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벌레와 도서관벌레 맛있는 책읽기 9
김미애 지음, 마정원 그림 / 파란정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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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 대형서점 한편에서 책을 잔뜩 쌓아놓고 독서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남의 아이라도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이쁘고 사랑스럽다.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아들은 아직 책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책 좀 읽으라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혼내보아도 도통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해서 속이 상한다. ’어떻게 하면 아들에게 책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요즘 나의 고민 1순위다. 엄마가 꾸준히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무언가 느끼는게 있지 않을까 싶어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지만, 아이 아빠는 퇴근후면 책과는 담을 쌓고 365일, 게임 삼매경이니 육아고민도 부부의 손발이 맞아야 해결되는건가보다. 혹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아들도 자극받고 책을 좀 읽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도서관에도 데려가보고, 혹시 아들 입맛에 맞는 재미난 책을 찾지 못해 그런걸까 싶어 대형서점에도 수시로 데려가봤지만 데려갈 때마다 집에 그만 가자는 말만 해대는 아들녀석의 성화에, 내 한줄기 기대는 번번이 무너져내려버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내 자식인데 쉽게 포기할 수도 없고.그러던 차에 아들이 흥미를 갖고 읽을만한 책을 발견했다. 

 "무언가가 꼬물꼬물 굼실굼실 나한테 다가와요. 커다란 굼벵이 같기도 하고 애벌레 같기도 한 것이 헤벌쭉 웃으며. 꼬물거리고 굼실거리는 것이 다가와서 말을 걸어요. "나는 도서관벌레야. 같이 놀자."" - [도서관벌레와 도서관벌레] "작가의 말" 中 에서 -

"꼬물꼬물, 굼실굼실??"  이 표현을 보고 책을 너무 좋아해서 먹기까지 하는 "책 먹는 여우" 를 가장 좋아하는 우리 아들에게  아주아주 재미나게 생긴 도서관벌레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나로선 솔직히 도서관 벌레의 실체를 안 뒤로 약간 실망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상상속에서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 도서관벌레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단 설정이 더 친근하게 느껴져 좋았다. 게다가 주인공인 동우와 영수 역시 우리 아들과 같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보니 우리 아들이 더 친근하게 받아들인 듯하다.

영수는 늘 1등, 동우는 늘 2등. 아이 교육에 극성스러운 엄마 덕에 서점에 있는 문제집이란 문제집은 다 풀고 인터넷에서  뽑은 예상문제까지 다 풀었는데도 달랑 한 문제 차이로 2등으로 밀려난 동우. 태권도 학원만 다니는 영수가 늘 1등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엄마가 주어준 임무 덕분에 동우는 영수의 1등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영수의 뒤를 졸졸 쫓아다녀본다.

영수의  1등 비결은 책 제목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건만 두꺼운 책을 다 읽는 건 시간낭비니 책 줄거리만 알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동우 엄마가 그 간단한 비결을 알리 만무하다. 책을 한줄이라도 더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고 또 바라는 나같은 엄마들도 있는데 책을 다 읽는게 시간낭비라며 못읽게 하다니? 뭐 이런 엄마가 다 있냐고 따져 묻고 싶을만큼  참 별스러운 엄마였다. 1등이 아니면 2등도 꼴등과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는 엄마 탓에 상처받고 기죽어 있던 동우의 속상한 마음까지 이 책은 아주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 책의 중심주제는 분명 "독서의 중요성과 유익함" 이지만 1등만 중요시하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사고가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있는지 꼬집어주고 있어 나 역시 반성하게 했다.

