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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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을 『99』를 보고 아마도 이야기는 김탁환이 쓰고 
사진은 강영호가 찍었다(서로 분리되 작업이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예요.어떤 이야기는 강영호 작가가 제안하고 던져줬고, 
나는 그 이야기에 나의 상상력과 또 나의 실제이야기를 뒤섞었지요. 
밤늦게까지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와 생각을 제안하고 자극했습니다. 
서로의 몽상을 주고받은 거지요. 표지에 '김탁환 글, 강영호 사진' 이렇게 표기하지 않고 
김탁환 강영호 장편연작소설이라고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 강심호(문화비평가)의 김탁환 강영호 작가인터뷰 중에서 - 

나 역시 강영호님은 사진을 찍고 김탁환님은 그 사진을 보고 글을 쓴 줄 알았는데
강영호님의 상상 사진관 한 켠에 공동집필실까지 마련하고
철저히 공동작업을 했다고 한다. 
강심호님의 말을 빌리자면『99』가 여타의 사진소설과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철저한 독립작업이 아니라 철저한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처음에 이 책을 받자마자 일단 사진부터 주욱 훑어봤다.
처음에는 '기괴하다' 정도였는데 뒤로 갈수록 느낌이 너무 강렬한 것도 있고
끔찍해서 혹시 꿈에 나오면 어쩌나 걱정스런 사진들도 꽤 있었다.
특히나 7편의 단편중 두번째인 인간인간인간(턱을 기르는 왕)은 
저 사진을 어떻게 찍었을까 싶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보여서
내 몸에 저런 변화가 생긴다면 나같아도 자살하겠다 싶을 정도로 끔찍했다.
어렸을적 전설의 고향을 봤을 때 기분과 비슷했다고 할까?
무서워서 직접 볼 엄두는 안나지만 보고는 싶어서 
그 무더운 여름날, 이불 속에 들어가서 땀이 뻘뻘 나는줄도 모르고
얼굴을 쏘옥 내밀고 보다 너무 무서우면 다시 이불 속으로 쏘옥 숨었던 
딱 그때 그시절의 기분이었다.
무섭지만 너무 궁금해서 계속 보고는 싶은 그런 기분.
글만 읽었을때는 내용이 기괴하고 비현실적이어서 느낌이 잘 안오다가
사진과 글을 동시에 읽다보면 이게 현실인지 환상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사진과 글이 아주 적절히 배합돼서 아주 확실한 시너지효과를 낸다.

강영호님의 실제 작업공간인 상상 사진과의 탄생비화라고 할 수 있을법한
상대성 인간(신중하지 않은 뿔)은 
얼핏 선과 악, 이중인격의 대명사격인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떠올리게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킬박사는 선, 하이드는 악, 이렇게 딱 정의내릴 수 있었지만
드라큘라 사진관을 지은 신중하지 않은 뿔과 제이 킬은 
최소한 내 기준으론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뒷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는 정도.
무슨 이야기인지 입이 근질거려 다 이야기하고  싶지만 
앞으로 이 작품을 읽어볼 분들을 위해 쉿~

두번째 작품 턱을 기르는 왕은 
화보촬영후 환각파티를 벌인 모델 때문에 파티를 같이 벌인 명단에 올라
"대가리 박아. 이찍사 새끼! 확신이 없으면 널 끌고 왔겠어?" -P 56 中 에서-
혐의가 풀리기 전까지 강영호님을 괴롭혔던 
어떤 형사분에 대한 울분을 풀어보려고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로 형사가 죽을 수밖에 없게 만드니 말이다.

