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벌레와 도서관벌레 맛있는 책읽기 9
김미애 지음, 마정원 그림 / 파란정원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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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 대형서점 한편에서 책을 잔뜩 쌓아놓고 독서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남의 아이라도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이쁘고 사랑스럽다.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아들은 아직 책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책 좀 읽으라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혼내보아도 도통 책을 읽지 않으려고 해서 속이 상한다. ’어떻게 하면 아들에게 책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요즘 나의 고민 1순위다. 엄마가 꾸준히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무언가 느끼는게 있지 않을까 싶어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지만, 아이 아빠는 퇴근후면 책과는 담을 쌓고 365일, 게임 삼매경이니 육아고민도 부부의 손발이 맞아야 해결되는건가보다. 혹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아들도 자극받고 책을 좀 읽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도서관에도 데려가보고, 혹시 아들 입맛에 맞는 재미난 책을 찾지 못해 그런걸까 싶어 대형서점에도 수시로 데려가봤지만 데려갈 때마다 집에 그만 가자는 말만 해대는 아들녀석의 성화에, 내 한줄기 기대는 번번이 무너져내려버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내 자식인데 쉽게 포기할 수도 없고.그러던 차에 아들이 흥미를 갖고 읽을만한 책을 발견했다. 

 "무언가가 꼬물꼬물 굼실굼실 나한테 다가와요. 커다란 굼벵이 같기도 하고 애벌레 같기도 한 것이 헤벌쭉 웃으며. 꼬물거리고 굼실거리는 것이 다가와서 말을 걸어요. "나는 도서관벌레야. 같이 놀자."" - [도서관벌레와 도서관벌레] "작가의 말" 中 에서 -

"꼬물꼬물, 굼실굼실??"  이 표현을 보고 책을 너무 좋아해서 먹기까지 하는 "책 먹는 여우" 를 가장 좋아하는 우리 아들에게  아주아주 재미나게 생긴 도서관벌레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나로선 솔직히 도서관 벌레의 실체를 안 뒤로 약간 실망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상상속에서만 있는 존재가 아니라 도서관벌레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단 설정이 더 친근하게 느껴져 좋았다. 게다가 주인공인 동우와 영수 역시 우리 아들과 같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보니 우리 아들이 더 친근하게 받아들인 듯하다.

영수는 늘 1등, 동우는 늘 2등. 아이 교육에 극성스러운 엄마 덕에 서점에 있는 문제집이란 문제집은 다 풀고 인터넷에서  뽑은 예상문제까지 다 풀었는데도 달랑 한 문제 차이로 2등으로 밀려난 동우. 태권도 학원만 다니는 영수가 늘 1등을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엄마가 주어준 임무 덕분에 동우는 영수의 1등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영수의 뒤를 졸졸 쫓아다녀본다.

영수의  1등 비결은 책 제목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건만 두꺼운 책을 다 읽는 건 시간낭비니 책 줄거리만 알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동우 엄마가 그 간단한 비결을 알리 만무하다. 책을 한줄이라도 더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고 또 바라는 나같은 엄마들도 있는데 책을 다 읽는게 시간낭비라며 못읽게 하다니? 뭐 이런 엄마가 다 있냐고 따져 묻고 싶을만큼  참 별스러운 엄마였다. 1등이 아니면 2등도 꼴등과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는 엄마 탓에 상처받고 기죽어 있던 동우의 속상한 마음까지 이 책은 아주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 책의 중심주제는 분명 "독서의 중요성과 유익함" 이지만 1등만 중요시하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사고가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있는지 꼬집어주고 있어 나 역시 반성하게 했다.

책을 열심히 읽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공부가 되는지, 따분한 교과서나 문제집만 공부하는 것보다는 재미난 책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더 재밌고 유익한지 책은 아주 설득력있게, 또 아주 재미나게 설명해주고 있다. 

단답형이었던 주관식문제가 곧 서술형 문제로 바뀌게 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학부모로서 이 소식이 별로 달갑지는 않지만 그 때를 대비해서 책을 많이 읽고 자기의 생각을 잘 표현해낼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와줘야겠단 생각이 든다. 책을 안 읽고 공부만 하는 동우가 책을 많이 읽는 영수에게 늘 1등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이 책을 읽게 해줘서, 책의 중요성에 대해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우리 아들도 제발 "꼬물꼬물, 굼실굼실, 책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노는 도서관 벌레" 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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