책을 열심히 읽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공부가 되는지, 따분한 교과서나 문제집만 공부하는 것보다는 재미난 책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더 재밌고 유익한지 책은 아주 설득력있게, 또 아주 재미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단답형이었던 주관식문제가 곧 서술형 문제로 바뀌게 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학부모로서 이 소식이 별로 달갑지는 않지만 그 때를 대비해서 책을 많이 읽고 자기의 생각을 잘 표현해낼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와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책을 안 읽고 공부만 하는 동우가 책을 많이 읽는 영수에게 늘 1등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이 책을 읽게 해줘서, 책의 중요성에 대해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우리 아들도 제발 "꼬물꼬물, 굼실굼실,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노는 도서관 벌레" 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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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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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도 못살면서 1000년의 근심을 안고 산다." 는 말이 있던가요?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도 없고 그저 나만 힘든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불필요한 걱정을 참 많이 하고 사는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 사는게 제대로 사는게 맞는지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걱정, 거기에 이미 다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까지 더 보태서 말이죠. "우리가 걱정해서 해결될 일은 정작 10% 밖에 안된다" 는 말도 있는데 왜 이리 쓸데없는 걱정하느라 시간 낭비에 마음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걱정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일까요?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의 줄리엣 역시 걱정이 참 많은 아이예요.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책소개에는 "걱정 공주" 란 별명까지 붙여주셨네요.아빠의 실험준비물(실은 잡동사니)이 쌓여 집이 점점 지저분해지고 그로 인해 엄마와 아빠가 다투셔도 줄리엣 탓인 것만 같고, 혼자 계실 때 혹시라도 지난번처럼 넘어지실까봐 안전을 위해 달고 다니시라는 호신용 경보기를 한사코 안달고 다니시는 할머니의 문제도 왠지 줄리엣이 해결해야만 할 것 같다네요. 줄리엣만 보면 괴롭혀대는 같은 반 친구, 휴 알렌에 대한 걱정, 최고의 골칫거리인 제멋대로 동생, 오프에 대한 걱정, 줄리엣을 가운데 놓고 서로 자기가 더 친한 친구라며 신경전을 벌이는 린지와 젬마에 대한 걱정까지. 이토록 줄리엣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걱정이니, 걱정하는 시간이 줄리엣 일과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그러던 어느날(아빠의 서재가 줄리엣의 방이 되던 날), 줄리엣은 할머니의 걱정을 들어주던 걱정 나무를 발견하고 잠자기 전 줄리엣의 고민을 걱정 나무에 걸어두고 마음 편히 자게 됩니다. 표지에 그려진 동물들마다 걱정 분야가 따로 있는 것도 참 재미난데 예를 들어 '웜벳' 은 '친구로 인한 걱정거리를 줄리엣이 자는 동안 대신 걱정해주는 동물'이라네요. 

'줄리엣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걱정거리를 털어놓으면 저 동물들이 밤마다 살아나서 걱정거리를 아침이 되기 전에 말끔히 다 해결해주는게 아닐까?' 전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제 예상과는 달리 그저 줄리엣의 걱정을 조용히 들어주고 미소 지으며 공감해주는게 전부더군요. 제가 상상했던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아 실망한 것도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걱정은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누가 대신 해결해줄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걱정거리를 털어놓는다면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진심을 다해 공감해주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참 많은 위로가 되겠구나. 동물들이 조용히 걱정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줄리엣에겐 참 많은 위로가 됐겠구나.' 그런 생각도 같이 말이죠. 

우리 아들도 걱정이 참 많은 아이입니다. 통통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치원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친구들의 놀림을 당해야 했으니까요. 아들이 놀림을 당해 울먹거리고 집에 오면 저도 걱정 나무의 동물들처럼,그저 조용히 들어주고 얼마나 속상하냐며 공감해주고 그 속상한 마음을 다독여줬어야 했는데, 그 아픈 맘을 위로해주지는 못할 망정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사냐고 오히려 아들을 답답하다고 윽박질렀던게 이 책을 읽으며 못내 미안해졌습니다. 

줄리엣이 걱정 나무를 만나 걱정거리를 털어놓으면서, 참는 것만 능사는 아니며, 줄리엣이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고 그 무거운 걱정거리를 하나둘씩 내려놓은 것처럼, 우리 아들에게 저도 걱정 나무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싶네요. 우리 아들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걱정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게 조용히 고민을 들어주며 아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죠. 

참으로 멋진 성장동화를 만나 많은 걸 느끼고, 많은 걸 배운 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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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아줌마 -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부부생활 탐구
문선희 지음 / 생각창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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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기대(?)를 뒤로 하고 14년 6개월을 살았지만 14년 6개월 모두가 행복하기만 했겠습니까? 비도 오고 천둥도 치고 벼락도 쳤지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 행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은 둥글둥글하고, 한 사람은 날카롭기 짝이 없는데 어설프게 서로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동안 얼마나 많이 아프고 힘이 들었겠습니까? 날카로운 전 모난 부분이 깎이느라고 아프고, 둥글둥글한 쭝은 모난 곳에 찔리느라 아프고…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다보니 비로소 길이 보였습니다. 모난 것은 모난 대로 둥글둥글한 것은 둥근 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도 비로소 닮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행복했습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 문선희님의 "오! 해피 아줌마" P178 中 에서 발췌 -