스스로 빛나는 반딧불이 인간을 죽인 일(반딧불이 인간 - 뉘우치치 않는 감옥),
미란이란 예명을 쓰는 여배우를 두고 기괴한 농담을 주고받는 
스타일리스트 B와 나(강영호님)의 이야기(웨딩 인간 - 혼자 여행 가라는 판결),
일반인 99명의 누드를 찍겠다는 공고를 낸후 
응모한 사람들중 99번째 응모자가 나에게 보낸 메일과 그를 만난 이야기
(끈적 인간 - 어부가 잡은 새는 교만하다) ,
상상사진관 막내 작가의 애인인 마임니스트의 슬픈 이야기(아몬드 인간 - 배운 침묵),
남극으로 다섯시간 후면 돌아가야할 조류학자 어머니와의 대화 가운데 밝혀진
강영호 작가의 신체적 비밀과도 연관된 출생비화
( 알바트로스 인간 - 큰 강 앞에서 야윈 돼지를 만나다)까지
7편 모두 평범한 이야기는 단 한편도 없었다.
강영호님과 김탁환님의 끊임없는 대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라
상상과 실제경험이 교묘하게 어우러져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서
두 작가의 신체적 비밀이라든지 인간관계, 성격 등에 관한 묘한 호기심까지 생겼다. 

대표적인 커머셜 광고 사진작가였던 강영호님이 
그저 예술 한번 제대로 해보겠단 식으로 멋부렸다고 하기엔 
사진이 기괴하긴 했지만 상당히 멋스러웠다.
무서운데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읽는다 읽는다 해놓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김탁환님의 노서아 가비와 천년습작도
조만간 꼭 읽을 생각이다.

제목이 왜 99일까? 
99명의 일반인 누드사진을 찍은 그 이야기 때문에 제목도 99라 지었나보다 생각했다가 
혹시 이런 이유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66(혹은 99)이라는 숫자카드가 바닥에 던져져있는데 위아래 표시가 돼있지 않다면
이걸 66이라고 읽어야할지 99라고 읽어야할지 모호한 것처럼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그런 기괴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99라 제목을 지은게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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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쓰는 법 동화는 내 친구 60
앤 파인 글, 윤재정 옮김 / 논장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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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보이는데다 나긋나긋해서 만나자마자 죽이 척척 맞아 참 잘 지냈는데, 지내면 지낼수록 실망스런 친구도 있고,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툴툴거리는 성격이 별로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진국이다 싶은 친구도 있습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저 역시 두번째 친구가 훨씬 더 좋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친구의 말투며 행동이 마음에 안들어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그 친구와 지낸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거친 돌이 파도에  휩쓸리다보면 둥근 돌이 돼가듯, 그 친구의 행동과 말투는 원래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기게 되고, 오히려 자기 감정표현이 확실해 사람 헷갈리지 않게 하는 그 솔직담백함에 종종 반하게도 됩니다. 저 역시 그런 친구가 둘 있습니다. 둘다 무뚝뚝하지만 진국인 친구들이죠. ’얘네들, 여자 맞아?’ 라고 할 정도로 무뚝뚝해서 처음에는 다가가기조차 힘들었지만 자기들의 무뚝뚝함에 종종 상처받았었던 제 맘을 위로라도 하듯, 어느새 제게 평생지기가 돼준 친구들입니다. 

여기,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툴툴거리는 성격이 별로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국이다 싶은 친구", 바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체스터 하워드죠. 엄마의 회사문제로 전학이 잦은 탓에 자칭 아웃사이더라 칭하며 어떤 학교생활에도 그럭저럭 잘 적응했던 체스터였지만, 이번에 전학 온 윌버틀 매너 초등학교는 그간 전학 다녔던 학교 중에서도 최악입니다. 테이트 선생님은 이름을 "하워드 체스터"로 바꿔부르시질 않나, 평범한 아이들이라면 다 싫어할 칠판당번을 서로 하려고 들질 않나, 선생님과 친구들은 지나칠 정도로 친절히 굴어 몸둘 바를 모르겠고,한술 더 떠 신경회로에 문제가 있는(실은 학습 장애아) 조와 짝까지 됩니다. 테이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나만의 비법" 에 대해 쓰는 과제를 내주는데 하워드(책에서는 체스터를 계속 하워드라 부르기에 저도 하워드라 부르겠습니다)의 짝인 조는 어이없게도 "또박또박 쓰는 법"을 과제 제목으로 삼겠다네요. 하워드가 조의 공책을 죽 봤더니. 세상에~ 조의 글씨는 정말 ’엉망진창 뒤죽박죽’ 인데 말이죠. 





▲조의 엉망진창 글씨입니다. 해석이 필요할 정도죠?


