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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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추리소설하면 책을 읽어가며 책 곳곳에 들어난 정황과 증거로 ’범인이 누구일까?’ 맞춰보는 추리과정이 재미의 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전혀 의외의 인물이 범인일 때 느껴지는 당혹감과 이제야 범인이 밝혀졌다는 속시원함이야말로 추리소설을 읽는 백미에 마침표를 찍는다 표현해도 좋고 말이다. 
 
그런데 ’백야행’과 ’용의자 X의 헌신’의 영화화로 내 눈에 들어오게 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참 독특한 구성의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인가보다. 아직 이 작가의 작품을 성녀의 구제, 이 한 편밖에 읽지 못해 그의 스타일이 이렇다 저렇다 똑부러지게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성녀의 구제’만 놓고 보자면 정말 독특하고 신선한 구성의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결혼전 ’1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헤어지자’ 는 요시다카의 요구에 응했던 아야네.1년동안 아이가 안생기자, 1년뒤 진짜로 요시다카는 자기 몸엔 이상이 없으니 아야네한테 헤어지자고 요구한다. 이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난후였는데도 정말 아무일 없었던듯 홈파티를 치르고 난뒤 집을 오래 비울지도 모르는데 집이 좀 걱정스럽다는 이유로 아야네는 퀼트학원에서의 제자, 히로미에게 자기 집열쇠를 맡기고 아버님 상태가 좀 안좋으시다며 친정으로 간다. 아야네의 남편 요시다카는 뻔뻔스럽게도 히로미를 아내가 없는 집안으로 불러들이고 히로미와 요시다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음이 드러난다. 히로미가 자고 간 다음날인 일요일, 히로미와 저녁식사약속을 했는데도 요시다카가 집전화도 휴대폰도 받지 않자 걱정이 된 히로미는 요시다카의 집에 찾아오고 요시다카는 커피잔을 엎지른채 시체로 발견된다.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데 지금 당신이 한 말은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줘야겠어." - ’성녀의 구제’ P12 中 에서 -
"오른쪽 제일 아래 서랍에 숨겨 둔 하얀 가루가 떠올랐다. 입구를 단단히 봉한 비닐 봉투에 담겨 있는 그것." - ’성녀의 구제’ P11 中 에서 -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도 모자라서 무엇으로 범인을 죽였는지 범행에 쓰인 독극물까지 초반부터 아주 상세히 알려준다. 범인은 다름아닌 피살자의 부인. 부인이 사용한 독극물은 앞서 언급한 하얀 가루, 즉 삼산화이비소(아비산)란 것도 초반부에 이미 다 밝히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의 페이지수는 무려 457페이지. 초반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려준거나 다름없는 대사(당신도 죽어줘야겠어.)도 나왔겠다, 그녀가 꺼내든 하얀 가루가 범행에 쓰인 독극물이라는 건 누가 봐도 다 알겠는데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긴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려고 할까?\' 저자의 넘치는 자신감에 기가 막혔다고 할까? 그래서 ’재미만 없어봐라’ 하는 심정으로 읽어내려갔는데 어라~ 정말 재밌다. 범인이 누구인지 경찰들도 다 짐작을 하는데도 그녀가 무슨 동기로 그랬는지, 어떤 방식으로 독극물을 투입했는지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 심증만 있지 물증은 없는 상황. 부인이 범인이란 걸 충분히 짐작하면서도 경찰뿐만 아니라 물리학자인 유가와 교수에게서조차 완전범죄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녀의 트릭은 굉장했다. 책을 읽으실 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입이 근질거려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녀의 인내심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구제’ 의 의미를 알았을 때 ’헉’ 소리가 나왔다!" -일본 아마존 독자 서평 중에서 -
이 서평이 무슨 뜻일까 했는데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나올만하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책에서 나잡아 봐라 식의 부인의 자신만만한 태도도 이 책의 재미를 한껏 배가시킨다. 죽여도 시원찮을 정도로 얄미울 남편의 내연녀가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히로미를 감싸안아주는 것도 모자라 내가 범인일 수도 있지 않냐고 하며 ’당신들 짐작대로 내가 범인이니 증거를 찾아보라’ 는 식의 오만한 태도가 경찰과 유가와 교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독자의 궁금증도 배가시켜주니 말이다. 

