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 담푸스 어린이 1
엔드레 룬드 에릭센 지음, 토릴 코베 그림, 손화수 옮김, 이주희 감수 / 담푸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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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떤 예능프로그램에서 고현* 씨가 나와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진이 아닌 선이 돼서 속상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어요.
최종결과를 발표할 때 진행자가 진만 불러주고 선은 불러주지도 않아서 속상했고
진(1위)이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하면 선(2위 - 고현*씨) 이
다음해 미스코리아 대회서 그 해 미스코리아 진에게 왕관을 진 대신 물려주는거였는데
그 해, 유독 미스유니버스대회에 출전하셨던 
진이 되신 분이 한국에 빨리 돌아오는 바람에 그 대리수상조차 못해 속상했었다고요.

1등만을 기억해주는 사회.
그러기에 무엇 때문에 1등을 해야하는지 이유도 잘 모르면서
우리들은 너나없이 1등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으니까요.

*《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는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쓴 동화입니다. 
- ’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 中 에서 - 

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나요?
맨 처음 달에 발을 디디는 첫번째 사람, '닐 암스트롱' 이야 
우주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지만
 ’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 를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아폴로 11호에 닐 혼자만 타고 달에 착륙하진 않았을텐데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닐 암스트롱 한 명 밖에 없다니
닐과 함께 아폴로 11호에 타있던 우주비행사는 정말 기분이 나빴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닐이 1등으로 발을 내딛고 난 직후에 2등으로 발을 내딛으라고 명령받은 
버즈가 저였다면 3등도 아니고 4등도 아닌 2등이라 몇배는 더 속상했을 것 같아요.
힘든 훈련도 닐과 똑같이 받았고 위험도 똑같이 감수하면서
미지의 달까지 같이 날아갔는데 
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지금까지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으니 
제가 버즈라도 속상해서 방방 뛸 것 같네요.
버즈가 저처럼 속이 상해 방방 뛰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이 실제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니 
버즈가 2등으로 달에 발을 내디딘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

우주비행사들 사이에서 가장 박력 있는 사람인 버즈는
닐 다음에 2등으로 달에 발을 내딛어야한다는게 그렇게 못마땅할 수가 없습니다.
"’ ’두 번째’ 는 은메달이다. 은은 개똥만큼 값어치가 없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은은 그저 반짝이는 장신구로만 쓰일 뿐이다. 
금메달은 다르다. 금은 전부다. 무진장한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금을 가지고 있다면 온세상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어쨌든 첫 번째로 달에 내릴 사람은 닐이었다. 
닐이 앉은 자리가 달착륙선 문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닐이 가장 먼저 달에 내리기 쉽다는 이유였다. 
버즈는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 《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P 7 中 에서 - 
버즈가 이 일을 얼마나 속상해하고 있는지 느껴지시나요?

버즈는 닐에게 닐 대신 버즈가 제일 먼저 달에 발을 디디면 안되겠냐고 
설득을 해보기도 합니다.
자기 기분이 나쁘단 걸 알려주기 위해 달에 도착하기까지 3일 내내 
인상을 쓰려고 노력도 하고요.
하지만 같이 동승한 마이클은 선장인 닐 말에는 충성하면서
버즈한테는 장난만 치고 약올리기까지 하네요.
버즈가 제일 먼저 달에 발을 디디면 안되냐고 계속 부탁하는데도
사람들에게 늘 친절하다고 칭찬받던 닐은
휴스턴 우주 관제소에서 결정한 일이니 어길 수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하고요.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달에 맨 먼저 발을 디딘 사람은 "닐 암스트롱".
그렇다면 닐은 끝까지 버즈의 부탁을 거절한 걸까요?
궁금하시죠? ^^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썼다는 자체만으로도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어요.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실제와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서 
오히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인지 상상인지 정확히 알고픈 마음에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때까지의 실제 과정이 궁금해질테고
그 호기심이 우주과학 전체로 뻗어나갈 수도 있을테니까요.
버즈가 정말 1등으로 달에 발을 못디뎌서 속상했는지,
마이클이 버즈를 그렇게 약올렸는지는 
버즈,마이클,닐, 이렇게 세사람 외에는 누구도 확실히 모르겠지만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겠구나. ’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상상력이 정말 기발하네요. ^^

동화가 끝나고 나면 '아폴로 11호와 우리나라 우주개발 이야기',
'우주개발을 위한 우리의 노력' 이란 제목 하에 4페이지에 걸친 글과 사진도 실렸는데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소유즈 우주선에 탄 실제모습도 실려있어서
같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도 느낄 수 있답니다.
아울러 우주선 내부 사진을 볼 수 있단 점도 아이들 눈을 번쩍 뜨이게 하겠네요.
우주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버즈의 속상했을 그때 심정을 헤아려보게 되고
’1등만 중요한게 아니니 앞으로는 2등도 존중해줘야겠다. ’
그런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교훈적인 내용도 참 좋았습니다.