<리뷰 속 인용 문구는 책 속의 글을 인용했으며, 
 책 사진 이미지의 저작권은 ’논장’에 있습니다.>


"조가 어떻게 그 과제를 해요?? 차라리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게 쉽겠어요.’또박또박 쓰는 법’이오? 조의 공책을 보세요. 조는 ’쓰는 법’부터 배워야한다고요. 
우리 반이 즐거운 교실인 것 치고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무척 차가웠다. "하워드 체스터, 그만 입 좀 다물어주면 고맙겠구나.조는 학교 공부를 하는데 어려움이 좀 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노력하고 있어.""씩씩하게라고요?" 난 코웃음을 쳤다.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란 말이 더 잘 들어맞겠죠!" -"삐뚤빼뚤 쓰는 법" P33 中 ’테이트 선생님과 하워드의 대화’ 중에서 발췌- 




조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시려고 하는 테이트 선생님의 의도도 좋지만, 하워드는 조에게 이런 과제는 너무 버겁다는걸 깨닫고 조의 과제 제목을 새로 정해줍니다. 바로 "삐뚤빼뚤 쓰는 법"이죠."또박또박 쓰는 법"은 조에게 무리지만 "삐뚤빼뚤 쓰는 법"은 조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겠죠? ^^ 

"한 시간 뒤, 선생님은 머리털을 쥐어 뽑도록 지겨운 내용을 또다시 설명했다. 이미 열 번씩이나 이야기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한 머저리들 때문이다." - "삐뚤빼뚤 쓰는 법" P26 中 에서 -
반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오든 못 따라오든, 아이들이 수업내용을 알아들었든 못알아들었든, 오직 진도 나가는데만 충실한 선생님들도 꽤 계시는데 테이트 선생님은 잘 못 알아듣는 몇몇 아이들을 위해 열 번 넘게 같은 설명을 해주신다는 글이 참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반아이들을 등수와 상관없이 모두 끌어안고 같이 가려는 테이트 선생님의 따스한 배려가 느껴지는 문장이었으니까요. 선생님의 이런 배려에 보답이라도 하듯, 테이트 선생님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졸업후에도  재학중에도 테이트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참 따듯하고 바르게 자라주고 있음이 이 책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나중에는 그토록 냉소적이었던 하워드마저 그 사랑을 느낄 정도니까요.

이 책에서 하워드는 매사에 불만 많고 툴툴대기 좋아하는, 꽤나 냉소적인 아이로 나옵니다. 그러나 짝꿍인 조한테 이제부터는 신경을 끊겠다고 하면서도  조가 수업을 제대로 못따라가고 과제를 못해내자 자기 과제를 미뤄놓고 조를 도와줄 정도로 속정만은 누구보다 깊은 아이로 나오죠. 어지러진 조의 책상 속도 말끔히 정리해주고 조의 놀라운 재능을 두루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래서 조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나름의 최선을 다해줍니다.

전 하워드를 보는 내내 자꾸만 "콩닥콩닥 ○ 바꾸는 날"의 승연이가 떠올랐습니다. 승연이 역시 하워드처럼 짝꿍인 창훈이를 답답해하고 맘에 안들어하면서도 짝꿍이 힘들어할 때마다 도와주거든요. 창훈이 탓에 좋아하는 우진이와 짝이 못됐다고 처음에는 창훈이에게 못되게 굴던 승연이였지만, 3일후 창훈이가 전학 간단 선생님 말씀을 듣고나선 창훈이의 수학 공부도 도와주고 준비물도 넉넉히 챙겨와 창훈이의 가족신문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이 어쩜 하워드와 그리도 닮아있는지요. 두 친구의 사는 곳도 상황도 다 다르지만 속정만은 깊은 승연이를 지켜봤을 때처럼 하워드를 지켜보는 내내 그 기특한 마음 씀씀이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곤 했네요.