여자를, 그것도 결혼생활을 1년동안 같이 한 자기 부인을 한낮 자기 분신인 아이나 낳아주는 기계 취급을 했던 요시다카의 잔인한 인간성에 질려서 제발 완전범죄가 되길 은근히 바라면서도 아야네가 이 완벽한 트릭에서 어떤 헛점을 남겼을까 제발 속시원히 밝혀지길 바라게 되는 맘, 이 두가지 마음이 공존하게 만드는 아주 재미난 추리소설이었다. 재미나다는 표현밖에 못하는 내 자신이 죄송스러울 지경으로 추리소설의 걸작이다. 내가 알기론 1년에 2,3편 정도의 추리소설을 쓰는 다작으로도 유명한 작가라 저자의 마니아들 사이에선 \'그의 책을 언제 다 모으나?\'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는 작가로 알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안에 이렇게 신선한 발상으로 이토록 완벽한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것마저도 궁금하게 만드는 정말 그 명성 그대로 추리소설의 대가의 작품다웠다. 나 역시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사모으는 마니아가 되기로 결심하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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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기초 영단어 - 대한민국 왕초보 누구나 기적처럼 말문이 터지는 시원스쿨 영단어
이시원 지음 / 로그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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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무엇 하나 관심도 없고 무지 게으르지만 조카 공부에 관련된 일이라면 귀찮은게 전혀 없는 언니가 우리집에 놀러와서 가장 탐을 낸 책이 바로 "시원스쿨 기초 영단어" 였다.  언니가 어찌나 탐을 내던지~ 그래도 다른 책은 반납 안하리라 생각하고서도 선뜻 빌려줄 수 있었는데 이 책만은 절대 빌려줄 수가 없었다. 아들한테도 도움이 될 책이기도 하지만 나도 처음부터 다시 영어공부하고픈 맘에 두고두고 볼 생각에 아끼는 책이라서 말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한권의 책으로 재미난 학습교육서와 영단어책, 이렇게 두 권의 책을 보는듯하다." 라고 표현하고 싶다. 책을 펼쳐들자마자 실명과 함께 쏟아지는 찬사가 한가득. ’정말 그렇게 좋아?’ 하며  괜한 못된 심보 또 발동해서 흠집이라도 한번 잡아내볼까 했는데 추천평이 끝나고 나니 바로 자가 진단(영어 왕초보 레벨과 처방) 이 나오는데 자가 진단해보고나니 고개가 절로 주억거려진다. 한마디로 괜찮은 책이란 느낌이 처음부터 팍팍 전해져왔다고나 할까?

영어의 구조도 모르고, 단어도 모르는 그저막막형(초급형 왕초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대충은 알겠는데 영 자신이 없는 알쏭달쏭한 반벙어리 형태인 아리까리형(중급형 왕초보), 토익토플 시험성적도 좋지만 외국 사람 앞에선 벙어리가 되는 맴맴돌뿐형(고급형 왕초보), 이렇게 3가지 종류로 대한민국의 영어 벙어리 진단을 했는데 난 2번째인 아리까리형에 해당된다. 아마 대다수 국민이 나같은 아리까리형(중급형 왕초보)에 해당될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영어특별반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했으니 초등학교 2년,중고등학교 6년에 대학 4년까지 합하면 못해도 12년은 영어공부를 했건만 영어회화는 꿈도 못꾸겠고 아들이 영어학원 숙제를 물어올 때마다 긴장백배. 영어학원 들어가고 얼마 안됐을때만 해도 그럭저럭 숙제를 봐줄만하더니 이젠 점점 아들이 내게 물어볼까 걱정되고 그러다 혹 묻기라도 하면 숙제는 네가 직접 풀어보고 틀린 문제는 선생님께 물어봐서 차근차근 공부해야 진짜 공부라고 선생님께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 우리때는 회화와 듣기 위주가 아니라 독해와 문법 위주로 공부해왔으니 내가 영어회화 못하는 것도, 영어가 잘 안들리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면서. 그러면 문법을 물어오는 아들 숙제를 잘 봐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어서 어찌나 창피하고 당황스럽던지. 

