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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야는 초콜릿만 좋아해 ㅣ 새싹동화 4
가카우치 이소코 지음, 마쓰나리 마리코 그림, 고향옥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세상에 치과 가는걸 좋아하시는 분은 아마 한분도 없으실거예요.
침대처럼 긴 의자 위에 앉으면 뒤로 지잉~ 젖혀질 때의 그 공포감,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분은 마스크를 끼고 위에서 절 내려다보고 있고
불이 탁 켜지는 순간,
옆을 돌아보면 ’저걸로 날 쑤시려고?’ 라는 원망이 절로 나올만큼
뾰족하고 무시무시한 치료도구들이 한가득.
아니나다를까 기절할 정도로 이가 아파서 왔다는데도
남의 이라고 여기저기 무지막지하게 찔러보고 두드려보고 건드려보시면서
"여기가 아프세요?" 라고 하셨던 그 의사선생님을 전 평생 잊지 못할거예요.
안그래도 안좋은 턱 때문에 입이 잘 안벌어지는데
무슨 도구를 넣어서 강제로 입을 계속 벌리고 있도록 고정해놓고
무지막지한 도구로 쑤시고 긁어내고 징 소리를 내며 막 갈아낼 때는 눈물이 찔끔.
겨우 치료가 끝나 물로 헹구려면 그 소독약 냄새. 입안 가득 퍼지는 피냄새.
이제 끝났나 싶어 안도하는 순간,
"다음에 또 나오세요." 할 때는 정말, 기절할 정도로 무섭고 싫더라구요.
그런데 만약 별똥별조각을 구멍 난 이에 끼워 넣어줬다는
그런 이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센스 넘치는 선생님이 제 주치의라면
치과 가기가 조금은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
"왜 이리 관리를 소홀히 했어요?" "이렇게 상태가 안좋은데 왜 이제야 병원에 왔어요?"
안그래도 겁을 잔뜩 먹은 꼬마환자와 엄마를 이렇게 구박하기는커녕
따뜻한 코코아와 재미난 그림책,
거기에 환자들에게 나눠줄 이쁜 리본까지 준비해주시는 마음 따뜻한 분이
우리 아이 치과 선생님이라면 기분이 어떠시겠어요? ^^
깊은 숲 속에 곰 치과 의사 뭉뭉 선생님이 바로 그런 분이랍니다.
큰 덩치에 그 큼지막한 손을 입 속에 쑥 집어넣어 치료하는 바람에
환자들은 겁을 먹고 도망가기 일쑤죠.
그러나 실은 뭉뭉 선생님은 마음이 아주 따뜻한 분이세요.
환자와 함께 웃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치료도 안아프게 잘 해줄 수 있는데다 치료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을 정도인데
결정적으로 뭉뭉 선생님의 커다란 외모를 보고 겁을 집어먹은 환자들이
한명도 찾아오지를 않네요.
그러던 어느 날, 뭉뭉 선생님은 산책 도중
당근을 싫어하고 초콜릿만 좋아해 이가 아픈 환자 토야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결국 환자인 토야를 찾아나서
토야를 치과에 데려오기 위해 정말 갖은 애를 다 씁니다.
우여곡절 끝에 토야를 치료하게 된 뭉뭉 선생님.
아파서 엉엉 울면서도 치과 가기를 무서워했던 토야를
선생님은 과연 잘 치료해주실 수 있을까요? ^^
알록달록, 이쁜 색감으로 그려낸 수채화 속
토야와 친구들, 뭉뭉 선생님, 토야의 학교 교장선생님은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여웠어요.
초콜릿을 갉아 별 모양을 만드는데 정신이 팔려
뭉뭉 선생님이 바로 옆에 온 줄도 몰랐던 토야의 그림은
정말 앙 깨물어주고 그 보드라운 털을 막 쓰다듬어주고
그 폭신폭신한 발바닥과 볼살을 막 눌러보고 싶을만큼 앙증맞았답니다.
환자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보여준 뭉뭉 선생님도 멋졌지만
토야의 친구들도 참 멋졌어요.
처음엔 토야의 입 속에 있는 별똥별 조각이 이뻐 치료를 받고 싶어하거긴 하지만
뭉뭉 선생님이 주신 선물이 별똥별 조각이 아닌데도 실망하지 않고
저마다 만족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거든요.
남의 외모만 보고 누군가를 쉽게 판단해버리고 그 사람을 멀리하는
우리의 편견을 꼬집는 교훈적인 내용이라 더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당장 치료를 해야하는데 치과를 가기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치과에 가면 뭉뭉 선생님같이 재미나고 좋은 의사 선생님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시면서
이 책을 보여주시면 아주 효과만점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