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레시피 - 레벨 3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이미애 지음, 문구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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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분명 같은 재료, 같은 양념으로 끓였는데도
외할머니의 된장찌개는 신기하게도 훨씬 더 맛나고 구수해서
밥 안먹어 늘 엄마속을 까맣게 태우던 나조차도
할머니 된장찌개 하나만 있음 밥 다섯 공기를 뚝딱 해치웠던 기억이 난다.
만두국도 할머니 손만 닿으면 더 맛났고
명절이면 지겹도록 먹었던 토란국도 할머니가 간만 보셨다 하면
기가 막히도록 맛있어져서 밥을 몇그릇씩이나 비웠었는데~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해마다 명절이면 외삼촌 집에 가 
그 재료와 양념 그대로 끓인 만두국과 토란국을 맛보지만
도무지 그 맛이 나질 않는다.

할머니의 레시피는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할머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할머니의 기가 막힌 손맛, 
손녀와 딸에 대한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어제 새벽, 끝까지 이 책을 놓지 못하고 재미나게 읽다
돌아가신 엄마, 할머니 생각에 목놓아 펑펑 울었다.

서현이 외할머님의 구수한 손맛처럼
작가 이미애 님은 어찌나 글을 맛깔나고 정감 어리게 쓰셨는지
입에 착착 감겨 자꾸만 당기는 맛난 음식처럼
책에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시골에 사시는 외할머니와 단둘이 여름방학을 보내보란 엄마의 말에
서현이는 너무 싫었지만 이쁜 인형과 방학숙제 면제해주겠단 엄마의 제안에 혹해
기차를 타고 외갓집에 혼자 내려온다.
하지만 서현이 외할머니는 다른 여느 시골 외갓집의 푸근한 할머니와는
벌써 생김새부터가 다르시다.
둥글둥글 통통하고 푸근한 인상에 손자손녀 말이라면 
무조건 오냐오냐해주는 할머니들과도 거리가 멀다.  
뻣뻣한 장승처럼 키가 크고 마른데다 손녀라고 해서 오냐오냐 해주는 법도 없고 
먼저 도착한 서현이를 늦게 데리러 와놓고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는커녕
서현이 엄마는 왜 안왔냐고 화부터 벌컥벌컥 낸다.
심심한건 둘째치고라도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푸세식 변소에선 큰 볼일 보기가
죽기보다 싫다. 할머니와 단둘이 지내는 댓가로 받은 인형조차도
할머니 눈엔 곱게 안보이시는지 저주 걸고 해코지하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인형 같다고
얼굴은 운동장만하다고 생트집을 잡으신다. 
양념통닭 좋아하는 서현이에게 찜닭을 내놓고
서현이가 싫어하는 추어탕도 억지로 먹으라고 하신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할머니의 음식은 모두 정말 맛있다. 
비록 똥통에 다리 한쪽이 빠지는 구역질나는 경험도 하게 되지만
서현이와 할머니는 그렇게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가며 점점 가까워진다. 

서현이가 아끼는 인형을 보고 저주할때 쓰는 인형처럼 무섭다고
그렇게 싫어하시던 할머니가
처음에는 운동장만 하다고 하셨던 인형 얼굴이 다음에는 늙은 호박만 하다고 하시고
그 다음에는 대접 그다음에는 호떡만한 얼굴이라고 
호떡 각시라 별명까지 불러주고 제법 귀여운 맛이 있다고 하시는걸 보니 
명절 때조차 코빼기도 안보여 서현이 엄마,아빠, 서현이에게 
섭섭하고 노여웠던 할머니 마음이 
서현이와 지내면서 점점 풀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식들 하나라도 더 챙겨 먹일 욕심에 새벽부터 일어나 밤 늦도록 농사일하시고 
자식 생각, 손자손녀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리시는 할머님, 할아버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대목이었다.