태국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도 욕실에 치약이 없길래 치약을 달라긴 달래야겠는데 치약이란 영단어를 몰라 호텔직원 앞에서 칫솔을 직접 가져와서 치약을 찍 짜는 바디랭귀지를 통해 의사소통을 겨우 할 정도였으니 영어시험은 무조건 100점 맞았던 실력은 다 어디로 간건지 무지 창피했다. 

내 당황스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보니 잠깐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 듯한데 아무튼 대한민국의 벙어리들에 대한 저자의 종합결론은 이거다. " (레벨이 다 다르다 해도) 이 책으로 처음부터 다시 하세요.어차피 1년 정도면 원어민과 떠드는 데 지장 없을테니까요" 다. -"시원스쿨 기초 영단어" 중에서 발췌 - 

"그래도 영어를 10년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긴 너무 아깝지 않냐?" 고 반문하고 싶었던 찰나, 내 질문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그동안 늘 중간부터 시작해서 알쏭달쏭함이 해결이 안 되셨던 것입니다." 고 진한 글씨로 속시원히 대답해놓았다. 저자의 이름처럼 해결책도 시원시원하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내용에서의 예문은 의외로 다들 간단했다. 독자추천평에도 있듯 너무 쉬운거 아니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처음은 쉽게 시작한다. '난 오늘 뛴다' 라는 문장을 각각 한글과 영어로 현재,과거,미래,진행형으로 바꿔놓는 정도. 페이지 상단에 보면 "영어를 잘하고 싶으세요? 영어는 큰소리로 따라해야 늡니다.(p17에서 발췌)" " 영어를 미워하지 마세요. 알고보면 괜찮은 녀석입니다. ^^(P27 중에서 발췌) " "영어에서는 주어가 절대 생략되지 않습니다.(P30에서 발췌) " 등과 같이 문장과 단어만 지루하게 늘어놓은게 아니어서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Chapter 1~8에서 영문장을 배우기 전에 저자의 영어공부에 대한 조언이 한페이지 가득 실려있어서 꼭 그의 재미난 강연회를 찾아가 듣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내가 앞서 이 책이 재미난 학습교육서같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 부분엔 Index 도 있어서 앞서 배운 단어와 숙어의 뜻과 수록된 페이지가 명기돼있어 단어와 숙어를 일일이 찾아봐야하는 수고를 덜어준 점도 참 편해 좋았다. 