버즈는 창피해할지도 모르겠지만 버즈를 위해 꼭 기억해줘야겠어요.
"달에 맨 처음 오줌 눈 사나이는 닐이 아닌 버즈다." 라고요.
"버즈, 꼭 기억할게요.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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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야는 초콜릿만 좋아해 새싹동화 4
가카우치 이소코 지음, 마쓰나리 마리코 그림, 고향옥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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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치과 가는걸 좋아하시는 분은 아마 한분도 없으실거예요.
침대처럼 긴 의자 위에 앉으면 뒤로 지잉~ 젖혀질 때의 그 공포감,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분은 마스크를 끼고 위에서 절 내려다보고 있고 
불이 탁 켜지는 순간,
옆을 돌아보면 ’저걸로 날 쑤시려고?’ 라는 원망이 절로 나올만큼
뾰족하고 무시무시한 치료도구들이 한가득. 
아니나다를까 기절할 정도로 이가 아파서 왔다는데도
남의 이라고 여기저기 무지막지하게 찔러보고 두드려보고 건드려보시면서
"여기가 아프세요?" 라고 하셨던 그 의사선생님을 전 평생 잊지 못할거예요.
안그래도 안좋은 턱 때문에 입이 잘 안벌어지는데
무슨 도구를 넣어서 강제로 입을 계속 벌리고 있도록 고정해놓고
무지막지한 도구로 쑤시고 긁어내고 징 소리를 내며 막 갈아낼 때는 눈물이 찔끔.
겨우 치료가 끝나 물로 헹구려면 그 소독약 냄새. 입안 가득 퍼지는 피냄새.
이제 끝났나 싶어 안도하는 순간,
"다음에 또 나오세요." 할 때는 정말, 기절할 정도로 무섭고 싫더라구요.

그런데 만약 별똥별조각을 구멍 난 이에 끼워 넣어줬다는 
그런 이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센스 넘치는 선생님이 제 주치의라면 
치과 가기가 조금은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

"왜 이리 관리를 소홀히 했어요?" "이렇게 상태가 안좋은데 왜 이제야 병원에 왔어요?"
안그래도 겁을 잔뜩 먹은 꼬마환자와 엄마를 이렇게 구박하기는커녕
따뜻한 코코아와 재미난 그림책, 
거기에 환자들에게 나눠줄 이쁜 리본까지 준비해주시는 마음 따뜻한 분이 
우리 아이 치과 선생님이라면 기분이 어떠시겠어요? ^^

깊은 숲 속에 곰 치과 의사 뭉뭉 선생님이 바로 그런 분이랍니다. 
큰 덩치에 그 큼지막한 손을 입 속에 쑥 집어넣어 치료하는 바람에
환자들은 겁을 먹고 도망가기 일쑤죠.
그러나 실은 뭉뭉 선생님은 마음이 아주 따뜻한 분이세요.
환자와 함께 웃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치료도 안아프게 잘 해줄 수 있는데다 치료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을 정도인데 
결정적으로 뭉뭉 선생님의 커다란 외모를 보고 겁을 집어먹은 환자들이 
한명도 찾아오지를 않네요.
그러던 어느 날, 뭉뭉 선생님은 산책 도중 
당근을 싫어하고 초콜릿만 좋아해 이가 아픈 환자 토야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결국 환자인 토야를 찾아나서 
토야를 치과에 데려오기 위해 정말 갖은 애를 다 씁니다.
우여곡절 끝에 토야를 치료하게 된 뭉뭉 선생님.
아파서 엉엉 울면서도 치과 가기를 무서워했던 토야를
선생님은 과연 잘 치료해주실 수 있을까요? ^^

알록달록, 이쁜 색감으로 그려낸 수채화 속 
토야와 친구들, 뭉뭉 선생님, 토야의 학교 교장선생님은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여웠어요.
초콜릿을 갉아 별 모양을 만드는데 정신이 팔려 
뭉뭉 선생님이 바로 옆에 온 줄도 몰랐던 토야의 그림은 
정말 앙 깨물어주고 그 보드라운 털을 막 쓰다듬어주고 
그 폭신폭신한 발바닥과 볼살을 막 눌러보고 싶을만큼 앙증맞았답니다. 