전도 젓가락으로 찢어 먹음 맛없다고 뜨거운줄 모르고 손으로 쪽쪽 찢어
손녀한테 먹이실만큼 푸근한 할머니의 레시피는 그림까지 첨부돼있어 
나중에 요리할때 실제로 써먹어봐도 좋겠다.
간장 1큰술, 마늘 1/2큰술 등등 구체적인 레시피는 아니지만
손녀 서현이를 위해 경상도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로 정성스레 써내려간 
할머님의 레시피는 맛깔스러운 할머님의 손맛과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그 어떤 요리책보다 더 멋지고 훌륭해서
레시피를 읽으면서 펑펑 울어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영화 "집*로" 를 떠올리게 하는 책,
할머니와 손녀의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아주 담백하게 그려내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책.
추석이 다가오는 요즘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골 외갓집 따스한 할머니 품으로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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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기사 세바스티안 카니발 문고 1
호세 루이스 올라이솔라 지음, 성초림 옮김, 이영옥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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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된 기사 엘시드, 그를 따르는 충성스런 기사들.
비천한 첩자 할아버지와 손자, 사악한 마법을 쓰는 아름다운 공작 부인, 
살육을 즐기는 무자비한 공작, 사람들의 미래를 읽을 줄 아는 노파, 
병자를 고치는 기적 같은 힘을 가진 비천한 여자까지
이 책에 등장한 인물 모두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아주 충분하다.
자기 눈을 쳐다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그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사악한 마법을 쓰는 콜룸바 공작 부인과
싸움만 즐기는 한심하고 무자비한 라카르 공작은 악인의 전형을 보여줘서 
그 잔인함에 치를 떨게 만들지만 극적 재미를 한껏 높여준다.
말 1필 갖고픈 욕심에 그 영특함을 나쁜 곳에 쓰고도 
죄책감조차 못느끼는 세바스티안이 초반에는 한심하고 얄밉게도 느껴졌지만
사악한 마법을 쓰는 콜룸바 공작 부인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이제 막 옳은 길로 들어서려는 세바스티안을 
다시 위험에 빠뜨리고 마음대로 조종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또 세바스티안이 나중에 섬기게 되는 엘시드의 용맹스러움와 지혜에는
나 역시 세바스티안처럼 반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란 칭호에 맞게 싸움 잘하고 용맹스러운거야 당연하겠지만
크리스티나 공주를 구해내기 위한 엘시드의 놀라운 지략에는 
나도 모르게 박수까지 치게 됐다.
왕에게 추방당했음에도 어디에서나 추앙받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존경스런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중요한 정보를 팔아 그저 자기 소유의 말 1필이 갖고 싶었던 세바스티안은
정보를 파는 비천한 첩자들만 모여사는 마을 '나시아도스' 에서
전직 첩자였던 애꾸눈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열네살 소년이다.
첩자 노릇을 하다 왼쪽눈을 잃은 할아버지는 손자 세바스티안이
할아버지의 농장과 집, 돼지들을 물려받아 평범하게 살아주길 원하지만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나보다.
돼지들에게 풀을 뜯기던 세바스티안은
고귀한 귀족 가문의 처녀로 보이는 여자와 그녀를 보좌하는 청년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이 도망치고 있는 거라 확신한 세바스티안은 그 길로
라카르 공작과 그의 누이인 콜룸바 공작부인을 만나 
달아난 여자와 청년에 관한 행방을 고해바친다.
세바스티안의 안내로 달아나던 여자와 청년은 곧 잡히고
공작부인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세바스티안은
말을 타게 해주겠단 약속에 혹해 기꺼이 공작부인과 공작을 섬기기로 한다.
공작남매의 아버지는 딸의 남편이 훗날 아들의 앞날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을 염려해 
딸의 결혼을 금지시켰고
라카르 공작은 오직 싸움을 위해 사는 무자비한 사람이고 
콜룸바 공작 부인은 그런 남동생을 위대한 영주로 만들겠단 일념에 사로잡힌 
사악한 여자이며
달아났던 여자는 실은 공작과 공작부인의 조카가 아니라
산초 왕의 조카딸인 크리스티나 공주로
공작 부인의 욕심 때문에 공작의 성에 감금돼 있단 사실을 다 알게 되지만
말을 갖고픈 욕심과 공작 부인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세바스티안은
공작과 공작 부인의 일에 점점 더 깊이 연루돼
후엔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까지 저지르게 된다.
콜룸바 공작부인의 남동생을 향한 비뚤어진 사랑은 
분명 잘못됐지만 안쓰러움을 자아냈고
비천한 첩자지만 약속은 꼭 지키려는 지혜로운 세바스티안의 할아버지에게서는
손자를 아끼는 따스한 마음과 
죽기전 한번이라도 옳은 일을 하고픈 노인의 절절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영토를 보호해주는 왕에게 조공을 바치고
조공을 바치지 않으면 힘으로 제압해 본때를 보여주고,
무기만 현대화되고 무대만 11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왔을뿐
약자가 강자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단건 씁쓸했지만 
충성을 다바쳐 모신 왕에게 추방당했음에도 그 왕에게 평생동안 충성을 다하고
약자에게 너그럽고 강자에겐 더 강하게 맞서며
가족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던 용사 엘시드를 만나게 된건 참 흐뭇했다. 

