 스필버그 역시 뒤따랐다.

비평자 코멘트: 스필버그가 레인저 부대원들이 아닌 참전용사들의 사인과 사진을 요구했다는 원문의 내용은 번역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추천 번역문: 스필버그 역시 참전용사들에게 달려가 사인을 해 주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원문(13p): They sent me scripts for each episodes.

번역문(p): (번역하지 않았다)

비평자 코멘트:

추천 번역문: 그들은 내게 각 화의 대본을 보내 주었다.



원문(13p): They paid attention to my comments and suggestions-although I must say that in no way am I a scriptwriter.

번역문(14p): 본인은 비록 그 드라마의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요청에 의해 원고와 주연배우들에 대한 나의 조언을 충분히 반영해 주었다.

비평자 코멘트: 원문과는 지극히 동떨어진 번역문이다.

추천 번역문: 나는 비록 드라마 극본작가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나의 조언과 제언에 귀를 기울였다.



원문(13p): I know how to write books, not how to make a series or a movie.

번역문(p): (번역하지 않았다)

비평자 코멘트:

추천 번역문: 나는 책을 쓰는 방법은 알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법은 모른다.



원문(13p): They also sent scripts to the leading personalities in the story.

번역문(p): (번역하지 않았다)

비평자 코멘트:

추천 번역문: 그들은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들에게도 대본을 보내 주었다.



원문(13p): Even more, the actors began calling the men they were portraying. How did you feel, they would ask, after this or that happened? Did you smile? Were you elated? Were you depressed? And more.

번역문(14~15p): 해당 배우들도 배역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전화를 하며 당시의 상황과 느낌을 물어보기도 했다.

비평자 코멘트: 차와 포를 너무 많이 떼었다! 이 정도면 번역문이 아니라 차라리 요약문이다.

추천 번역문: 더구나, 배우들도 자신이 연기하는 실존 인물들을 찾아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벌어진 후에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이 때는 미소를 지으셨나요?” “이 때는 신이 나셨나요?” “우울해 하셨나요?” 등의 것들을 물어 보았다.



원문(13p): I've already told, in the Acknowledgements of this book, how I came to write about Easy Company.

번역문(15p): 내가 어떻게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는가는 이미 책에서 소개하였다.

비평자 코멘트: 역시 차와 포를 너무 많이 떼었다.

추천 번역문: 내가 이지 중대에 대한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책의 ‘감사의 말’ 부분에서도 다루고 있다.



원문(13p): Tom and Steven read the book and decided to make a series out of it, but things weren't quite that simple.

번역문(15p): 행크스와 스필버그는 이 책을 읽고 곧바로 드라마 제작을 결정했는데,

비평자 코멘트: but things weren't quite that simple. 부분이 번역되지 않았다.

추천 번역문: 이 책을 읽은 행크스와 스필버그는 이 이야기에 기반한 드라마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간단하게 풀려주지 않았다.



원문(13p): First of all, there are hundreds, indeed thousands, of books on World War II.

번역문(p): (번역하지 않았다)

비평자 코멘트: 이쯤 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추천 번역문: 우선,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은 수백 권, 아니 수천 권이나 있다.



*총평

원서의 제13페이지, 그러니까 들어가는 말의 첫 페이지 번역에서만 제대로 번역되었다고 볼 수 없는 문장 또는 누락된 문장이 무려 13개나 나왔다. 원서의 제13페이지에 적힌 한 문장으로 볼 수 있는 글 덩어리의 개수는 채 20개가 안 된다. 특히 원문의 내용 누락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원고 첫 부분에서만 이쯤 되면 나머지 부분은 더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 비평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번역자인 신기수 씨는 2002년에도 박순채 씨와 같은 책을 공역하였으며, 이번 2010년판에는 “...공동번역으로 인한 상이한 문체라든가 이름, 관점 등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꽤 정리했다. 또한 부끄럽지만 오역부분도 다시 검토하여 수정하였다.(번역서 343p)”라고 했는데, 이게 대체 어디를 봐서 그만큼 고친 원고란 말인가?

리뷰한 부분에는 나오지 않지만 비평자가 스팟 체킹한 결과 각종 군사용어의 오역(9mm탄을 쏘는 MG-42, 톰슨 45구경 캘리바 반자동기관총, 타이거 로열 등...)도 2002년판과 거의 차이가 없던데, 도대체 뭘 믿고 독자들에게 이걸 ‘개역판’으로 봐 달라는 것인가?

지난 2002년판을 보고 어떤 독자가 이런 평을 남겼다. “원서와 드라마에서 느낀 감동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번역본”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서문 부분을 비교해 보니 2002년판과 2010년판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한국의 독자들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진정한 감동을 느낄 기회를 이렇게 박탈당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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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선이입니다 2025-02-0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사실이면 그냥 오역 수준이 아니고아에 다른 책을 창작한건데요?심각하네

케로로 2025-02-02 17:20   좋아요 0 | URL
이런 꼴 보기 싫어서 종이 장사판에 뛰어들었는데, 아직도 이런 문제가 개선이 안 되고 있습니다. 참 한심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