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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ㅣ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독재국가 ‘판엠’이 건설된다. 판엠의 중심부에는 ‘캐피톨’이라는 이름의 수도가 있고, 모든 부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주변 구역은 캐피톨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로부터 시작된 판엠의 피비린내 나는 공포 정치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헝거 게임’. 헝거 게임은 해마다 12개 구역에서 각기 두 명씩의 십대 소년 소녀를 추첨으로 뽑은 후,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잔인한 유희다. 또 이 모든 과정은, 24시간 리얼리티 TV쇼로 생중계된다. " - 출판사 서평 中 에서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잔인하지만 흥미진진한 소재, 검은색과 금색으로만 꾸며진 세련된 표지,거기에 친한 동생과 언니가 극찬해마지 않았던 소설이란 점 등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해서 읽고 싶어 몸살이 나던 차에 친구님이 고맙게도 선물해주셔서 신이 나서 읽게 된 책이다.책 욕심이 많아 매달 꼭 읽고픈 책 리스트를 작성해놓곤 하는데 그 리스트 중에서도 읽어도 그만 안읽어도 그만인 책이 있는 반면 아주 꼭 읽고 싶은 책이 몇권 있는데 그중에 한 권이라 더더욱 좋았다.게다가 배송받을때쯤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배송이 늦어져 얼마나 애가 탔던지, 긴긴 기다림 끝에 내 손에 들어온 책이라 그 기쁨은 몇배 더 컸었다. 설레는 맘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역시나...... 친한 동생과 언니가 극찬한 이유를 알겠다.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신지 오래. 엄마는 아빠의 사고에 충격을 받아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11살짜리 캣니스가 7살짜리 동생인 프림과 엄마까지 돌봐야 했으니 그 두려움과 막막함이 오죽했을까?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할만큼 어려운 생활 탓에 캣니스는 자신과 엄마,동생 몫의 배급표 3장을 받는 대신 헝거게임 추첨 대상이 되는 첫해, 즉 캣니스가 만 열두 살이 되던 해,헝거게임 추첨함에 의무적으로 넣어야하는 1장에 배급표3장과 바꾼 3장을 추가해 도합 4장을 집어넣었다. 적어 넣은 이름은 매해 누적이 돼서 올해는 캣니스의 이름이 도합 스무장, 동생 프림은 올해 처음으로 추첨대상이 돼서 1장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렇게 바랐건만 그 말도 안되는 확률로 프림이 12구역의 여자 조공인으로 뽑혔다. 프림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던 캣니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캣니스는 용감하게도 자청해서 프림 대신 자기가 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나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같은 12구역에서 뽑힌 남자아이, 피타는 일전에 캣니스 가족이 굶어죽기 직전 자기가 엄마 대신 맞아가며 캣니스에게 빵을 던져줬던 고마운 친구이다. 헝거 게임의 승자는 오직 한명. 자기 가족을 도와준 잊지 못할 은인이지만 경기장에서 피타와 맞닥뜨린다면 아무리 은인이라 해도 피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 피타는 캣니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피타를 100% 신뢰할 수도 없는 상황. 리얼리티 쇼이니만큼 이들을 응원해주는 스폰서가 있고 스폰서가 있어야 경기시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게 되는데 캣니스는 73년동안 승자가 딱 한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12구역 출신인데다 평소 의심 많고 냉랭한 분위기 탓에 스폰서를 잡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다른 구역에는 게임을 위해 어려서부터 훈련을 받은 프로 조공인들도 있다. 누구 하나 믿기도 힘든, 모든게 어렵기만 한 상황. 캣니스의 운명은?
자상한 아빠는 탄광 폭발 사고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그 충격으로 늘 멍한 상태. 딸들을 돌봐야할 사람은 엄마지만 엄마는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 상황. 게일이라는 친구와 함께 위험한 ’숲’ 에 들어가 동물을 사냥하고 식물을 채집해서 암시장에 팔아 근근히 먹고 살아가는 것만도 힘든데 해마다 반복되는 잔혹한 살인게임에 동생 대신 참여하게 됐으니 캣니스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내가 캣니스였다면 그 절망과 압박감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동생과 꼭 살아오겠다고 약속하는 캣니스, 살아돌아만온다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을만큼의 부와 명예가 주어지겠지만 아무리 사냥을 해봤다해도 평생 이 경기를 위해 단련해 온 잘 사는 구역 아이들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아보인다.게다가 자기가 아사직전일 때 빵을 던져준 고마운 피타까지 죽여야만 우승을 할 수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기 형제와도 같은 친구 게일과 같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돼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아무에게나 곁을 주지 않는 그 까칠하고 욱하는 성격 탓에 캣니스는 마지막 순간 또 다른 곤경에 처하게 되니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죄없는 조공인들을 해마다 뽑아 서로 죽고 죽이는 그 게임을 24시간 생중계로 즐기고 이제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본보기로 삼는 캐피톨 사람들의 그 잔인함에 1~12구역사람들은 얼마나 치가 떨리고 무서웠을까?
주인공 캣니스의 막막함, 절망감 등 그녀의 모든 감정이 저절로 느껴지도록 잘 쓰여진 소설이라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기를 죽이려는 조공인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옴에도 순식간에 저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캣니스의 생각과 감정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담겨져있는게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지만 캣니스의 섬세하고 자세한 감정표현 덕분에 이 섬뜩한 소재의 소설이 잔인하다기보다는 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느껴져 섬뜩함에 멈칫하게 하지 않고 책장을 술술 쉽게 넘기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잔인한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하면서도 나조차도 캣니스의 둘도 없는 친구 게일이 이 게임에 캣니스와 참여했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하고 생각하는 걸 보면 내 마음 깊은 저 속에도 캐피톨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잔인한 피가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잔인한 살인만 있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기 쉽지 않았겠지만 조작인지 진심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애틋한 사랑도 담겨있고 무엇보다 그 잔인한 게임 중에서도 인간적인 면을 잃지 않는 몇몇 아이들 덕분에 따듯한 감성도 물씬 풍겨났던 아주 멋진 소설이었다. 1편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드는 그녀의 현란한 글솜씨에 2편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 내 목이 기린처럼 죽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