첩자의 신분으로 용맹한 기사가 되고픈 꿈을 키워가는 세바스티안의 
흥미진진한 모험이야기를 주로 다뤘지만
개인적으론 용사 엘시드가 가장 매력있었고 
엘시드 같은 리더십과 포용력,지혜를 두루 갖춘 위대한 지도자가 
현실에서도 나타나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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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
이용재 지음 / 부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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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와 함께 유적지나 고궁으로 현장학습을 갈때마다 나는 굳은 결심을 한다.
"이번엔 기필코 제대로 된 현장학습을 해서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와야지,"

우리 아들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사회란 과목을 배우게 된 우리 아들 적잖이 당황했나보다.슬기로운 생활을 통해 어느정도 사회과목을 배웠다 해도 사회란 과목을 따로 분리해 갑작스럽게 많은 내용이 쏟아져나오고 그 많은 걸 이해도 없이 무턱대고 암기하려고만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겠지.기말고사 날짜는 닥쳐오고 아들이랑 나는 비상 걸렸다.핵심정리를 보면서 앞자만 따서 외우게도 시켜보고 내 나름대론 교사자격증도 있으니 가르치는건 어느정도 자신하고 조목조목 설명도 하고 이해시키고 같이 외워도 보고 퀴즈도 내보고 아들은 몰라도 난 최선을 다했건만 정말 실망스런 점수. 우리 아들 점수가 나쁜건 아니지만 요즘 아이들 거의 다 100점이니 우리 아들 점수 정도는 아주 못한 축에 낀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카페서 질문도 해보니 사회는 암기라 아니라 이해과목이고 무엇보다 체험학습 위주로 공부시키는게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나도 그러고 싶다. 주위에서 체험학습 카페까지 가입해 아이들을 틈날 때마다 체험학습에 박물관 수업까지 받게 하시는 분들 보면 부럽다 못해 존경스럽다.하지만 영어학원, 태권도 외엔 전부 엄마표로 해왔던 난 일단 내손으로 해보고 싶다.그룹으로 모여 선생님 인솔하에 체험학습을 다니고 요즘은 역사논술수업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이 있단 소릴 들으면 나역시 걱정은 되지만 일단은 내손으로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그런데 문제는 막상 유적지나 고궁에 가도 멍하니 바라만보다 다리품만 팔고 온다는거다.고궁 앞엔 들어가지 못하게 줄이 막혀있고 설명이 적힌 번쩍거리는 은색판(?)은 왜 꼭 거기에 있어야하는지 여름엔 땡볕 아래 서서 더위를 이겨내며, 겨울엔 바람막이 하나 없는 곳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읽어야한다.어른인 나도 읽기 싫은데 우리 아들이 더위와 추위를 참으며 읽을리 없지.그렇다면 체험학습 떠나기전에 관련책을 읽고 떠나보자.그런데 왜이리 재미가 없지?? 나도 솔직히 읽기 싫다.