환자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보여준 뭉뭉 선생님도 멋졌지만
토야의 친구들도 참 멋졌어요.
처음엔 토야의 입 속에 있는 별똥별 조각이 이뻐 치료를 받고 싶어하거긴 하지만
뭉뭉 선생님이 주신 선물이 별똥별 조각이 아닌데도 실망하지 않고 
저마다 만족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거든요.

남의 외모만 보고 누군가를 쉽게 판단해버리고 그 사람을 멀리하는 
우리의 편견을 꼬집는 교훈적인 내용이라 더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당장 치료를 해야하는데 치과를 가기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치과에 가면 뭉뭉 선생님같이 재미나고 좋은 의사 선생님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시면서
이 책을 보여주시면 아주 효과만점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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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미 - 렉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 킨셀라 지음, 이지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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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 너무 힘든 일을 겪게 되면 
내가 자고 일어나면 한 2,3년쯤 훌쩍 지나가 있었음 싶을 때가 있다.
내겐 지난 해가 그랬다.
아들은 신종플루에 걸렸었고 
엄마는 내내 병으로 고생하시다 한달간 의식도 없이 누워계시더니 5월에 돌아가셨다. 
친언니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힘든 일을 겪어서 
내가 무엇 하나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어찌나 안타까웠나 모른다.

깨어나보니 3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내가 상상만 했었던 그런 근사한 일이 주인공 렉시에게는 실제로 일어났다.
그것도 그냥 시간만 훌쩍 지나간게 아니라 
렉시의 정말 별볼일 없었던 모든 조건들이 깨어나보니 
180도로, 아주 근사하게 바뀌었다.

뻐드렁니에 뻐드렁머리(머리카락에 힘이 하나도 없고 꼬불꼬불하기까지 하다),
오늘밤은 별볼일 없는 애인인 찌질이 데이브한테 바람을 맞은데다
친구들은 모두 보너스를 받았는데 렉시만은 보너스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근무 일수 1년을 채워야하는 조건에서 
딱 일주일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일은 아버지 장례식날, 택시를 잡으려다 렉시는 비에 젖은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직통으로 부딪쳤다.
...... 깨어나보니 병원 개인 특실.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쳐서 입원한줄 알았는데 
교통사고를 당해서 5일간 의식이 없다 깨어난거라고 한다.
게다가 계단에서 넘어질 때는 2004년이었는데 지금은 2007년.
3년간의 기억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더더욱 기가 막힌건 완벽해진 외모, 날씬해진 몸매, 거기에 부장으로 승진까지 돼있고
부동산 재벌인 근사한 외모의 남편까지 있다고 한다. 거기에 불륜의 애인까지......
그렇지만 렉시의 상황이 모두 좋아지기만 한건 아니다.
남편은 모든 면에서 근사하지만 렉시를 진짜 사랑하는지도 모르겠고 왠지 정(情)도 안간다. 
귀여웠던 동생은 지금은 틈만 나면 사고를 치는 아이로 변한데다
그렇게 친했던 직장 친구들한테서는 "죽일 상사년" 소리를 들으며 왕따까지 당한다.
기억도 없는데 불륜의 애인은 자꾸만 껄떡대고......

초라한 외모, 찌질이 애인한테 바람까지 맞고 직장서도 아직 인정받지 못했던 그녀가
근사한 외모, 날씬해진 몸매, 거기에 근사한 남편에 애인까지 있는데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근사한 저택서 살게 됐으니 저 정도로 조건이 좋아진다면 
’나라도 기억을 3년 정도 기억을 잃어버려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초반에는 렉시가 부러웠다. 하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다고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데 못되게 굴었던 과거의 내 행동들 탓에 
친구들한테는 왕따를 당하고
자길 사랑하지도 않는 남편이랑 그것도 불편하게 남편 눈치를 보며 한 공간서 살아야한다면
얼마나 고역일까 싶어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안쓰러워졌다.
게다가 죽일 상사년 소리까지 들어가며 힘들게 부장 자리에 올랐는데
잃어버린 기억 탓에 회사에서의 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면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내가 렉시였다면
’기억도 안나는데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하나?’ 원망만 잔뜩 늘어놓았을텐데 
렉시는 기억은 안나지만 3년간 자기가 저질렀던 모든 일들을 바로 잡으려 노력하고
또 그렇게 바로잡는데 성공한다.

