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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와 황금열쇠 ㅣ 타일러의 처음 만나는 경제동화 2
제니퍼 부아니 지음, 이승숙 옮김, 윤승일 그림 / 을파소 / 2010년 1월
평점 :
어른들도 듣기만 해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경제용어를 판타지동화란 흥미로운 장르로 잘 풀어낸 동화라는 책 소개에 정말 아들보다 내가 더 먼저 읽어보고픈 동화였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과목인 수학과 사회를 접목시켜놓은듯한 경제를 대체 어떻게 재미난 동화로 엮어놓았을까?’, ’재미난 이야기에 치중하다보면 경제동화란 장르가 무색해져 일반동화와 다를바 없을테고 그렇다고 경제공부에 치중하다보면 이야기자체가 어려워지거나 딱딱해지지 않을까?’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읽어내려갔는데 내 생각이 기우였단걸 여실히 증명이라도 하는듯, 재미도 있고 경제공부도 절로 되는 구성이었다.내가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었던 딱딱한 경제용어를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들 수준에 맞춰 쉽게 풀어놨을뿐만 아니라 숙제기계란, 아이들이 혹할만큼 매력적인 소재를 선택해서 일단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숙제기계의 판매실적부진을 타일러와 지젤, 그 친구들이 어떻게 잘 극복해내고 점차 성장해가는지를 아주 재미나게 엮어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숙제기계’를 만드는데 성공한 타일러에게 수호신 소테가 커다란 흰색요트를 선물로 준다. 타일러는 성실하고 믿음직한 하모니에게 공장을 맡기고 지젤과 함께 꿈에도 그리던 세계 일주 항해를 떠난다." - 《타일러와 숙제기계》줄거리 中 에서 - 2편에서는 요트여행을 떠난 타일러와 지젤이 ’숙제기계’ 공장을 맡긴 하모니한테서 판매실적이 예전만 못해 생산량을 줄여야 할 판이라는 안좋은 소식을 전해듣는데서 시작된다.배려심 깊은 지젤의 충고대로 지젤만 일단 공장으로 돌아가서 사태파악후 문제해결을 해보기로 하고 타일러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요트여행을 당분간 계속하기로 결정한다. 공장에 가본 지젤은 1편에서도 등장했던 수호신 소테의 도움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고 타일러와 지젤의 친구들 역시 각자의 능력을 총동원해 숙제기계 공장의 판매실적을 올리는데 제 몫들을 톡톡히 해낸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건 문제해결중에 기업가, 마케팅,슬로건,브랜드,로고 등 딱딱한 경제용어도 아이들 수준에 맞춰 쉽게 풀이해놓았다는 점이었다. 우리 어른들에게 마케팅, 슬로건 등의 경제용어를 물어봐도 무슨 뜻인지 다들 알긴 하지만 사실 속시원히 이러이러하다고 정확히 말해줄수는 없는 경우가 많은데 어른들 눈높이가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쓴 것도 좋았고 이런 경제용어 하나 몰랐던 아이들 스스로가 브랜드와 마케팅의 중요성 등을 깨닫게 돼서 판매실적이 쑥쑥 올라가게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또 아이들이 노력한만큼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그 실적이 바로 눈에 보일만큼 좋아지도록 시원시원하게 구성한 점도 참 좋았다. 지젤과 친구들이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그만큼의 성과가 없었다면 아이들에게 ’거봐, 노력해도 안되잖아.’ 하고 노력해봤자 소용없으니 쉽게 포기해버리자는, 자칫 나쁜 생각을 심어주게 됐을지도 모를텐데 이 책에서는 노력한만큼의 결실을 맺어가는 모습을 자주자주 보여주니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성공의 열쇠인지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될테니 말이다.
실은 숙제기계는 숙제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숙제를 대신 해주는건 아닌데 이런 잘못된 루머로 힘겨워한다는 설정이라던지, 고객에게 친절한 사원에게 상을 주겠다고 발표해서 고객을 불친절하게 대했던 장갑들의 태도를 스스로 고치게 만들고 고객들의 불만사항과 요구사항을 항상 귀기울여 들어주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바로바로 경영에 적용해서 판매실적도 쑥쑥 올리고 고객들의 불만으로 낮아진 ’고객 반응 온도’ 를 점차 높여나가는 지젤과 타일러,그의 친구들이 정말 대견스러웠다.아이들도 이렇게 원리원칙대로 쉽게쉽게 잘해나가는데 우리네 어른들은 왜 그렇게 눈앞의 이익만 좇느라 바쁘고, 고객의 불평불만 따위 안중에도 없어서 왠만해선 항의조차 못하는 착한 단골고객들조차 왜 다 떨어져나가는게 만드는지,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뭐 하나가 잘 팔린다 싶으면 유사제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서 타사 제품을 서로 헐뜯고 가격경쟁하느라 바쁜 우리네 잘못된 사회풍조도 꼬집는 듯한 내용도 실려있어서 ’사회풍자동화’ 라고 소개해도 좋을 듯 싶었다.
’장갑’ 이란 공장 직원들, 코끼리,고양이,스컹크 등등의 각종동물들이 사람처럼 등장하고 수호신 소테가 보낸 수수께끼를 풀면서 문제를 해결해간다던지, 고객정보센터를 ’큰 귀 센터’로 명명하는 등의 설정은 아주 흥미로웠지만 이런 정도의 이야기만으로 ’판타지동화’란 장르로 분류하기엔 다소 미흡한 면이 있어 판타지동화를 기대했던 나로선 사실 약간 아쉽긴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정말 좋았던건 앞서 말했듯이 딱딱한 경제용어를 재미난 이야기로 쉽게 풀어놓은 점과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자기의 재능을 십분 발휘해 미래의 꿈에 한발짝씩 다가가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이 아주 유쾌하고 건전하게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곧 3편이 출간될 것을 예고하는 악당들의 모략도 다음편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