전 테이트 선생님이 조에게 그랬듯, 열심히 가르쳐주는데도 우리 아들이 계속 못알아들어도 언제까지나 끝까지 화내지 않고 가르쳐줄 자신은 없습니다. 전 하워드가 조에게 그랬듯, 우리 아이가 잘하는게 한 가지도 없는데도 그걸 눈감아주고 네가 잘하는 일만 열심히 하라고 말해줄만큼 열린 생각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테이트 선생님처럼 우리 아들에게 화내지 않고 끝까지 친절할 수 있도록, 조처럼 우리 아들의 장점만을 발견할 수 있는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 합니다. 전 우리 아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바로, 엄마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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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와 황금열쇠 타일러의 처음 만나는 경제동화 2
제니퍼 부아니 지음, 이승숙 옮김, 윤승일 그림 / 을파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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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듣기만 해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경제용어를 판타지동화란 흥미로운 장르로 잘 풀어낸 동화라는 책 소개에 정말 아들보다 내가 더 먼저 읽어보고픈 동화였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과목인 수학과 사회를 접목시켜놓은듯한 경제를 대체 어떻게 재미난 동화로 엮어놓았을까?’, ’재미난 이야기에 치중하다보면 경제동화란 장르가 무색해져 일반동화와 다를바 없을테고 그렇다고 경제공부에 치중하다보면 이야기자체가 어려워지거나 딱딱해지지 않을까?’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읽어내려갔는데 내 생각이 기우였단걸 여실히 증명이라도 하는듯, 재미도 있고 경제공부도 절로 되는 구성이었다.내가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었던 딱딱한 경제용어를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들 수준에 맞춰 쉽게 풀어놨을뿐만 아니라 숙제기계란, 아이들이 혹할만큼 매력적인 소재를 선택해서 일단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숙제기계의 판매실적부진을 타일러와 지젤, 그 친구들이 어떻게 잘 극복해내고 점차 성장해가는지를 아주 재미나게 엮어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숙제기계’를 만드는데 성공한 타일러에게 수호신 소테가 커다란 흰색요트를 선물로 준다. 타일러는 성실하고 믿음직한 하모니에게 공장을 맡기고 지젤과 함께 꿈에도 그리던 세계 일주 항해를 떠난다." - 《타일러와 숙제기계》줄거리 中 에서 - 2편에서는 요트여행을 떠난 타일러와 지젤이 ’숙제기계’ 공장을 맡긴 하모니한테서 판매실적이 예전만 못해 생산량을 줄여야 할 판이라는 안좋은 소식을 전해듣는데서 시작된다.배려심 깊은 지젤의 충고대로 지젤만 일단 공장으로 돌아가서 사태파악후 문제해결을 해보기로 하고 타일러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요트여행을 당분간 계속하기로 결정한다. 공장에 가본 지젤은 1편에서도 등장했던 수호신 소테의 도움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고 타일러와 지젤의 친구들 역시 각자의 능력을 총동원해 숙제기계 공장의 판매실적을 올리는데 제 몫들을 톡톡히 해낸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건 문제해결중에 기업가, 마케팅,슬로건,브랜드,로고 등 딱딱한 경제용어도 아이들 수준에 맞춰 쉽게 풀이해놓았다는 점이었다. 우리 어른들에게 마케팅, 슬로건 등의 경제용어를 물어봐도 무슨  뜻인지 다들 알긴 하지만 사실 속시원히 이러이러하다고 정확히 말해줄수는 없는 경우가 많은데 어른들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쓴 것도 좋았고 이런 경제용어 하나 몰랐던 아이들 스스로가 브랜드와 마케팅의 중요성 등을 깨닫게 돼서 판매실적이 쑥쑥 올라가게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또 아이들이 노력한만큼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그 실적이 바로 눈에 보일만큼 좋아지도록 시원시원하게 구성한 점도 참 좋았다. 지젤과 친구들이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그만큼의 성과가 없었다면 아이들에게  ’거봐, 노력해도 안되잖아.’ 하고 노력해봤자 소용없으니 쉽게 포기해버리자는, 자칫 나쁜 생각을 심어주게 됐을지도 모를텐데 이 책에서는 노력한만큼의 결실을 맺어가는 모습을 자주자주 보여주니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성공의 열쇠인지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될테니 말이다. 

