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리얼리티 - 전직 함장이 들려주는 진짜 잠수함 이야기
최일 지음 / 행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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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적 매달 읽을 정도로 열독하던 군사 잡지 읽기를 관둔지가 꽤 오래 되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원인은 그 잡지들의 기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문가 코스프레를 하는 게 뻔히 보여서였다.


물론 군사라는 분야의 소분류는 실로 다양하고, 그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기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걸 아는 척 해서도 안 된다.


특히 군은 그 특성상 공학적, 경영학적, 인문학적으로 높은 안목을 가져야 하는데, 최근 군사잡지 기사 보면 그냥 메이커의 카탈로그 및 보도자료 베낀 티가 너무 났다.


군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더라도 "**전투체계의 작동 주파수는 **헤르츠이므로..." 하는 식으로 떠들어 봤자, 알아먹을 사람은 극소수다. 그리고, 쓴 사람이 그거 제대로 이해하고 쓴 느낌도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해군에서 실제로 잠수함 함장까지 지낸 사람이, 국민들에게 잠수함을 알리고자 하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집필했다.


때문에 설명 수준과 지향점이 철저히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고, 그러면서도 엉터리로 설명한 부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일반인을 상대로 한 책이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인 내용은 없다. 그러나 배라는 물건의 복잡성을 안다면, 이 책에 열거된 내용만 제대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부 신간 군사 서적이 1990년대 책만도 못한 수준으로 나와 욕을 먹고, 군민간의 지독한 거리감이 문제시되며, 그 와중에 나라를 지킬 청년층의 수까지 저출산으로 크게 줄어드는 게 2020년 한국의 안보 현실이다.


단순한 잠수함에 대한 기초 지식 뿐 아니라, 군과 민 간의 거리를 좁히고, 잠수함, 더 나아가서는 모든 전투병기를 문화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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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타포 - 히틀러 비밀국가경찰의 역사 KODEF 안보총서 43
루퍼트 버틀러 지음, 이영래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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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다 '친위 원수'라는 표현을 봤다. 나치 친위대의 최고 지도자이며 독일 경찰장관을 겸한 하인리히 히믈러의 친위대 계급, 즉 원어로는 Reichsfuhrer-SS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 표현을 보고 나는 좀 기가 막혔다. 원수(元帥)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서 이런 표현을 썼을지 궁금해서였다. 그리고 이 표현은 분명 번역한 이영래 씨가 지어낸 표기가 아니라,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아마도 이 책의 번역을 감수했을 군사번역가 김 모씨가 마음대로 지어낸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었기에 더더욱 기가 막혔다.

 

원수란 사전에도 나와 있듯이, 장관급 장교 중에서도 최고 계급을 가리킨다.

 

하지만 별 상관없는 책에서 스쳐지나가는 내용도 아니고, 친위대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을 번역하면서 Reichsfuhrer-SS를 친위 원수로 번역했다면, 그건 엄청난 오역이고, 자신이 무슨 내용을 번역했는지도 모른다는 걸 실토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해 Reichsfuhrer-SS를 친위 원수로 번역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독일의 친위대는 엄밀히 말해 '군대'로서 창설된 조직이 아닌데다, 창설 및 성장기에 독일 국방군과 활발한 교류도 없이 만들어진 나치당 내의 조직이기 때문이다.

 

독일 친위대는 나치당의 당수인 히틀러의 개인 경호를 위해 나치당 돌격대 내의 일부 인원을 빼내어 1923년에 창설된 슈타스 트루프를 그 모체로 한다. 그리고 친위대라는 명칭도 1925년에야 부여되었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군사력이 부여된 것은 아무리 일찍 잡아도 1933년, 요제프 디트리히가 무장친위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특수부대 베를린을 창설하면서부터였다. 이들을 모체로 성장한 친위대 전투부대는 1939년 8월에야 독일군 최고사령부의 작전 지휘계통 하에 들어갔고, 그 총병력은 당시 고작 사단 규모에 불과했다.

 

이렇게 본격적인 군대가 아닌, 나치당 내의 하위조직으로서 태어나고 길러졌기 때문에 친위대는 여러 면에서 국방군, 특히 육군과 상이한 문화를 가질 수 밖에 없었는데, 위관급 장교의 계급명 하나만 보더라도 육군은 소위-중위-대위이지만 친위대의 해당 계급은 하급중대지휘관-상급중대지휘관-고급중대지휘관으로 호칭되었다.