얼마전 모 드라마에서 젊은 부부는 정말 피튀기게 싸우고 있는건데 멀리서 바라보는 노부부 눈에는 그 젊은 부부가 눈싸움하는 모습이 한편의 러브스토리인 것만 같아 당신들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그 장면 바로 아래에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라는 문구가 같이 뜨면서.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친구님들은 우리 부부 사는 모습이 참 알콩달콩, 이쁘게 산다고, 아직도 신혼같다고 좋게좋게 말씀들 해주시지만 방금전에도 언급했듯,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실은 우리 부부는 알콩달콩이 아니라 투닥투닥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부부생활을 하고 있어 친구님들 말씀을 들으면 왠지 찔리곤 한다.  

작가는 올해로 결혼 15년차, 난 결혼 12년차에 접어들었다. 대학시절, 소개팅으로 만나 3년간의 연애끝에 결혼에 골인해서 아들 하나 낳고 지금도 작가만큼은 아니어도(굳이 수치화한다면 작가의 절반 정도쯤?) 우리 가족도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닭살행각이 있었으니 작가(썬)는 남편분, 쭝이 아직도 팔베개를 해줘야  잠이 든단다. 작가들의 고질병인 목디스크의 고통을 참아가며 쭝의 팔베개를 견디더니 이젠 쭝의 팔베개와 쭝과 썬의 크로스 자세가 아님 잠을 잘 수 없다나? 다른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작가의 절반 정도가 아니라 반의 반도 못따라가는터라 우리 부부 사이와 작가의 부부 사이를 비교하며 내심 부럽기 그지없었다. 우리 부부는 연애도 3년 이상 하고 결혼한터라 예전엔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이젠 남편이 남자가 아닌 그냥 가족이란 생각밖에 안드니 말이다. 어느새 내 살이 남편살 같고 남편살이 내 살 같아 남편이 내 옆에 와도, 심지어 찰싹 달라붙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고 할까?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 이란 모 전자의 광고컨셉을 인용하며  작가 스스로 표현하기도 작가의 실제 제멋대로인 성격과는 달리, 신혼초부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잘 울고 벌레 하나만 봐도 남편한테 전화 걸고 등등. 스스로 모질이 아내에 내숭녀로 거듭나기로 결심했다는 작가, 썬. 아주 대놓고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 되겠다고 결심이라도 한 듯 초절정 내숭을 떨며 말하고 행동하는 썬을 곱게만 봐주기란… 같은 여자로서 조금은 힘들었다. 하지만 작가, 썬은 진짜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깜찍한 여우였다. 걸핏하면 남편의 행동을 오해하고 쭝이 애써 잡은 무드를 와장창 깨놓는거 보면 분명 여우과(科)라기보다는 나와 같은 곰과(科)인데, 타고난 눈물 연기에 남편, 쭝을 장장 15년동안  휘어잡은 거 보면 무언가 아주 삐리리한 매력을 가진 귀여운 여우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나 잘났어" 를 외쳐대는, 자기보다 잘난 여자는 못견뎌하고 오히려 자신보다는 부족한 여자들을 더 편해하고 감싸주는 남자들 심리를 간파한 듯 스스로 모질이 컨셉을 잡은 것만 봐도 그녀는 확실히 미워할 수 없는 여우임에 틀림없다.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 작가 역시 다른 부부처럼 왜 살면서 힘든 일이 없었겠냐만은 좋은 것만 애써 보려고 스스로 노력하며 행복한 가정을 견고히 해나가는 모습이 그녀가 썼던 프로그램들만큼이나 똑소리나게 책 곳곳에 이쁘게 그려져있다. 작가의 딸, 경서의 3번에 걸친 수술, 썬과 시어머님과의 은근한 신경전 등등 작가는 아무일 아닌척 비교적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그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앞서 썬의 행동이 너무 여우같다며 잠깐이나마 작가를 미워했던게 못내 미안해지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에 책을 읽어야만 책 읽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못난 습관 탓에 조금만 재미없어도 금세 꿈나라로 떠나버리곤 했는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어서 누워서 편히 보다 벌떡 일어나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린 책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중후반까지는 재밌어서 킥킥대느라 정신없었고  후반부에서는 딸, 경서의 아픔 때문에 작가가 느꼈을 엄마로서의 자책감과 부모님을 향한 썬의 애틋한 감정이 내게도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썬과 쭝의 알콩달콩, 재미난 러브 에피소드도 한가득,  거기에 15년동안 신혼생활을 즐기는 작가 나름의 결혼생활 노하우와 하나뿐인 딸, 경서를 똑소리나게 키워낸 육아법까지 깔끔하게 정리돼있어 재미와  정보 면에서 모두 만족스런 책이었다. 

