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00년도 못살면서 1000년의 근심을 안고 산다." 는 말이 있던가요?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도 없고 그저 나만 힘든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불필요한 걱정을 참 많이 하고 사는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 사는게 제대로 사는게 맞는지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걱정, 거기에 이미 다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까지 더 보태서 말이죠. "우리가 걱정해서 해결될 일은 정작 10% 밖에 안된다" 는 말도 있는데 왜 이리 쓸데없는 걱정하느라 시간 낭비에 마음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걱정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일까요?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의 줄리엣 역시 걱정이 참 많은 아이예요.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책소개에는 "걱정 공주" 란 별명까지 붙여주셨네요.아빠의 실험준비물(실은 잡동사니)이 쌓여 집이 점점 지저분해지고 그로 인해 엄마와 아빠가 다투셔도 줄리엣 탓인 것만 같고, 혼자 계실 때 혹시라도 지난번처럼 넘어지실까봐 안전을 위해 달고 다니시라는 호신용 경보기를 한사코 안달고 다니시는 할머니의 문제도 왠지 줄리엣이 해결해야만 할 것 같다네요. 줄리엣만 보면 괴롭혀대는 같은 반 친구, 휴 알렌에 대한 걱정, 최고의 골칫거리인 제멋대로 동생, 오프에 대한 걱정, 줄리엣을 가운데 놓고 서로 자기가 더 친한 친구라며 신경전을 벌이는 린지와 젬마에 대한 걱정까지. 이토록 줄리엣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걱정이니, 걱정하는 시간이 줄리엣 일과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그러던 어느날(아빠의 서재가 줄리엣의 방이 되던 날), 줄리엣은 할머니의 걱정을 들어주던 걱정 나무를 발견하고 잠자기 전 줄리엣의 고민을 걱정 나무에 걸어두고 마음 편히 자게 됩니다. 표지에 그려진 동물들마다 걱정 분야가 따로 있는 것도 참 재미난데 예를 들어 '웜벳' 은 '친구로 인한 걱정거리를 줄리엣이 자는 동안 대신 걱정해주는 동물'이라네요. 

'줄리엣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걱정거리를 털어놓으면 저 동물들이 밤마다 살아나서 걱정거리를 아침이 되기 전에 말끔히 다 해결해주는게 아닐까?' 전 그런 상상을 했었는데, 제 예상과는 달리 그저 줄리엣의 걱정을 조용히 들어주고 미소 지으며 공감해주는게 전부더군요. 제가 상상했던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아 실망한 것도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걱정은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누가 대신 해결해줄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걱정거리를 털어놓는다면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진심을 다해 공감해주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참 많은 위로가 되겠구나. 동물들이 조용히 걱정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줄리엣에겐 참 많은 위로가 됐겠구나.' 그런 생각도 같이 말이죠. 

우리 아들도 걱정이 참 많은 아이입니다. 통통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치원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친구들의 놀림을 당해야 했으니까요. 아들이 놀림을 당해 울먹거리고 집에 오면 저도 걱정 나무의 동물들처럼,그저 조용히 들어주고 얼마나 속상하냐며 공감해주고 그 속상한 마음을 다독여줬어야 했는데, 그 아픈 맘을 위로해주지는 못할 망정 왜 바보같이 당하고만 사냐고 오히려 아들을 답답하다고 윽박질렀던게 이 책을 읽으며 못내 미안해졌습니다. 

줄리엣이 걱정 나무를 만나 걱정거리를 털어놓으면서, 참는 것만 능사는 아니며, 줄리엣이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고 그 무거운 걱정거리를 하나둘씩 내려놓은 것처럼, 우리 아들에게 저도 걱정 나무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싶네요. 우리 아들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걱정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게 조용히 고민을 들어주며 아들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죠. 

참으로 멋진 성장동화를 만나 많은 걸 느끼고, 많은 걸 배운 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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