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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대반란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2
대니 캐츠 지음, 김호정 옮김, 미치 베인 그림 / 책속물고기 / 2009년 12월
평점 :
우리 아들은 올 3월에 초등학교 4학년이 됩니다. 덩치는 산만하고 키도 또래 중에 제일 큰 편이지만 아직까지도 제 눈에는 우리 아들이 마냥 어리고 귀엽게만 보이네요. 지금도 아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만큼 귀여워서 그 포동포동한 볼에 뽀뽀해대느라 정신을 못차릴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우리 아들 볼엔 자석이 달렸나봐. 엄마 입술을 자꾸만 잡아당기네." 하고 아들에게 말할 정도죠. 게다가 우리 아들은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로 이쁘고 날씬하고 똑똑하다는 이쁜 거짓말도 잘 해주는, 딸 못지 않은 애교덩어리 아들이라 제가 이뻐하지 않을래야 이뻐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랍니다. 엄마의 유일한 단점은 잠을 너무 조금 자는 거라고 이야기해줄 정도니 제가 이뻐할 수밖에 없겠죠? ^^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아들도 가끔은 미울 때가 있어요. 저는 하루종일 아들이 먹고 싶단 음식 만들어주랴, 해달라는거 다 해주느라 거짓말 조금 보태 허리 한번 제대로 펼 시간이 없었는데 "아들, 엄마 물 한잔 떠다줄래? 하면 "엄마가 좀 떠다먹지, 꼭 시키네." 하면서 투덜거릴 때는 아무리 이쁜 아들이어도 순간 울컥해지면서 정말 얄밉더라구요. 꼭 콩쥐가 깨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라고 할까요? 제가 이제껏 퍼부은 사랑이 순간 허무해지면서 그때만큼은 깨진 독에 물 부으며 애달아하는 콩쥐가 된 심정이 되곤 한답니다. 물을 가득 채워야만 원님 생일잔치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독에 물을 열심히 채우려는 콩쥐처럼 무슨 댓가나 목표를 가지고 우리 아들한테 한없는 사랑을 주는건 아니지만 저도 이럴때는 서운한 마음에 제가 아들에게 주는 사랑의 100분의 1 정도만이라도 돌려받고 싶어지는게 사람 마음이더라구요. 그런데 제 이런 서운한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제 마음을 아들에게 대신 전달해줄 정말 반갑고 고마운 책을 만났답니다. 바로 이 책, ’엄마 아빠의 대반란" 이예요. 깨진 독의 구멍을 자기 온몸으로 막아 독 가득 물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두꺼비처럼, 엄마,아빠의 사랑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부모의 사랑을 아이들의 온몸 가득, 아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테리와 남동생 해리 남매에게는 정말 좋은 엄마,아빠가 있습니다. 엄마,아빠는 테리,해리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다 해주시니까요. 하지만 테리의 엄마,아빠는 지켜보는 사람이 다 민망하고 안쓰러울 정도로 아주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시리얼은 꼭 라이스 시리얼이어야하고 시리얼 위에는 꼭 레인보우 사탕가루를 뿌려줘야하는데 실수로 초콜릿 사탕가루를 뿌렸다간 테리의 불호령에 핀셋으로 초콜릿 사탕가루를 하나하나 골라내야하는 수고를 감내해야한답니다. 엄마가 시리얼 담당이라면 아빠는 웃음 담당이예요. 테리가 요구하면 머리를 벽에다 박아야 할 때도 있고 탁자를 뛰어넘는 것도 모자라 테리의 웃음보를 떠뜨려주기 위해 탁자에 일부러 무릎도 수시로 부딪쳐줘야합니다. 엄마,아빠가 텔레비젼을 밤늦게까지 못보게 하는 날이면 남동생 해리의 살인미소 한방이면 애초 5분만 더 보고 자기로 했던 TV도 3시간 정도는 너끈히 더 볼 수 있고요. 그래놓고 지각이라도 하면 그건 다 늦게까지 TV를 보도록 놔둔 엄마,아빠 탓이라니 이정도면 "적반하장도 유분수" 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네요. 언젠가 폭발할 것 같던 엄마,아빠는 역시나~ 예상대로 더이상 남매의 버릇없는 행동을 참을 수 없다면서 친절한 아들, 딸이 될 때까지는 테리, 해리를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않겠다며 급기야 파업을 선언합니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 없이도 그럭저럭 지낼만했던 테리, 해리 남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엄마,아빠의 보살핌이 그리워지고… 나중에는 어떤 결말이 날지는 충분히 짐작되시죠? ^^
"나 역시 늘 아이들에게 얻어맞거나 험한 말을 듣는 아빠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에게 반기를 들기로 결심했습니다." - 책속 물고기 "엄마 아빠의 대반란" 中 ’지은이 이야기’ 中 에서 -
어찌 보면 뻔한 결말에 저 정도로 버릇없는 아이들을 참아줄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소 억지스런 상황들이 연출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제게 아주 깊이 와닿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할만큼 공감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유인즉슨 작가 스스로도 자신 역시 아이들에게 얻어맞고 사는 아빠라고 밝혔듯이 저 역시 아기아빠에 대한 우리 아들의 버릇없는 행동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기 때문이예요. 위에서 언급했듯 가끔 섭섭하게는 해도 저한테는 아들이 버릇없게 행동하는 법은 거의 없는데 유독 자기랑 꼭 닮은 아빠한테만큼은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들 때문에 저 역시 테리의 엄마,아빠, 또 작가처럼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도 고민중이라 이 이야기가 남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감이 많이 갔고요.아빠가 쉬는 날이면 아빠 옆에 찰싹 붙어서 아빠 껌딱지임을 자처하다가도 아빠가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안들기라도 하면 아빠한테 바로 대들면서 자기 분에 못이겨 씩씩거리는걸 보면 혹 제가 남편한테 함부로 대하는 걸 보고 배워서 저러나 싶어 자책감이 밀려올 때도 종종 있었어요.
이 책 덕분에 참 많은걸 느꼈습니다. 줄곧 알고는 있었지만 그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우리 아들을 잘못된 길로 계속 인도하고 있었단 사실도 아주 절실히 깨닫게 됐습니다.사랑이란 이름하에 아들이 원하는 모든걸 다해주는 걸로 부모의 할 도리를 다 한 것인 양 자족하고 있었단걸 말이죠. 하지만,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듯이, 우리 아들도 언제까지나 품안의 자식으로 키울 수는 없는 노릇. 테리의 엄마,아빠처럼 우리 아들을 며칠씩이나 혼자 생활하도록 놔두는 일이야 저도 남편도 마음이 약해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남편도 저도 양육태도를 조금씩조금씩이나마 바꿔나가볼까 합니다. 아들이 스스로 해나가는 일이 하나씩, 둘씩 늘 수 있도록, 또 엄마, 아빠의 사랑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범사에 감사해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걸 저희 부부의 최종목표로 삼아볼까해요.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 하며 키웠던 부모에게는 통쾌함과 함께 그간의 양육태도를 점검해보며 반성하게 해주고, 엄마,아빠의 사랑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기만 헀던 아이에게는 엄마,아빠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자기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부모가 아이의 수족이 돼주는 대신, 아이의 팔다리가 튼튼하고 강해지도록 도와줘야한다는걸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