어젯밤, 퇴근길에 딸기를 사들고 온 남편한테 딸기 좀 씻어달라고 했더니 남편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볼에 뽀뽀하게 해주면 내가 씻어주지." 그래서 못이기는 척, "먹고 살기 힘드네." 투덜며 수염 때문에 거칠어진 남편의 뽀뽀를 받아주고 맛난 딸기도 먹었다. 남편 말, "먹고 살기가 그렇게 쉬운줄 알았냐?"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손발이 오글오글해지는 닭살멘트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그 오그라듦 덕분에 신혼의 달콤함을 다시금 느껴본 것 같다. 걸핏하면 상처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세상에서 가장 무뚝뚝한 남편이긴 하지만 가끔은 어제와 같은 닭살멘트도 날려주니 그걸로 만족하고 나도 작가, 썬처럼 남편의 좋은 점, 멋진 점만 바라보려 애쓰며 살아봐야겠다. 우리 아들한테는 작가, 썬이 그랬듯 ’사랑’ 이란 교육법을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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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대반란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2
대니 캐츠 지음, 김호정 옮김, 미치 베인 그림 / 책속물고기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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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올 3월에 초등학교 4학년이 됩니다. 덩치는 산만하고 키도 또래 중에 제일 큰 편이지만 아직까지도 제 눈에는  우리 아들이 마냥 어리고 귀엽게만 보이네요. 지금도 아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만큼 귀여워서 그 포동포동한 볼에 뽀뽀해대느라 정신을 못차릴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우리 아들 볼엔 자석이 달렸나봐. 엄마 입술을 자꾸만 잡아당기네." 하고 아들에게 말할 정도죠. 게다가 우리 아들은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로 이쁘고 날씬하고 똑똑하다는 이쁜 거짓말도 잘 해주는, 딸 못지 않은 애교덩어리 아들이라  제가 이뻐하지 않을래야 이뻐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랍니다. 엄마의 유일한 단점은 잠을 너무 조금 자는 거라고 이야기해줄 정도니 제가 이뻐할 수밖에 없겠죠? ^^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아들도 가끔은 미울 때가 있어요. 저는 하루종일 아들이 먹고 싶단 음식 만들어주랴, 해달라는거 다 해주느라 거짓말 조금 보태 허리 한번 제대로 펼 시간이 없었는데 "아들, 엄마 물 한잔 떠다줄래? 하면 "엄마가 좀 떠다먹지, 꼭 시키네." 하면서 투덜거릴 때는 아무리 이쁜 아들이어도 순간 울컥해지면서 정말 얄밉더라구요. 꼭 콩쥐가 깨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라고 할까요? 제가 이제껏 퍼부은 사랑이 순간 허무해지면서 그때만큼은 깨진 독에 물 부으며 애달아하는 콩쥐가 된 심정이 되곤 한답니다. 물을 가득 채워야만 원님 생일잔치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독에 물을 열심히 채우려는 콩쥐처럼 무슨 댓가나 목표를 가지고 우리 아들한테 한없는 사랑을 주는건 아니지만 저도 이럴때는 서운한 마음에 제가 아들에게 주는 사랑의 100분의 1 정도만이라도 돌려받고 싶어지는게 사람 마음이더라구요. 그런데 제 이런 서운한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제 마음을 아들에게 대신 전달해줄 정말 반갑고 고마운 책을 만났답니다. 바로 이 책, ’엄마 아빠의 대반란" 이예요. 깨진 독의 구멍을 자기 온몸으로 막아 독 가득 물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두꺼비처럼, 엄마,아빠의 사랑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부모의 사랑을 아이들의 온몸 가득, 아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테리와 남동생 해리 남매에게는 정말 좋은 엄마,아빠가 있습니다.  엄마,아빠는 테리,해리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다 해주시니까요. 하지만 테리의 엄마,아빠는 지켜보는 사람이 다 민망하고 안쓰러울 정도로 아주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시리얼은 꼭 라이스 시리얼이어야하고  시리얼 위에는 꼭 레인보우 사탕가루를 뿌려줘야하는데 실수로 초콜릿 사탕가루를 뿌렸다간 테리의 불호령에 핀셋으로 초콜릿 사탕가루를 하나하나 골라내야하는 수고를 감내해야한답니다. 엄마가 시리얼 담당이라면 아빠는 웃음 담당이예요. 테리가 요구하면 머리를 벽에다 박아야 할 때도 있고 탁자를 뛰어넘는 것도 모자라 테리의 웃음보를 떠뜨려주기 위해 탁자에 일부러 무릎도 수시로 부딪쳐줘야합니다. 엄마,아빠가 텔레비젼을 밤늦게까지 못보게 하는 날이면 남동생 해리의 살인미소 한방이면 애초 5분만 더 보고 자기로 했던 TV도 3시간 정도는 너끈히 더 볼 수 있고요. 그래놓고 지각이라도 하면 그건 다 늦게까지 TV를 보도록 놔둔 엄마,아빠 탓이라니 이정도면 "적반하장도 유분수" 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네요. 언젠가 폭발할 것 같던 엄마,아빠는 역시나~ 예상대로 더이상 남매의 버릇없는 행동을 참을 수 없다면서 친절한 아들, 딸이 될 때까지는 테리, 해리를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않겠다며 급기야 파업을 선언합니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 없이도 그럭저럭 지낼만했던 테리, 해리 남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엄마,아빠의 보살핌이 그리워지고… 나중에는 어떤 결말이 날지는 충분히 짐작되시죠? ^^