실은 숙제기계는 숙제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숙제를 대신 해주는건 아닌데 이런 잘못된 루머로 힘겨워한다는 설정이라던지, 고객에게 친절한 사원에게 상을 주겠다고 발표해서 고객을 불친절하게 대했던 장갑들의 태도를 스스로 고치게 만들고 고객들의 불만사항과 요구사항을 항상 귀기울여 들어주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바로바로 경영에 적용해서 판매실적도 쑥쑥 올리고 고객들의 불만으로 낮아진 ’고객 반응 온도’ 를 점차 높여나가는 지젤과 타일러,그의 친구들이 정말 대견스러웠다.아이들도 이렇게 원리원칙대로 쉽게쉽게 잘해나가는데 우리네 어른들은 왜 그렇게 눈앞의 이익만 좇느라 바쁘고, 고객의 불평불만 따위 안중에도 없어서 왠만해선 항의조차 못하는 착한 단골고객들조차 왜 다 떨어져나가는게 만드는지,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뭐 하나가 잘 팔린다 싶으면 유사제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서 타사 제품을 서로 헐뜯고 가격경쟁하느라 바쁜 우리네 잘못된 사회풍조도 꼬집는 듯한 내용도 실려있어서 ’사회풍자동화’ 라고 소개해도 좋을 듯 싶었다.

’장갑’ 이란 공장 직원들, 코끼리,고양이,스컹크 등등의 각종동물들이 사람처럼 등장하고 수호신 소테가 보낸 수수께끼를 풀면서 문제를 해결해간다던지, 고객정보센터를 ’큰 귀 센터’로 명명하는 등의 설정은 아주 흥미로웠지만 이런 정도의 이야기만으로 ’판타지동화’란 장르로 분류하기엔 다소 미흡한 면이 있어 판타지동화를 기대했던 나로선 사실 약간 아쉽긴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정말 좋았던건 앞서 말했듯이 딱딱한 경제용어를 재미난 이야기로 쉽게 풀어놓은 점과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자기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미래의 꿈에  한발짝씩 다가가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이 아주 유쾌하고 건전하게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곧 3편이 출간될 것을 예고하는 악당들의 모략도 다음편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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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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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산다는게 구차하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왜 계속 이런 대접을 받고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모든걸 다 참고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아무 일 안생기고 살아도 재미없고 힘든 세상,  세상사람 다 이러고 살겠거니 포기하고 살만하면 친정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하셨고 이제 괜찮아지셨다 싶어 한숨 돌릴 때쯤 다시 식물인간이 되셨고 엄마 돌아가시고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 마음을 다잡을때쯤 언니한테 내가 도와줄 수도 없는 힘겨운 일들이 일어나 나한테 밤마다 울며  하소연을 하는지라 지난 한해는 정말 죽고 싶단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평생의 절친이라 생각했던 친구가 내 등뒤에서 계속 날 흉보고 다닌단걸 알았을 때도 죽고 싶었고 남편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울 때 역시 죽고 싶었다.그래도 삶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건 날 힘들게도 하지만 내게 늘 힘을 실어주는 바로 가족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천지는 언니인 만지와 엄마가 자기의 힘든 마음을 몰라준 탓인지 안타깝게도 열네살,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자살을 선택하고 말았다. 무엇이 천지를 그토록 힘들게 했을까? 다름 아닌 친구, 화연과 친구들의 은근한 따돌림과 괴롭힘 때문이다. 천지를 왕따시키려고 했지만 끝내 왕따만은 피해갔다고 하지만 왕따까지는 아니라해도 자기를 따돌리고 무시하는 기운을 바보가 아닌 이상 천지도 다 느꼈을테고 열네살 어린 나이에, 그것도 매사를 진지하게만 생각했던 성격의 그녀가 그 모든 걸 감당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천지한테 못되게 군 화연 역시, 여우같이 얄미운, 몹쓸 아이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안쓰러운 아이다. 보신각(중국집)을 운영하느라 늘 바쁜 엄마,아빠를 둔 덕분에 화연 혼자 집에 두는건 불안하단 이유로 아주  어렸을때부터 여기저기 학원을 전전해야 했고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친구들을 자기 곁에 두기 위해 보신각에 데려가 자장면을 사먹이고 노래방비 등과 같은 돈을 계속 써서 친구들의 환심을 사려는 아이였다. 천지한테 그리 못되게 군 것도 점점 더 센 걸 원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방법이었다니. 꼭 그런 몹쓸 방법밖에 없었냐고 따져묻고도 싶지만 화연이 입장에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 ,아주 절실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한편,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화연이 안쓰럽기도 하다. 

