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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파는 편의점 - 세상 모든 추억을 팝니다
무라야마 사키 지음, 고향옥 옮김, 유기훈 그림 / 주니어중앙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해질녁, 가자하야 역 앞에 있는 상가 끝자락에 가면 붉은 기둥이 주욱 늘어서 있는 곳에서 신기한 편의점을 볼 수 있답니다.낯선 빨간색 간판에는 '황혼당' 이라는 글자와 벼 이삭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 중략 ... 이 편의점에는 이 세상에서 팔고 있는 모든 것이 진열되어 있고 이 세상에서는 팔 리가 없는 것까지, 무엇이든 다 갖춰져 있답니다.소중한 물건을 찾고 있는 사람은 여기에서 반드시 찾을 수 있답니다. 가게 이름은 황혼당,신기한 마법 편의점입니다." - "추억을 파는 편의점" 들어가는 글 中 에서 -
24시간 불을 밝혀놓고 무엇이든 파는 편의점.일반 슈퍼에 비해 물건값이 비싼데도 그 깔끔한 진열 덕분인지 왠지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은 똑같은 물건이라도 더 멋져보이고 고급스러워보입니다.이 편리한 편의점에서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추억의 물건까지 팔아준다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황혼당' 이라는 이 책 속 편의점은 무언가 간절히 찾는 사람에게만 보여지는 아주 신기한 편의점입니다.
평소 싸움 잘하고 정의감에 넘쳐 '남자답다' 는 말을 자주 듣던 유타는 친구들 다 있는 앞에서 여자친구 미온이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박힌 빨간색 수첩을 내밀자 사내답지 못하단 말을 들을까 두려워 그 수첩을 손으로 뿌리쳐 버리는데 미온이 그 뒤 곧 미국으로 떠났다는걸 알고 뒤늦게 그 수첩을, 아니 미온의 이쁜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것을 내내 가슴아파하며 후회합니다. 유타의 속상한 마음을 안걸까요? 지상의 물건 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팔지 않는 물건까지 정말 모든게 있다는 신기한 마법 편의점 '황혼당' 이 유타 눈에 보이게 됩니다.
이처럼 '황혼당'에서는 사람 뿐 아니라 자기를 구해주고 보살펴준 인간가족(특히 오빠)을 사랑하는 고양이를 위한 물건도 있습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하루에도 열두번씩 마음이 흐렸다 개었다 하는 엄마 탓에 하루하루가 힘겹고 슬픈 에리카를 위해선 실은 엄마가 에리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줄 선물이 기다리고 있고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로서는 성공했지만 '혼자서 일만 하며 이렇게 사는게 옳은걸까?' 하며 고향의 부모님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사쿠라코를 위해선 시공을 초월해 자신의 목소리가 청취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끼게 해줄 선물이 기다리고 있죠.
가끔 아이책을 읽으면서 어른책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얻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마음을 아주 차분하게 해주는 가슴따듯한 감동을 주네요.
또한 이 책은 '나라면 황혼당에서 무엇을 찾고 싶을까?' 곰곰이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지상에서는 절대 팔 수 없는 물건도 이 편의점에선 다 판다니 저라면 작년에 돌아가신 엄마랑 영상통화할 수 있는 휴대폰을 사고 싶네요.이 막내딸이 엄마얼굴 보면 울기라도 할까봐 그러신건지 꿈속에서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나쁜 엄마. 엄마 얼굴을 단 한번만이라도 직접 보고 싶어요.자꾸만 제 기억속에서 조금씩 잊혀져가려는 엄마 얼굴을 제 머릿속에 꼭꼭 눌러담아 간직하고 싶거든요. 또 한가지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당뇨 때문에 그 찌는듯한 더위에도 아이스크림 한번 못드셨던 엄마를 위해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지만 설탕은 안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서 편의점택배로 엄마 계신 하늘나라에 부쳐드리고 싶습니다. 제 눈에도 이 '황혼당' 이 보일 날이 과연 올까요? 제 소원이 아직은 그렇게 간절해보이지 않아서 안보이는걸까요? 공상이라 해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24시간, 무엇이든 파는 편의점에서 이처럼 아픈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물건까지 팔아준다면 정말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유난히 추운 올 겨울, 아이들과 함께 이책을 읽으시면서 '난 무엇을 간절히 찾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하시다보면 그 상상만으로도 마음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듯, 몸은 추워도 마음만은 따듯해질 수 있으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