'영어를 못하는 치명적 결함을 가진 한국인 뇌' 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한국어를 이미 다 습득한 후에 영어를 배우면 그만큼 영어를 배우기 힘들어진다는 기사였다. 나 역시 그렇게 영어공부를 했는데도 외국인이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행여 길이라도 물어볼까 지레 겁부터 먹고 미리 저만큼 달아나기 바쁘다.우리나라 국력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막강해져서 한국어를 만국공통어로 사용하는 기적이 일어나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엔 앞으로도 영어공부는 정말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공부다.수능 볼 때야 수학도 영어 못지않게 중요하지만 취업할 때 보는건 수학점수가 아니라 영어점수니 더더욱 공부를 열심히 해둬야한다.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도 있듯이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편이 낫지  않을런지.저자의 말처럼 소리내 읽고 또 읽어서 입에 붙게 만들고 영어를 미워하지 않고 단짝친구처럼 매일매일 만나다보면 어느새 우리도 저자처럼 영어를 잘 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한껏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일단 영문장 수준이 쉬워서 지레 겁부터 먹지 않아도 돼 좋았고 영어공부요령도 가득해서 더 재밌고 쉽게 공부하기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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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파는 편의점 - 세상 모든 추억을 팝니다
무라야마 사키 지음, 고향옥 옮김, 유기훈 그림 / 주니어중앙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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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녁, 가자하야 역 앞에 있는 상가 끝자락에 가면 붉은 기둥이 주욱 늘어서 있는 곳에서 신기한 편의점을 볼 수 있답니다.낯선 빨간색 간판에는 '황혼당' 이라는 글자와 벼 이삭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 중략 ... 이 편의점에는 이 세상에서 팔고 있는 모든 것이 진열되어 있고 이 세상에서는 팔 리가 없는 것까지, 무엇이든 다 갖춰져 있답니다.소중한 물건을 찾고 있는 사람은 여기에서 반드시 찾을 수 있답니다. 가게 이름은 황혼당,신기한 마법 편의점입니다." - "추억을 파는 편의점" 들어가는 글 中 에서 -  

24시간 불을 밝혀놓고 무엇이든 파는 편의점.일반 슈퍼에 비해 물건값이 비싼데도 그 깔끔한 진열 덕분인지 왠지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은 똑같은 물건이라도 더 멋져보이고 고급스러워보입니다.이 편리한 편의점에서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추억의 물건까지 팔아준다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황혼당' 이라는 이 책 속 편의점은 무언가 간절히 찾는 사람에게만 보여지는 아주 신기한 편의점입니다. 

평소 싸움 잘하고 정의감에 넘쳐 '남자답다' 는 말을 자주 듣던 유타는 친구들 다 있는 앞에서 여자친구 미온이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박힌 빨간색 수첩을 내밀자 사내답지 못하단 말을 들을까 두려워 그 수첩을 손으로 뿌리쳐 버리는데 미온이 그 뒤 곧 미국으로 떠났다는걸 알고 뒤늦게 그 수첩을, 아니 미온의 이쁜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것을 내내 가슴아파하며 후회합니다. 유타의 속상한 마음을 안걸까요? 지상의 물건 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팔지 않는 물건까지 정말 모든게 있다는 신기한 마법 편의점 '황혼당' 이 유타 눈에 보이게 됩니다. 

이처럼 '황혼당'에서는 사람 뿐 아니라 자기를 구해주고 보살펴준 인간가족(특히 오빠)을  사랑하는 고양이를 위한 물건도 있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하루에도 열두번씩 마음이 흐렸다 개었다 하는 엄마 탓에 하루하루가 힘겹고 슬픈 에리카를 위해선 실은 엄마가 에리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줄 선물이 기다리고 있고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로서는 성공했지만 '혼자서 일만 하며 이렇게 사는게 옳은걸까?' 하며 고향의 부모님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사쿠라코를 위해선 시공을 초월해 자신의 목소리가 청취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끼게 해줄 선물이 기다리고 있죠. 

가끔 아이책을 읽으면서 어른책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얻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마음을 아주 차분하게 해주는 가슴따듯한 감동을 주네요. 