"애들이 자꾸 나만 술래 시켜." "안한다고 해." 그렇게 얘기해봤어요, 엄마. 
"그래도 자꾸 시켜." "그럼 걔들이랑 놀지 마." 그럼 나는 누구랑 놀아, 언니?
- 우아한 거짓말 P20 천지의 말 中에서
천지가 이렇게 친구에 대한 고민을 넌지시 비쳤지만 엄마와 언니는 그정도쯤은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넘겨버리니 천지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날 천지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못한 언니와 엄마 역시 천지의 자살 이후 얼마나 그 일이 후회되고 미안할까? 아버지의 사고사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탓에 늘 힘든 엄마는 천지의 고민 쯤 고민축에도 못낀다 가볍게 생각했을테고 진지하고 조용조용한 성격의 천지와 달리 매사 건성건성이고 무뚝뚝한 언니에게 천지의 친구 문제쯤 아무 일도 아닌양 넘길 수밖에 없었겠다 이해가 되면서도 남겨진 엄마와 언니가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했을 생각을 하니 내 가슴도 같이 저릿저릿해져온다.  

그렇다고 이 책에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이런 고통들만 가득한건 아니다. 이 책 곳곳엔 풋 하고 터져나오는 위트 있는 대사와 웃음 또한 가득하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큰 딸, 천지와 누구보다 열심히 살면서 슬픔을 이겨내보려는 씩씩한 엄마간의 대화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에게 읽어줘도 박장대소하며 웃을 정도로 재미나다. 맛도 맛이지만 그 구수하고 거친 입담이 듣고 싶어 수고를 마다않고 찾아가게 되는 욕쟁이 할머니네 식당 손님이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천지 자체는 싫지만 같이 놀아준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은 천지를 가지고 놀기 바빴던 화연의 '우아한 거짓말' 처럼, 자신의 자살로 마음 아파할 사람들을 생각해 용서한단 5통의 편지를 남기고 간 천지 역시, 말은 용서라지만 실은 자기를 힘들게 만든 친구들과 자기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은 엄마와 언니에게 때늦은 후회와 가슴 칠만큼의 고통을 안겨주고 싶어 '우아한 거짓말'을 남기고 간건 아닌지 천지에게 묻고 싶어진다.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생각했던 것처럼 화려하고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리 세상을 버렸다면 보지 못했을, 느끼지 못했을, 소소한 기쁨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애초에 나는 큰 것을 바란게 아니니까요." -우아한 거짓말 '작가의 말' 중에서 -
작가의 말처럼 한번쯤 살아볼만한 근사한 세상은 아니어서 실망할 때도 많고 좌절할 때도 많겠지만 천지가 이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작가가 말한 소소한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혹 기뻐할 일이 하나도 없다 해도 내 자살로 살아가는 내내 고통스러울 가족을 생각해서 누구보다 멋지게 살려고 노력해보라고 천지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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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2 - 진압하라! 별자리들의 수동태 반란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12
어필 프로젝트 그림 / 사회평론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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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진 이미지의 저작권은 ’사회평론’에 있습니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권장도서, 사단법인 영어교육평가연구회 추천도서, 교보문고 북마스터 추천 아동학습만화, 소년조선일보 추천 초등학생 필독도서, 소년한국일보 우수 어린이 도서" 우와~ 표지 하단, 햇님 모양의 금딱지에 적힌 이 글부터 잔뜩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학습만화하면 돈주고 사주기는 아깝다는 편견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우리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라면 땡빚을 내서라도 뭐든 다 사주고픈 엄마들도 학습만화를 사줄 때만큼은 심사숙고에 장고에 장고를 거쳐 겨우겨우 지갑을 여는 정도니까요. 엄마들 지갑은 쉬이 열리지 않고 대형서점에 가면 학습만화 신간이 잔뜩 쌓여있지만 비닐에 꼭꼭 싸여있는 탓에 아이들 보고픈 맘은 더 간절해지고 안사주는 엄마를 탓하며 아주 애가 타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엄마가 봐도 공부가 되는 좋은 학습만화라면, 입소문이 난 정말 제대로 만들어진 학습만화라면 문제는 180도로 달라집니다. 엄마들이 알아서 신간이 나올 때를 기다려 챙겨줄 정도죠.