그런데 오늘 정말 좋은 책을, 내가 원하던 책을 드디어 만났다.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란 부제에 걸맞게 딸과 함께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있는 전국의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문화재에 관한 이야기와 그에 얽힌 역사를 같이 들려주는 형식이다. 주는 따로 달지 않았다. 어렵다 싶으면 여지없이 딸이 질문해주고 아버지가 시원스레 대답해준다. 무슨무슨 설이 있다. 평론가나 전문가들에게 비난받을까 이렇게 애매모호한 말투로 조심스레 쓴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말투가 시원하다 못해 거침이 없다. 100% 진실일까?나도 역사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도 있지만 너무도 확신있는 말투에 저자의 말은 모두 100% 믿어야만 할 것 같다. 문화재 하나를 놓고 그에 얽힌 수없이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말투가 간결하고 확신에 차있어서 '이거 답사여행기인데', '이거 역사이야기인데'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국사 이야기인데' 이런 편견이 어느샌가 싹 달아나버렸다. 심지어 재밌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책만 있으면 조선팔도 어느 문화재를 찾아가도, 우리 아들이 어떤 질문을 던진대도 나도 대답해줄 수 있을 것만 같다.사진도 큼직하니 말투만큼 시원하게 실려있다. 작게는 1페이지의 1/2 크기, 크게는 2페이지에 걸쳐 아주 큼직하게 실려있다.현판에 적힌 한자까지 아주 또렷이 보인다. 이걸 보라고 실어놨는지,더 궁금하라고 실어논건지 알수 없게  작은 사이즈로 식별불가능한 사진을 실어놓지 않아 더 좋다. 작은 나라라 해도 우리 나라 문화재가 워낙 많다보니 문화재를 다 다루지는 못했지만 2편이 나오면 또 보고 싶을만큼 재미도 있는 책이다.서문에 따르면 저자가 마치 궤변을 늘어놓은 또라이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지만 저자의 거침없는 입담이 난 아주 만족스럽다.멋부리지 않았지만 간단명료한 말투, 시원한 말투가 독자를 잡아끌어서 재밌게 읽힌다. "역사도 재밌다. 읽어봐라."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넘친다.기억력이 예전만 못해서 이 책을 한번은 더  읽어봐야 우리 아들의 질문에 나도 저자처럼 당당하게 설명해줄 수 있겠지만 이 책만 있으면 나도 우리 아들이랑 재미나고 뭔가 얻어오는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겼다.워낙에 게을러서 전국 방방곡곡 저자처럼 우리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구경하고 설명해줄 자신은 없지만 이 책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문화재에 얽힌 역사와 생육신, 사육신, 김정희 등과 같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딱 한가지, 마지막에 찾아보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지역별로 찾아가볼만한 문화재를
분류해서 그 문화재에 관한 설명이 있는 페이지수를 표시해줬으면 좋겠다. 이 한가지만 더해진다면 정말 별 여섯개를 준대도 아깝지 않은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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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8 - CSI, 특별한 방학을 보내다, 추리로 배우는 교과서 과학 어린이 과학 형사대 CSI 8
고희정 지음, 서용남 그림, 곽영직 감수 / 가나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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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의 각 분야에 정통한 어린이 형사들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통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에 걸쳐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요 과학 원리를 알려주고 
사고력을 길러 주는 과학 추리 동화입니다." - 가나출판사 서평 中 에서 -

과학 추리 동화? 이제껏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장르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과학학습만화야 숱하게 봐왔지만 과학 추리 동화는 처음 접하는 거라 
추리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과학원리를 다뤘을지,
또 얼마나 과학과 추리를 잘 연결시켜 내용을 재미나게 엮었을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사실 처음엔 아이들 네명을 주축으로 한 어린이 과학 형사대라고 하길래
교실에서 아이들 코 묻은 돈이 없어졌는데 그 돈을 찾아준다던가,
아님 친구가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아주는 정도의 
딱 고만고만한 아이들의 사건을 다루고 해결하겠거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교통사고, 유괴, 방화, 살인, 물고기의 떼죽음 까지 
아이들이 해결할 사건 치곤 사건내용이 사뭇 진지하고 무겁다.
어린이 사건을 똑똑한 어린이들이 푸는 정도가 아니라
어른들도 못푸는 어른들의 사건을 기지 넘치는 아이들이 풀어간다.

앞서 말한 총 5가지 사건을 다룬 이 책은
각각의 본격적인 사건을 다루기 전에
사건 해결시 필요한 핵심 과학 원리와 그 사건의 개요를 먼저 보여준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읽기 전에 
먼저 제시된 과학 원리를 이용해 어떤 식으로 사건을 해결할지 
아이와 함께 미리 미루어 짐작해보는 것도 재미날 듯 하다.