또한 이 책은 '나라면 황혼당에서 무엇을  찾고 싶을까?' 곰곰이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지상에서는 절대 팔 수 없는 물건도 이 편의점에선 다 판다니 저라면 작년에 돌아가신 엄마랑 영상통화할 수 있는 휴대폰을 사고 싶네요.이 막내딸이 엄마얼굴 보면 울기라도 할까봐 그러신건지 꿈속에서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나쁜 엄마. 엄마 얼굴을 단 한번만이라도 직접 보고 싶어요.자꾸만 제 기억속에서 조금씩 잊혀져가려는 엄마 얼굴을 제 머릿속에 꼭꼭 눌러담아 간직하고 싶거든요. 또 한가지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당뇨 때문에 그 찌는듯한 더위에도 아이스크림 한번 못드셨던  엄마를 위해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지만 설탕은 안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서 편의점택배로 엄마 계신 하늘나라에 부쳐드리고 싶습니다. 제 눈에도 이 '황혼당' 이 보일 날이 과연 올까요? 제 소원이 아직은 그렇게 간절해보이지 않아서 안보이는걸까요? 공상이라 해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24시간, 무엇이든 파는 편의점에서 이처럼 아픈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물건까지 팔아준다면 정말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유난히 추운 올 겨울, 아이들과 함께 이책을 읽으시면서  '난 무엇을 간절히 찾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하시다보면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듯, 몸은 추워도 마음만은 따듯해질 수 있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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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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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7살된 아들이 내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적이 있다.방금전에 아들과 함께 아들친구집에서 신나게 놀고 친구엄마들이랑 같이 다 나왔는데 아들이 어디로 사라진건지 순식간에 없어졌었다.그 순간부터 아들을 다시 찾기까지 난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게 아니었다.겨우 30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나한테는 30시간, 아니 한달처럼 길고 길게 느껴졌다.다른 사람이나 물체는 하나도 눈에 안들어오고 오직 아들을 찾으려고 아파트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전화를 몇번씩이나 돌려봤다.모래 놀이터에서 엄마가 자기가 없어져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는 전혀 몰랐다는듯 너무나 잘 놀고 있는 아이를 보니까 어찌나 반갑고 다행스럽던지...하지만 그 반가움과 안도감이 순식간에 화로 바뀌어서 아들을 정말 무섭게 다그친 적이 있다.비단 나뿐만 아니라 자식을 잠깐이라도 잃어버려봤던 부모심정은 누구나 다 같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아이가 며칠없어졌는데도 찾을 노력조차 안한채 그 아이한테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이상한 가족이 있다. 걱정은 어떤 가족들 못지 않게 많이 하지만 자신들이 간직한 저마다의 비밀 때문에 경찰에게 선뜻 알리지도 못하고 아이를 찾기 위한 전단지도 돌리지 못한채 전전긍긍하는 가족이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느라 자기 자식의 안위 따위 모른척하는,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애써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될거라 스스로 안위하는 몰인정한 아버지,  그의 생각에 동조하는 나약한 어머니도 있다.

아이가 없어졌는데도 드러내놓고 찾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한 것 외에도 이 가족은 결코 평범한 가족은 아니다.아버지의 불법적인 사업 덕에 생활은 아주 여유롭지만 아버지 김상호는 자기 자신만 아는 독불장군에 엄마 진옥영은 화교 출신의 새 엄마인데 잊지 못하는 정인을 만나러 수시로 타이베이로 출국해 거기서 머물다 온다.아버지와 아버지의 전처인 엄마 사이에서 낳은 남매가 누나 김은성, 동생 김혜성, 아버지와 새 엄마 사이에서 낳은 딸이 유지.누나 은성이는 이 집에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이 혼자 살고 부모의 이혼에 상처받은 탓인지 뭇남자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기를 원하고 그에게 집착한다.동생 혜성이는 그냥 보기에는 딱 모범생 스타일인 명문대 재학중인 의대생이지만 부모 몰래 수업을 안들은지 벌써 오래고 이것 말고도 또 한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다.유지는 바이올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초등학생인데 그 나이 또래답지 않게 조숙하고 말수가 적더니 가족들이 외출한 사이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같이 살고는 있다지만 이들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아들이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지, 딸이 어떤 문제로 날마다 괴로워하는지,아버지(남편)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등등 가족이라면 정말 속속들이 알아도 모자랄 판에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하니 이정도면 말그대로 말만 가족인 셈이다.자식은 부모가 당연히 자기들을 건사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모는 자식들 먹여주고 입혀주고 공부시켜줌 그게 부모의 할 도리를 다 한 것인양 굴고.몸은 같이 있지만 마음은 저마다 딴생각하느라 바빠서 껍데기들만 모여있는 가족.