"나 역시 늘 아이들에게 얻어맞거나 험한 말을 듣는 아빠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에게 반기를 들기로 결심했습니다." - 책속 물고기 "엄마 아빠의 대반란" 中 ’지은이 이야기’ 中 에서 -
어찌 보면 뻔한 결말에 저 정도로 버릇없는 아이들을 참아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소 억지스런 상황들이 연출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제게 아주 깊이 와닿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할만큼 공감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유인즉슨 작가 스스로도 자신 역시 아이들에게 얻어맞고 사는  아빠라고 밝혔듯이 저 역시 아기아빠에 대한 우리 아들의 버릇없는 행동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기 때문이예요. 위에서 언급했듯 가끔 섭섭하게는 해도 저한테는 아들이 버릇없게 행동하는 법은 거의 없는데 유독 자기랑 꼭 닮은 아빠한테만큼은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들 때문에 저 역시 테리의 엄마,아빠, 또 작가처럼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도 고민중이라 이 이야기가 남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감이 많이 갔고요.아빠가 쉬는 날이면 아빠 옆에 찰싹 붙어서 아빠 껌딱지임을 자처하다가도 아빠가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안들기라도 하면 아빠한테 바로 대들면서 자기 분에 못이겨 씩씩거리는걸 보면 혹 제가 남편한테 함부로 대하는 걸 보고 배워서 저러나 싶어 자책감이 밀려올 때도 종종 있었어요. 