우리 조카는 학습만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공부가 되는 입소문난 학습만화를 읽고 또 읽어서 외워버릴 정도라 시험 볼 때 아주 큰 도움이 될 정도이기 때문에 학습만화 효과를 아주 톡톡히 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조카가 이 책을 보면 이 이모(저)한테 시리즈를 다 사달라고 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 영어문법공부를 아주 쉽고 재미나게 할 수 있는 학습만화라 우리 아들뿐 아니라 우리 조카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었어요.

학습과 만화가 따로 분리돼 있는 책, 그래서 아이들이 만화만 읽고 학습부분은 안읽어 학습만화란 말이 무색해지고 돈생각이 절로 나는 학습만화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만화는 아들이 하도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사주는 경우는 있어도 그럴때는 돈이 무지 아깝습니다. 그런데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는 제가 앞으로 알아서 사줘야겠네요. 그만큼 매력적인 책입니다.

만화 속에 공부거리가 한가득. 문법을 공부해야만 뒷장으로 넘어가도록 구성해놓았기 때문에 뒷장이 궁금한 아이들이라면 읽어볼 수밖에 없게 편집해놓으신데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수동과 능동을 모르는 영어초보 아이들을 위해 수동과 능동의 의미부터 아주 조목조목 짚고 넘아가주신 점에도 아주 큰 점수를 드리고 싶네요.

워드킹에게 본의 아니게 울랄라 여왕의 실체를 보여주고 충격을 받게 한 댓가로 건이 일행은 패시브 보드게임과 함께 우주공간으로 쫓겨납니다. 패시브 보드게임을 클리어해야 그램우즈로 돌아갈 수 있는 건이와 빛나, 피오,모모, 임퍼 일행은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나타나는 미션을 해결해야 앞으로 전진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그 미션이란게 바로 영어문법문제입니다. 능동과 수동의 의미, 수동태의 쓰임, 수동태 문장 만들기, 과거분사, 의문사 육하법칙, 의문사 완전정복까지 이 수많은 미션들을 모모의 도움으로 공부한 뒤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건이 일행.

영어문법만 공부하다보면 지루할 걸 아셨는지 처녀자리에 반해 매일같이 처녀자리 앞에서 사랑고백하느라 죽치고 있는 물병주인인 가니메데 왕자 탓에 물병이 계속 쏟아져 홍수를 이루고 있는걸 해결하라는 미션처럼 설정 자체도 재밌고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어 더 좋았답니다. 무모하지만 용감한 건이는 영어문법을 잘 몰라 실수도 많이 하는데 건이의 잦은 실수 덕분에 건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칫 자주 실수할 수 있는 문법을 한번 더 공부하게 된단 장점까지 있네요. 이 책에서 또 한가지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 바로 앞서 전(前)권에서 배웠던 영문법을 다시한번 짚고 넘어간단 점이었습니다. 몇권에서 다룬 내용이란 것까시 상세히 소개돼있어서 혹 잊은 내용이라면 다시 찾아보고 공부하기 편하게 돼있네요. 한마디로 예습뿐 아니라 복습까지 철저히 되는 학습만화라 더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만화만 봐도 아주 많은 공부가 저절로 되지만 만화가 끝나면 울랄라 여왕의 미션이라 해서 큼직큼직한 그림과 함께 문법문제를 많이 수록해놔서 앞서 배운 문법을 다시한번 공부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점도 돋보이네요.

참 좋은 학습만화를 만나 기분이 뿌듯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13권 관계대명사 편이 곧 나온다고 소개돼있네요. 이렇게 반가울 수가. 아들은 좋아하지만 저는 안사주고픈 학습만화는 다음편이 또 나온다고 하면 그만 좀 나오지 라고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는 13권이 나온다니까 정말 반갑더라구요. 그만큼 제 맘에 쏙 들었단 이야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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