건강도 잃어봐야 소중한 걸 알듯이 가족도 잃어봐야 소중한걸 아는듯하다. 김상호 가족 역시 다르지 않다. 유지를 잃기 전에는 서로 나몰라라하며 각자 자기 살기도 바빠 허덕이며 살다 오히려 유지를 잃고 나자 유지를 찾기 위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이니 말이다. 나 역시 편찮으신 엄마가 내게만 의지하려 하시는게 버거워 엄마를 나몰라라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엄마가 한평생 사실거라 착각이라도 한것인지 엄마한테 왜 그리 살갑게 못해드렸는지 지금 와서는 후회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김상호 가족이 유지를 한번 잃어보고나서야 비로소 가족다운 가족이 됐듯 우리 가족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엄마 돌볼 때 아옹다옹 싸우기 바빴던 언니와 나도 화해를 했다.

"진심을 다해 소설을 썼고,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전부다."
- 정이현 ’작가의 말’ 중에서 -

진심을 다했다는 그녀의 말이 내 마음에도 와닿을만큼 정말 괜찮았다.재혼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감정싸움과 위기가 닥쳤을때야 더 잘 뭉치게 되는 가족애 등을 아주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로 깔끔하게 그려내서 그녀의 전작도 후작도 기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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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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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독재국가 ‘판엠’이 건설된다. 판엠의 중심부에는 ‘캐피톨’이라는 이름의 수도가 있고, 모든 부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주변 구역은 캐피톨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로부터 시작된 판엠의 피비린내 나는 공포 정치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헝거 게임’. 헝거 게임은 해마다 12개 구역에서 각기 두 명씩의 십대 소년 소녀를 추첨으로 뽑은 후,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잔인한 유희다. 또 이 모든 과정은, 24시간 리얼리티 TV쇼로 생중계된다. " - 출판사 서평 中 에서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잔인하지만 흥미진진한 소재, 검은색과 금색으로만 꾸며진 세련된 표지,거기에 친한 동생과 언니가 극찬해마지 않았던 소설이란 점 등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해서 읽고 싶어 몸살이 나던 차에 친구님이 고맙게도 선물해주셔서 신이 나서 읽게 된 책이다.책 욕심이 많아 매달 꼭 읽고픈 책 리스트를 작성해놓곤 하는데 그 리스트 중에서도 읽어도 그만 안읽어도 그만인 책이 있는 반면 아주 꼭 읽고 싶은 책이 몇권 있는데 그중에 한 권이라 더더욱  좋았다.게다가 배송받을때쯤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로 배송이 늦어져 얼마나 애가 탔던지, 긴긴 기다림  끝에 내 손에 들어온 책이라 그 기쁨은 몇배 더 컸었다. 설레는 맘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역시나...... 친한 동생과 언니가 극찬한 이유를 알겠다.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신지 오래. 엄마는 아빠의 사고에 충격을 받아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11살짜리 캣니스가 7살짜리 동생인 프림과 엄마까지 돌봐야 했으니  그 두려움과 막막함이 오죽했을까?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할만큼 어려운 생활 탓에 캣니스는 자신과 엄마,동생 몫의 배급표 3장을 받는 대신 헝거게임 추첨 대상이 되는 첫해, 즉 캣니스가 만 열두 살이 되던 해,헝거게임 추첨함에 의무적으로 넣어야하는 1장에 배급표3장과 바꾼 3장을 추가해 도합 4장을 집어넣었다. 적어 넣은 이름은 매해 누적이 돼서 올해는 캣니스의 이름이 도합 스무장, 동생 프림은 올해 처음으로 추첨대상이 돼서 1장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렇게 바랐건만 그 말도 안되는 확률로 프림이 12구역의 여자 조공인으로 뽑혔다. 프림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던 캣니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캣니스는 용감하게도 자청해서 프림 대신 자기가 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나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같은 12구역에서 뽑힌 남자아이, 피타는 일전에 캣니스 가족이 굶어죽기 직전 자기가 엄마 대신 맞아가며 캣니스에게 빵을 던져줬던 고마운 친구이다. 헝거 게임의 승자는 오직 한명. 자기 가족을 도와준 잊지 못할 은인이지만 경기장에서 피타와 맞닥뜨린다면 아무리 은인이라 해도 피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 피타는 캣니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피타를 100% 신뢰할 수도 없는 상황. 리얼리티 쇼이니만큼 이들을 응원해주는 스폰서가 있고 스폰서가 있어야 경기시 필요한 물품을 지원받게 되는데 캣니스는 73년동안 승자가 딱 한번밖에 나오지 않았던 12구역 출신인데다 평소 의심  많고 냉랭한 분위기 탓에 스폰서를 잡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다른 구역에는 게임을 위해 어려서부터 훈련을 받은 프로 조공인들도 있다. 누구 하나 믿기도 힘든, 모든게 어렵기만 한 상황. 캣니스의 운명은? 