사건을 해결할때마다 기지와 용기를 발휘하는 
반달곰, 나혜성, 한영재, 이요리 네명의 친구들 이름도 참 잘 지었다.
반달곰은 덩치가 크고 힘도 세고 무엇보다 곰처럼 묵직한 맛이 있어서
한번 마음 먹은 것은 어느 누구도 절대 꺾을 수 없는 황소고집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가 될 증거를 찾을때 그 끈기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나혜성은 혜성처럼 빠르게 번호판을 봐서 큰 도움이 되고
한영재는 영재란 이름에 걸맞게 정말 영특하고
요리는 이효리처럼 예뻐서 붙여진 이름인가 헀더니
사건과 사람을 요리조리 잘도 요리해서 이름을 요리라 했나보다. 

사건이 해결된후 
영재, 혜성, 달곰, 요리가 들려주는 사건 해결의 열쇠가 수록돼있는데
앞서 다룬 내용을 복습해보고 심화시켜서 
아이들이 과학시험 볼때 이 부분만 다시 들춰봐도 아주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굳이 사건 해결의 열쇠를 따로 챙겨읽지 않고 
5가지 사건과 사건해결과정을 지켜보기만 해도 충분한 과학공부가 된다는 것도 
이 책의 특장점이다.
비는 왜 올까? 그을음은 왜 생길까? 등의 내용이 포스트잇처럼 책 곳곳에 붙여져있어서 
이 부분만 챙겨읽어도 큰 도움이 된다. 
또 한가지 이 책에서 재미난 점은 
순악질 여사를 연상시키는 일자눈썹 강아지가 숨바꼭질하듯 책 곳곳에 등장한다는거다. 
강아지가 이번엔 어디 숨었을까 하고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것도 재미났다. 
마지막 부분에 특별활동 CSI, 함께 놀며 훈련하다! 에서는 
네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신기한 놀이가 수록돼있어서 
풍선 포켓 만들기, 소금 보석 만들기 등과 같은 
간단한 실험을 직접 해볼 수 있어 더 좋았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준비물과 실험방법이 구체적으로 나와있고 
심험결과도 깔끔하게 정리돼있어서 
실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특히나 더 좋아할 것 같다.  
ㄱ~ㅎ까지 찾아보기 코너도 마련돼있어서 
과학원리를 다시 찾아보고 공부하기에도 아주 그만이다. 

다만, 이 책에서 딱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아이들이 의심하는 그 사람이 바로 범인이라는거다.
추리소설을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범인이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로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처음에 의심했던 그 사람이 어김없이 범인이고
용의자도 딱 한사람만 나와서 누가 범인일까? 추리하는 재미는 떨어졌다.

하지만 핵심과학원리와 사건해결을 기가 막히게 연결시켰고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과학원리를 정말 쉽고 재밌게 설명해줬단 점에선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마지막 장에서 어린이 형사 학교에 코단 선배가 선생님으로 부임해서 
아이들이 신나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코단 선생님이 9편에서 어떤 눈부신 활약을 해줄지 정말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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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의 비밀
폴 크리스토퍼 지음, 민시현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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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008년 베스트셀러《렘브란트의 유령》의 작가 폴 크리스토퍼의 신작!
16세기에 사라진 코르테스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21세기 인디아나 존스!

출판사서평을 보고 "와~ 이 책 정말 꼭 읽고 싶다" 를 수없이 연발했던 책이다.

어렸을적 엄마, 언니 손을 잡고 극장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보면서
영화가 다 끝났는데도 그자리에 붙박이처럼 눌러앉아 
그 긴 영화를 엄마, 언니랑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정말 꼼짝도 안하고 두번 연거푸 본적이 있다.
벌레가 들끓는 장면은 소름끼치도록 싫었지만
원숭이 머리뚜껑을 열고 푸딩 같은 원숭이뇌를 먹는 장면이라든지
숨막히도록 기상천외한 모험이야기를 보면서 그 뒤로 인디아나 존스의 팬이 됐고
액션어드벤쳐영화란 장르 자체를 좋아하게 돼서
인디아나 존스에 못미치는 영화라 해도 거의 한편도 빼놓지 않고 볼만큼
인디아나 존스의 광팬인 나로서는 이 책에 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책? 재밌다. 
21세기 인디아나 존스라고 해도 좋을만큼 재밌다.

그런데 인물이 너무 많다. 주석도 너무 많다.