이 책 덕분에 참 많은걸 느꼈습니다. 줄곧 알고는 있었지만 그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우리 아들을 잘못된 길로 계속 인도하고 있었단 사실도 아주 절실히 깨닫게 됐습니다.사랑이란 이름하에 아들이 원하는 모든걸 다해주는 걸로 부모의 할 도리를 다 한 것인 양 자족하고 있었단걸 말이죠. 하지만,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듯이, 우리 아들도 언제까지나 품안의 자식으로 키울 수는 없는 노릇. 테리의 엄마,아빠처럼 우리 아들을 며칠씩이나 혼자 생활하도록 놔두는 일이야 저도 남편도 마음이 약해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남편도 저도 양육태도를 조금씩조금씩이나마 바꿔나가볼까 합니다. 아들이 스스로 해나가는 일이 하나씩, 둘씩 늘 수 있도록, 또 엄마, 아빠의 사랑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범사에 감사해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걸 저희 부부의 최종목표로 삼아볼까해요.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 하며 키웠던 부모에게는 통쾌함과 함께 그간의 양육태도를 점검해보며 반성하게 해주고, 엄마,아빠의 사랑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기만 헀던 아이에게는 엄마,아빠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자기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부모가 아이의 수족이 돼주는 대신, 아이의 팔다리가 튼튼하고 강해지도록 도와줘야한다는걸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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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9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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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를 통해 한 탤런트가 자신의 딸이 있음에도 딸보다 큰 여자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보는내내 마음 한편이 묵직하니 편치가 않았다. 이유인즉슨, 입양한 아이가 지금의 양부모를 편안해하지 않고 어딘가 계속 눈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기억하기론) 3번의 파양끝에 4번째 입양된터라 또 파양 당할까 두려워 저러는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그에 반해 친딸은 엄마,아빠한테 한없이 어리광을 부리고 천진난만하게 장난치는 모습이 입양아와 어찌나 대조적이던지. 입양된 아이가 저 어린나이에 얼마나 눈치를 보며 살았음 저렇게 조심스레 행동할까 싶어 마음 한편이 짠해졌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주인공 홀리스 우즈 역시 TV에 나왔던 입양아처럼 (구체적으로 몇번의 파양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느덧 버림받는데 익숙해졌지만 가족을 갖고 싶은 마음이 항상 간절한 아이이다. 그러던중, 드디어 그토록 꿈에 그리던 자기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리건 가족(리건 아저씨,이지 아줌마, 오빠 스티븐)을 만나게 되고 온몸 가득 행복감을 맛보며 진정한 가족이 되기로 서로 굳은 약속까지 하게 된다.하지만,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기 전,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고 홀리스는 그 모든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혼자만의 자책감에 빠져 도망치듯 리건 가족 집을 빠져나온다. 그 뒤에 새로이 같이 살게 된 조시 아줌마와 행복한 날을 보내던 중, 조시 아줌마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는 걸 알아챈 입양기관 직원(겨자녀)이 홀리스를 또 다른 위탁가정에 맡기려고 하고 홀리스와 조시 아줌마를 떼어놓으려고 하는걸 알고 홀리스는 조시 아줌마를 모시고 도망치게 된다.

 

리건 아저씨와 오빠 스티븐이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것도 아저씨가 자기와 스티븐을 비교하는 탓에 스티븐을 곱게 안보는 건 아닐까 여겨지고, 홀리스와 같이 도망쳐온 집에서 원래의 보금자리를 그리워하는 조시 아줌마를 보면서도 홀리스는 내내 마음 아파하고 자책감을 느낀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있듯, 행복이란걸 제대로 맛본 적이 없는 홀리스에게는 가족간의 사소한 신경전도, 아줌마의 막연한 그리움도 모두 자기 탓으로만 여겨진다는게 너무 가슴 아팠다. 홀리스의 존재만으로 조시 아줌마가 얼마나 든든해하고 기뻐하는지, 리건 아저씨와 오빠 스티븐도 이쁜 딸과 여동생이 생겨 얼마나 행복한지, 그런 좋은 것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쁜 것들만 떠올린다는게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 책은 "진정한 가족이란 뭘까?" 란 질문을 던져주고 내내 생각하게 만든다. 나 역시 홀리스가 진정한 가족을 찾아가는 힘든 여정을 조바심 내며 지켜보면서 가족이란 무얼까, 마지막 책장을 덮은 한참 뒤에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항상 곁에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지만 막상 가족 중 누구 한 명에게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없던 힘도 쥐어짜서 도와주고픈, 그런 간절한 마음이 생기는 것, 어떤 일이 생겨도 항상 내 편에 서줄 수 있는 사람들. 나에게 기쁜 일이 생기면 일말의 가식도 없이 진심을 다해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들" 좀더 멋진 말로 표현하고 싶은 맘은 굴뚝 같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이정도다.  

 

날로 기억을 잃어가는 조시 아줌마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등등 홀리스가 이 힘든 과정속에서 겪은 모든 감정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가족애라는걸 홀리스가 이제는 제대로 알거라 생각하니 내 가슴이 다 벅차올랐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최고의 결말을 만들어준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이 조그만 책 속에 넘치도록 담긴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와 행복한 결말에 가슴이 뻐근해질만큼 뭉클한 감동이 전해와 마지막 책장을 덮은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이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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