"기억이 떠오른 거다. 기억이 난다." P 497 中에서-
렉시가 금세 기억을 찾겠지 싶었는데 
500페이지 분량에서 그녀가 기억을 조금이라도 찾은건 497페이지에서였다.
그것도 기억을 다 찾은 것도 아니고 어떤 노래와 어떤 사람의 이미지 정도뿐.
이 점이 읽는 내내 참 답답했다.
줄거리에 있어 렉시가 기억을 찾고 못찾고가 그리 중요한건 아니긴 했지만
렉시가 금세 기억을 찾겠거니 내가 내심 기대를 했었던건지
거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와서야 그것도 기억을 완전히도 아니고 조금 찾았단게
읽는 내내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기억을 빨리 못찾으면
혹시라도 주변사람들에게 안좋은 쪽으로 이용당하고 휘둘리게 될까봐
내가 렉시보다 더 노심초사하느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통통 튀는 대사, 특히 렉시의 기억에서 지워진 일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때
렉시 혼자 하는 생각들이 참 재밌었다. 
예를 들어 '몽블랑' 이란 단어가 기억났다고 남편에게 거짓말을 한 탓에
홀딱 벗고 준비하고 있는 남편을 본 순간 렉시가 얼마나 뜨악했을지
상상해보면 웃다가 뒤로 넘어갈 것만 같다.
출판사 서평처럼 시즌 10까지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난 미드를 보는 듯도 했고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로맨틱 무비를 보는 것도 같았다.
’이 문장이 무슨 의미일까?’ 곱씹어봐야만 하는 어려운 현대소설도 
눈물이 나올만큼 감동적이지도, 그렇다고  맘 속에 깊이 남을 교훈도 없지만
그러면 좀 어떠랴?
’유정천 가족’ 에서 너구리 가족이 추구했던 '사랑과 재미' 만큼은 정말 넘칠만큼 많았다.
아무 생각없이 부담 없이 보아도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는 그런 재미난 책을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장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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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여우 콘라트
크리스티안 두다 지음, 율리아 프리제 그림, 지영은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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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생을 배고픔에 시달렸지만 한평생 참 행복했던, 정말 바보같은 여우를 만났습니다.
행복한 바보, 그 이름은 바로 ’콘라트’.

’어라~ 지우개를 쓰기 싫었나? 잘못 그려진 부분을 지우지도 않고 막 그렸네’ 
이 책의 그림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뒷장으로 갈수록 여러장의 그림을 한장의 그림으로 한데 합쳐놓은 듯한 
멋진 그림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인물의 동작에 조금씩 변화를 줘서 여러장에 나눠 그린 뒤
손으로 빠르게 휘리릭 넘기다보면 그 그림이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잖아요?
이 그림은 그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한장에 다 표현해놓았답니다. ^^
막 그린 듯 하지만 보면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정말 섬세한 그림 솜씨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어요. 

그럼 그림만 멋지고 이야기는 안멋지냐고요?
아니요. 이야기 역시 정말 멋집니다.

엄마오리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배고픈 여우 콘라트는
엄마오리가 알을 놓고 도망치는 바람에 오리 알 볶음이라도 할 요량으로
오리 알을 집에 가지고 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보니 어랏~ 오리 알이 아기오리가 되어있지 뭐예요.
아기오리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콘라트를 보고 "엄마" 라 부르네요.
각인( Imprinting )이 뭔지 모르는 콘라트는 
자긴 수컷이니까 "아니야, 아빠야."라고 아기오리에게 알려준답니다. 
"너를 잡아먹겠다." 말해야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기오리는 너무 작아 지금은 먹을게 없다고 생각한 콘라트는 
아기오리가 살이 찌면 그때 잡아먹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아기오리에게 ’로렌츠’ 란 이름을 지어주고 잘 돌봐줍니다.
’로렌츠’는 무럭무럭 자라서 ’엠마’ 라는 여자오리와 사랑에 빠지고
’엠마’ 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콘라트의 계획은 점점 뒤로 미뤄지는데...... 
마침내 엠마는 오리 알 다섯개를 낳습니다.
아직 엄마,아빠가 될 마음의 준비가 안돼 알을 어쩔줄 몰라하는 엠마와 로렌츠를 위해 
오리 알을 포근히 감싸주는 콘라트. 
이 후의 일은 말씀 안드려도 짐작이 가시죠? ^^
이렇게 정 많은 콘라트는 배고픔이라는 본능에 끝끝내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이 엉뚱한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를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긴장을 풀고 그림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읽다 보면 웃고 놀라는 사이. 날카롭지만 따스한 눈빛을 가진 오리아빠 콘라트에게 빠져들게 될 테니까요. 좀 아쉬운 결말이어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오리들과 함께했던 여우 콘라트의 삶은 배고팠지만 행복했으니까요." - 옮긴이(지영은님)의 말 中 에서 - 