자상한 아빠는 탄광 폭발 사고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그 충격으로 늘 멍한 상태. 딸들을 돌봐야할 사람은 엄마지만 엄마는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든 상황. 게일이라는 친구와 함께 위험한 ’숲’ 에 들어가 동물을 사냥하고 식물을 채집해서 암시장에 팔아 근근히 먹고 살아가는 것만도 힘든데 해마다 반복되는 잔혹한 살인게임에 동생 대신 참여하게 됐으니 캣니스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내가 캣니스였다면 그 절망과 압박감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동생과 꼭 살아오겠다고 약속하는 캣니스, 살아돌아만온다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을만큼의 부와 명예가 주어지겠지만 아무리 사냥을 해봤다해도 평생 이 경기를 위해 단련해 온 잘 사는 구역 아이들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아보인다.게다가 자기가 아사직전일 때 빵을 던져준 고마운 피타까지 죽여야만 우승을 할 수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기 형제와도 같은 친구 게일과 같이 게임을 하지 않아도 돼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아무에게나 곁을 주지 않는 그 까칠하고 욱하는 성격 탓에 캣니스는 마지막 순간 또 다른 곤경에 처하게 되니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죄없는 조공인들을 해마다 뽑아 서로 죽고 죽이는 그 게임을 24시간 생중계로 즐기고 이제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본보기로 삼는 캐피톨 사람들의 그 잔인함에 1~12구역사람들은 얼마나 치가 떨리고 무서웠을까? 

주인공 캣니스의 막막함, 절망감 등 그녀의 모든 감정이 저절로 느껴지도록 잘 쓰여진 소설이라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기를 죽이려는 조공인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옴에도 순식간에 저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캣니스의 생각과 감정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담겨져있는게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지만  캣니스의 섬세하고 자세한 감정표현 덕분에 이 섬뜩한 소재의 소설이 잔인하다기보다는 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느껴져 섬뜩함에 멈칫하게 하지 않고 책장을 술술 쉽게 넘기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잔인한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하면서도 나조차도 캣니스의 둘도 없는 친구 게일이 이 게임에 캣니스와 참여했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하고 생각하는 걸 보면 내 마음 깊은 저 속에도 캐피톨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잔인한 피가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잔인한 살인만 있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기 쉽지 않았겠지만 조작인지 진심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애틋한 사랑도 담겨있고 무엇보다 그 잔인한 게임 중에서도 인간적인 면을 잃지 않는 몇몇 아이들 덕분에 따듯한 감성도 물씬 풍겨났던 아주 멋진 소설이었다. 1편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드는 그녀의 현란한 글솜씨에 2편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 내 목이 기린처럼 죽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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