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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이 책을 추천해 준 캐나다 작가 얀 마텔에게 무한 감사를!
취미에는 기호가 끼어들고, 기호는 피해야 했다. 기호에는 배척되는 사람이 있다. 여왕은 기호가 없어야 한다.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스스로 어디에 관심을 쏟아서는 안 된다. 게다가 책 읽기는 실천적 행위가 아니었다. 여왕은 실천가였다. - P12
여왕은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이 길잡이가 되어 다른 책으로 이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문들이 계속 열렸고, 바라는 만큼 책을 읽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 - P28
독서는 자유롭고 광범위하고 쉴새없이 마음을 끌어. - P29
책은 심심풀이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네. 책은 다른 삶, 다른 세상을 다루는 것이야. 심심풀이와는 거리가 멀어. 케빈 경, 짐은 다른 세상을 더 알고 싶을 뿐이야. 짐이 심심풀이를 원했다면 뉴질랜드로 갔겠지. - P37
여왕은 노먼에게 말했다. "내 생각에,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국민을 아는 것이 왕의 의무이기 때문인 것 같아." 노먼이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만큼 진부한 말이었다. 노먼은 그런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고, 깨달음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었다. 물론 그 즐거움의 일부는 깨달음에서 온다는 것을 노먼도 알고 있었지만, 의무는 그 안에 없었다. - P39
책 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하기 때문이라고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안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왕 자신을 비롯해서 모든 독자는 평등했다. - P39
여왕이 책을 읽으면서 불안감과 낭패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끝없이 펼쳐진 책들이 여왕을 노려보고 있었고, 여왕은 독서를 어떻게 계속해나가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여왕의 독서에는 체계가 전혀 없었다. 한 권을 읽으면 그 책에 따라 다음 책으로 이어졌고, 두세 권을 동시에 읽을 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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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이 광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 먼 국경으로 여행하고 있지만 국경에는 절대 다다를 수 없다. 게다나 나는 출발도 늦었다. 결코 따라잡지 못하리라.‘ - P58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만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작가란 소설 속 인물처럼 독자의 상상 속 인물일 뿐이라고. - P64
여왕은 책상 위에 놓인 분홍과 파랑 장정의 책들을 보며 제과점 쇼윈도에서 곧장 나온 것처럼 먹음직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 P74
여왕은 점차 자신의 삶과 경험이 독서에 도움이 된다고, 책은 읽는 이의 삶과 경험을 넘지 못한다고 느꼈다. - P85
여왕 자신은 그런 감정이 책 읽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젊은 시종무관은 여왕이 자기 나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여겼다. 감수성이 싹트는 것을 노망이 시작되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 P94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같다고. - P116
독서 때문에 인생이 풍요로워졌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왕은 분명,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똑같이 확실하게, 그와 동시에 독서 때문에 인생의 모든 목적이 말라붙었다고 덧붙였을 것이다. - P117
책 읽기는 실천적 행위가 아니었다. - P117
책을 쓰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적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 P117
여왕이 전보다 사람의 감정을 더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 P122
책은, 아시겠지만, 행동을 촉발하지는 않습니다. 책은 대개 자신이 이미 하기로 마음먹은 바를, 어쩌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하기로 마음먹은 바를 확인시키기만 하죠.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려고 책을 찾습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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