옮긴이(지영은님)의 말처럼 
읽는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동화책이라고 해야할까요?
배고픈데도 오리를 끝내 못잡아먹은,
다소 바보같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던 여우의 이야기라고 액면 그대로 해석해도 좋겠지만
제게는 콘라트가 자식에 손자까지 돌보느라 평생을 다 바쳐 희생만 하시다 
올해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게 해 맘 한편이 아려오는 동화였습니다.

본능에 충실해 지금 당장의 즐거움만 추구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콘라트처럼
자식과 손자손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본능을 꾹꾹 눌러참고 한평생  희생만 하다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이도 있을 수 있겠죠.
자기 자신도, 자식손주도 모두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더없이 좋겠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제가 행복하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단걸 알겠더라구요.
자식이 든든한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려면
엄마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의 단잠을 포기해야 한단 것도 알게 됐고
시집간 딸 살림 편하게 하라고 살아생전 내내 챙겨주셨던 마른멸치,다진 마늘 때문에
울엄마 손에선 멸치똥 냄새, 마늘 냄새가 떠날 날이 없었단걸 뒤늦게나마 알게 됐어요.

동화책을 그저 재미로 읽으면 되지 
너무 심각하게 보는거 아니냐고 딴지를 걸어오시는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처럼 읽는 사람의 연령과 생각 등에 따라
그저 재미나게만 읽을 수도 있고
저처럼 심오한 의미를 지닌 책으로, 저마다 달리 해석해 읽을 수도 있단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란게 저의 생각입니다.

콘라트가 배고파 꾸르륵거리는 소리에 익숙해진 엠마와 로렌츠를 보니까
뒷맛이 씁쓸해져오네요.
콘라트(부모)가 자기들 때문에 희생하느라 힘들어하는걸 진짜로 모르는건지?  
그저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같아 약간 괘씸하기도 했습니다.
 
’자기 행복이 먼저다’ 생각하고  배불리 먹을 건지, 
배불리 먹지는 못해도 자식의 행복을 위해 희생할 건지.
그 선택은 누가 강요하는 게 아니기에 온전히 자기의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심각하게 읽을 건지, 재미나게만 읽을 건지

선택해 읽는 것처럼 말이죠.
당장의 배고픔 때문에 콘라트가 오리 알 볶음을 해먹었다면 배고픔은 해결됐겠지만
자식과 손자,손녀들이 주는 즐거움은 누려보지 못했겠죠?
전 벌써 ’행복한 바보’, 콘라트와 같은 선택을 했기에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행복하네요. ^^

"원래 콘라트는 엄마오리와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 배고픈 여우 콘라트 中 에서 -





<리뷰 속 인용 문구는 책 속의 글을 인용했으며, 
 책 사진 이미지의 저작권은 ’하늘파란상상’에 있습니다.>



이 문장 앞장에 콘라트가 엄마오리를 잡아먹으려는 무시무시한 그림(↑)이 있는데도
콘라트가 엄마오리와 친구가 되려 했다고 액면그대로 받아들여
독서록에 줄거리를 쓰고 있는 순진한 아들과 살고 있으니
전 지금처럼 계속 행복한 바보로 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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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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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은 위와 같은 역사적 안목과 함께 
 어린이문학으로서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짧은 단문의 깔끔한 문장도 그렇거니와 
 특히 장이라는 어린아이의 시각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는 점이 그렇다. 
 대개 문제적인 역사 시기를 다룰 때 작가는 그 시대 문제를 더 전면으로 드러내고 싶은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기 마련이고 일정 정도는 그 유혹에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작가는 그러한 유혹에서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벗어나 있다. 
 장이라는 어린아이가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확하게 그 시대 삶을 그리고 있다. 
 상당한 문학적 훈련의 결과가 여겨졌다. " - P191  김진경님의 심사평 中 에서 -