주석을 그리 꼼꼼이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뒷장으로 넘기기가 수월하겠지만 
주석 하나까지 일일이 머릿속으로 되뇌여보고 한번쯤 외워보는 나로선 
뒷장 넘기기가 녹록치 않았다.
저렇게 주를 많이 달 필요가 있을까라고 의구심이 들만큼 주가 너무 많아서,
주 하나에 몇줄을 할애할만큼 친절함이 넘쳐서 사실 좀 지루했다.
처음엔 내게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이 마냥 고맙다가도 어느순간 그 친절이 도를 넘으면
자칫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P178에 나오는 몰타의 기사 같은 경우 주가 무려 9줄을 차지한다.
주가 많아서 내 딴엔 정독을 해볼 요량으로 주를 일일이 챙겨읽다보니
이야기 흐름이 똑똑 끊기는 느낌이었다. 
차라리 *표시를 해서 페이지하단에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주를 읽던지 안읽던지 취사선택의 자유가 주어져 
이야기전개 흐름상 아주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사실 인물도 너무 많다. 
인물의 생김새, 성격, 그 사람의 과거. 심지어 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까지 
너무도 세세히 설명돼있어서 사건 전개보다는 인물묘사에 더 치중을 한 느낌도 든다. 
희곡이나 대본에 비유하자면 
줄거리 자체나 대사보다는 지문과 해설에 치중한 느낌이라고 할까? 

인물의 너무 자세한 묘사, 너무 많은 주, 
독자에 따라 지칠 수도 있는 이 두가지 단점만 빼면 이 책은 꽤 매력적이다.

우선 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면 금방 짐작할 수 있는 환상적인 모험이야기이며
내가 지금 보고 있고,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베일 뒤에 감춰져 있어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도대체 먹이사슬의 가장 윗단계엔 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헉 소리날만큼 엄청난 고위층이 아주 더러운 일에 연루돼있다.

또한 인물이 너무 많다는게 이 책의 단점이지만 한편으론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인물 하나하나가 너무도 친절한 설명 덕분에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 친절한 설명 덕분에 머릿속에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져서
등장인물 하나만 따로 떼어다가 책 한권을 쓴대도 충분할만큼
인물 하나하나 다 개성이 넘치고 매력적이다.
특히나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집에서 요리도 안해먹고
개인적인 사생활은 전혀 즐기지 않은채 집안에 틀어박혀 
오직 세계 곳곳에 배치된 정보원의 정보를 듣고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그 정보들을 퍼즐 맞추듯 짜맞춰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팔고 
다시 정보를 모으는 재미로만 사는 맥스 케슬러와
살인 자체를 즐기고 고도의 두뇌와 스킬로 완전범죄를 해내는 청부살인업자 ,
프란시스 제이비어 시어즈, 이 두사람은 특히나 매력적이었다.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약방의 감초 정도지만
감초가 없음 약을 지을 수 없듯이 빠져서는 안될 인물들이고
극적 재미를 더해주는 인물들이다.

엄청난 보물을 실은 갤리언 선이 엄청난 파도에 산산이 부서지고
부서진 배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단 한명, 
그 신부의 허리춤에 고이 묶어둔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코덱스마저 사라진다.
B-47폭격기의 추락으로 폭격기에 탑재돼있던 열핵폭탄 두개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열핵폭탄을 둘러싼 마약왕과 중국,쿠바,멕시코 요원들의 치열한 접전,
마약왕과 유명제약회사간의 모종의 뒷거래, 그보다 더 엄청난 윗선의 연루까지~
과거와 현재로 두가지 시점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과거는 엄청나게 흥미진진하다가
현재에 와서 다소 맥빠지게 지루했다가
뒤로 가면갈수록 급물살을 타듯이 점점 흥미로워져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 부분을 읽고 "이야~ " 했다가
현재에 와서 좀 졸기도 헀던 난 
뒷부분에 가서는 단 한번도 졸지도 않았으니까~

코덱스에 그려진 곳에 숨겨진,
코르테스가 마야인으로부터 빼앗은 엄청난 보물보다 더 큰 보물이 대체 무엇이며 
그 보물로 마지막 이익을 보게 된 단 한사람, 그 사람이 대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읽는다면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더 굉장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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