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
이용재 지음 / 부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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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와 함께 유적지나 고궁으로 현장학습을 갈때마다 나는 굳은 결심을 한다.
"이번엔 기필코 제대로 된 현장학습을 해서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와야지,"

우리 아들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사회란 과목을 배우게 된 우리 아들 적잖이 당황했나보다.슬기로운 생활을 통해 어느정도 사회과목을 배웠다 해도 사회란 과목을 따로 분리해 갑작스럽게 많은 내용이 쏟아져나오고 그 많은 걸 이해도 없이 무턱대고 암기하려고만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겠지.기말고사 날짜는 닥쳐오고 아들이랑 나는 비상 걸렸다.핵심정리를 보면서 앞자만 따서 외우게도 시켜보고 내 나름대론 교사자격증도 있으니 가르치는건 어느정도 자신하고 조목조목 설명도 하고 이해시키고 같이 외워도 보고 퀴즈도 내보고 아들은 몰라도 난 최선을 다했건만 정말 실망스런 점수. 우리 아들 점수가 나쁜건 아니지만 요즘 아이들 거의 다 100점이니 우리 아들 점수 정도는 아주 못한 축에 낀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카페서 질문도 해보니 사회는 암기라 아니라 이해과목이고 무엇보다 체험학습 위주로 공부시키는게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나도 그러고 싶다. 주위에서 체험학습 카페까지 가입해 아이들을 틈날 때마다 체험학습에 박물관 수업까지 받게 하시는 분들 보면 부럽다 못해 존경스럽다.하지만 영어학원, 태권도 외엔 전부 엄마표로 해왔던 난 일단 내손으로 해보고 싶다.그룹으로 모여 선생님 인솔하에 체험학습을 다니고 요즘은 역사논술수업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이 있단 소릴 들으면 나역시 걱정은 되지만 일단은 내손으로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그런데 문제는 막상 유적지나 고궁에 가도 멍하니 바라만보다 다리품만 팔고 온다는거다.고궁 앞엔 들어가지 못하게 줄이 막혀있고 설명이 적힌 번쩍거리는 은색판(?)은 왜 꼭 거기에 있어야하는지 여름엔 땡볕 아래 서서 더위를 이겨내며, 겨울엔 바람막이 하나 없는 곳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읽어야한다.어른인 나도 읽기 싫은데 우리 아들이 더위와 추위를 참으며 읽을리 없지.그렇다면 체험학습 떠나기전에 관련책을 읽고 떠나보자.그런데 왜이리 재미가 없지?? 나도 솔직히 읽기 싫다.

그런데 오늘 정말 좋은 책을, 내가 원하던 책을 드디어 만났다.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란 부제에 걸맞게 딸과 함께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있는 전국의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문화재에 관한 이야기와 그에 얽힌 역사를 같이 들려주는 형식이다. 주는 따로 달지 않았다. 어렵다 싶으면 여지없이 딸이 질문해주고 아버지가 시원스레 대답해준다. 무슨무슨 설이 있다. 평론가나 전문가들에게 비난받을까 이렇게 애매모호한 말투로 조심스레 쓴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말투가 시원하다 못해 거침이 없다. 100% 진실일까?나도 역사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도 있지만 너무도 확신있는 말투에 저자의 말은 모두 100% 믿어야만 할 것 같다. 문화재 하나를 놓고 그에 얽힌 수없이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말투가 간결하고 확신에 차있어서 '이거 답사여행기인데', '이거 역사이야기인데'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국사 이야기인데' 이런 편견이 어느샌가 싹 달아나버렸다. 심지어 재밌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이 책만 있으면 조선팔도 어느 문화재를 찾아가도, 우리 아들이 어떤 질문을 던진대도 나도 대답해줄 수 있을 것만 같다.사진도 큼직하니 말투만큼 시원하게 실려있다. 작게는 1페이지의 1/2 크기, 크게는 2페이지에 걸쳐 아주 큼직하게 실려있다.현판에 적힌 한자까지 아주 또렷이 보인다. 이걸 보라고 실어놨는지,더 궁금하라고 실어논건지 알수 없게  작은 사이즈로 식별불가능한 사진을 실어놓지 않아 더 좋다. 작은 나라라 해도 우리 나라 문화재가 워낙 많다보니 문화재를 다 다루지는 못했지만 2편이 나오면 또 보고 싶을만큼 재미도 있는 책이다.서문에 따르면 저자가 마치 궤변을 늘어놓은 또라이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지만 저자의 거침없는 입담이 난 아주 만족스럽다.멋부리지 않았지만 간단명료한 말투, 시원한 말투가 독자를 잡아끌어서 재밌게 읽힌다. "역사도 재밌다. 읽어봐라."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자신감이 넘친다.기억력이 예전만 못해서 이 책을 한번은 더  읽어봐야 우리 아들의 질문에 나도 저자처럼 당당하게 설명해줄 수 있겠지만 이 책만 있으면 나도 우리 아들이랑 재미나고 뭔가 얻어오는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겼다.워낙에 게을러서 전국 방방곡곡 저자처럼 우리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구경하고 설명해줄 자신은 없지만 이 책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문화재에 얽힌 역사와 생육신, 사육신, 김정희 등과 같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딱 한가지, 마지막에 찾아보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지역별로 찾아가볼만한 문화재를
분류해서 그 문화재에 관한 설명이 있는 페이지수를 표시해줬으면 좋겠다. 이 한가지만 더해진다면 정말 별 여섯개를 준대도 아깝지 않은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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