사실 처음 책 표지만 봤을때는 왠지 고리타분한 옛이야기일 것만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그런데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란 화려한 이력에 눈이 한번 갔고
다른 분들은 어찌 평가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찾아봤더니 평점 9.8점.
서평마다 꽉 채워진 별 다섯개에 자꾸만 끌리게 됐다.
그러던 차에 친한 동생이 선물해줘서 어찌나 기쁘던지~
그 덕에 아들보다 내가 먼저 신이 나 읽은 책인데
새벽에 책을 읽는 못된 습관 탓에 
누워서 책을 보다 재미없으면 금세 잠들어버리곤 하는 내가 
너무 재밌어서 벌떡 일어나 밤을 새워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기도 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의 두세배 정도 재밌었고 또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이가 자기가 아끼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달리는 장면에선
행여 장이가 곤경에 처할까 나도 같이 애가 타서 
"빨리 빨리" 를 맘속으로 외쳐대느라 진땀이 다 날 정도였다.

"...이야기 한 편을 쓰자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백만 번쯤 하기 때문에 
다리에 알통이 생길 지경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 글쓴이 이영서님의 소개글 中에서 -
작가의 말대로 정말 백만 번쯤은 고민하고 용을 쓴 흔적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진다.
자극적인 조미료를 넣지 않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뒷맛에 여운이 남아 자꾸만 또 먹고 싶게 만드는 
할머니표 된장찌개 맛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작가의 글을 이런 정도로밖에 표현 못하는 내가 죄송스러울 지경이다.

천주학책을 필사하다 천주학쟁이로 몰려 고문을 당하는 바람에 
장독이 올라 시름시름 앓던 끝에 
장이의 아버지는 관아에서 풀려난지 한 달만에 죽음을 맞는다.
장이 아버지에게 필사를 시켰던 책방 주인 최 서쾌가 장이를 거둬
재워주고 입혀주고 먹여줘 장이는 책배달 심부름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날, 장이는 홍 교리 어른댁에 '동국통감' 과 자주색 비단 주머니를 
배달해드리라는 심부름을 하게 됐는데 장이 품삯보다 귀한 물건이란 최 서쾌의 말에 
호기심이 동해 비단 주머니를 끌러봤다 한양 바닥에서 소문난 왈패인 허궁제비한테 
비단 주머니에 들어있던 상아찌를 빼앗기고 상아찌를 다시 찾으려면 닷 전을 
가져오라는 협박을 당하게 된다. 최 서쾌에게 일렀다간 죽여버리겠다는 
허궁제비의 협박이 무서워 일러바칠 수도 없는 노릇. 
홍 교리에겐 상아찌를 도리원에 두고 왔단 거짓말로 간신히 넘어갔지만 
닷 전을 마련하기 위해 정말 피눈물나도록 고생도 하고 애를 졸이게 된다. ...
장이가 홍 교리에게 전해줬던 책은 천주학 책. 
장이와 주변사람들은 이 책으로 인해 나중에 또 한번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모아서 서가에 꽂아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그리 가는 것도 난 좋다.다람쥐가 겨우내 먹을 도토리를 가을부터 준비하듯 
나도 책을 차곡차곡 모아놓으면 당장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겨울 양식이라도 마련해놓은 양 뿌듯하고 행복하다." - P78 '최 교리' 의 말 中에서 - 

『책과 노니는 집』, 이 책이 특히 좋았던건 
천주교 탄압이란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 속에서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고 천애고아가 된 불쌍한 아이, 장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야기가 너무 무겁거나 칙칙하지 않은데다 
장이의 신세가 처량맞다거나 불쌍하단 생각보다는
위의 최 교리의 말처럼 책에 대한 사랑이라던가 
장이를 물심양면으로 돌봐주는 주변 사람들의 따듯함이 더 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잃은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하루하루 매섭게 잔소리만 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던 최 서쾌가 
실은 누구보다 자기를 아끼고 사랑했단 걸 장이가 알게 됐을 때도,
하찮은 책방사환아이인 자기를 무시하지 않고  따듯이 대해주는 홍 교리와 미적 아씨에게서 
장이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정을 느끼는 장면에서도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물씬 풍겨나와 참 좋았다. 
작가의 어린 시절, 장이만큼은 아니어도 작가 역시 어려운 생활을 해봤고 
그때 주변분들의 도움과 사랑을 받아봤기에 
이런 정감 넘치는 글쓰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런 생각도 해보았다. 

이 책에 등장한 모든 인물들은 너나없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힘겨운 일들을 겪지만
서로를 위해주고 감싸주면서 그 위기를 참 잘 이겨냈기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배어나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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