 

물론 이후 무장친위대가 육군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에 본격적 전투부대로서 뛰어들면서 친위대의 계급호칭도 육군식의 영향을 많이 받아 바뀌게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선의 이야기이다. 일선의 친위대의 성격은 바뀌었지만 그들의 총수인 하인리히 히믈러의 성격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위대의 최고지도자인 하인리히 히믈러는 히틀러의 정치 동지로서, 나치당 내에서 괴링과 함께 권력서열 2~3위를 다투는 거물이었다. 게다가 그는 무장친위대의 군사작전에 일절 간섭하지도 않았다. 간단히 말해, 히믈러의 역할과 권리, 책임한계는 '원수'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군인'이 아니라, 그 군인을 부릴 힘을 지닌 '장관급 민간인 정치가'에 더 가까웠던 것이다. 원수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도 엄청난 거물인 것이다.

 

게다가 독일 국방군이 배출한 26명의 원수 중 친위대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친위대원의 최대 진급한계선은 원수 바로 아래 계급인 상급대장, 즉 친위대 계급명으로는 최고집단지휘관까지 뿐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Reichsfuhrer-SS는 친위대 장관, 또는 친위대 전국지도자로 번역되어야 하며, '친위 원수'라는 번역명은 말도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아무도 이런 오역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어서 장문의 글을 적어 보았다. 이렇게 잘못된 번역어가 책에 실리면, 대중은 그걸 옳은 표기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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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 어느 조종사가 겪은 태평양 함대항공전
프레더릭 미어스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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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p 공군 기지 -> 항공 기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미군에는 공군이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초반부에 <공군>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온다미 육군 항공대 예하의 단위부대(, 15th Air Force: 15공군)를 나타낼 때 외에는 쓰일 일이 없는 표현이다.

 

33p 탄약관리병 -> 무장사

항공기에 탄약을 탑재할 정도면 탄약관리병은 아니다.

 

책 전체: (배에 타는)승무원 -> 승조원

(이유는 모르겠는데해군/해사 계통에서는 승무원이라고 안 하고 무조건 승조원이라고 한다.

 

39p 항공비행전대(?)

그냥 항공전대또는 비행전대로 하면 된다처음 보는 표현이다.

 

(소매의)표장 -> 수장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해군 장교들의 소맷부리에 계급을 나타내기 위해 달리는 줄 모양의 휘장은 수장이다.

 

마일 단위 환산:

영미권 필자들 나쁜 버릇이긴 한데해리(nautical mile)라고 써야 될 것을 그냥 마일(mile)로 써 버리는 경우가 많다아마 이 책에 나온 마일도 십중팔구는 해리였을 거다해상과 항공 관련 이야기가 주이기 때문이다.

 

90p 아베스토스 -> 아스베스토스

 

131p 포격술(?)

뇌격기에는 <>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 안 달려 있다원문을 보지 못해 뭘 번역했는지는 모르겠다만.

 

167p CV(중순양함)

CV는 미 해군의 함 분류 기호에서 재래식 동력 정규 항공모함을 의미한다중순양함은 CA.

 

171p 3개 중대 -> 3개 대대

군종을 막론하고 미군 비행대의 편제에는 대개 중대가 없다항공기 4대로 구성된 1개 편대가 3~6개 정도 모여 바로 대대(squadron)를 구성한다.

 

199p

해설에서 독일기가 태평양전선에서 운용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소수이긴 하지만 일본은 분명히 독일제 항공기를 구입해 실험 목적으로 운용했다연합국 측에서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일본측에 넘어간 것이 확인되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독일 기종에는 별도의 코드네임을 붙여 관리했다일본군 운용 Bf109의 코드네임은 마이크(Mike), Fw190의 코드네임은 프레드(Fred)였다(둘 다 실제로 일본군이 운용함).

 

277p

일본 군용기용 항공폭탄의 무게도 파운드 단위로 나오지만일본 군용기의 도량형은 미터킬로그램법이었다따라서 항공폭탄의 무게도 미터킬로그램법으로 표기되었다.

 

281p 해병대 경호대

원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해병대 의장대(Guard of honor, 또는 Honor guard) 같다보통 경호원들이 장례식에서 조총 쏘지는 않는다.

 

302p 막사 -> 병사(兵舍)

대한민국 해군/해병대 한정이기는 한데장병들의 생활공간을 가리킬 때 <막사>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대신 <병사>라고 불렀다요즘은 <생활관>이라는 표현이 더 주류인 것 같다만.


사진과 그림 등의 시각 자료도 문제가 많았다. 시대에 안 맞는 기록 사진이 버젓이 나와 있고, 항공역학 소개 그림은 어디서 가져온 건지 폴란드어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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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 어느 조종사가 겪은 태평양 함대항공전
프레더릭 미어스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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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용어의 심각한 오류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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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 푸틴의 첫 위기, 그리고 러시아 해군의 가장 암울했던 시간, 영화 <쿠르스크> 원작
로버트 무어 지음, 이동훈 옮김 / 울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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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무역의 90%를 바다에 의존하면서도 바다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 국가는 국가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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