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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재난 생존법 - 언제 대재해가 일어나도 우리 가족은 살아남는다
오가와 고이치 지음, 전종훈 옮김, 우승엽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학교에 다닐 때 우리나라가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하기 때문에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배우기는 했지만 태어난 후 지진이라는 걸 겪어본 적이 없으니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포항 지진의 여진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걸 경험한 후 재해에 대처하는 기본 지식 정도는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아주 기초적인 거라도 알고 있으면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지은이는 방재사다.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 영향으로 쓰나미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손꼽히는 화산 국가이다 보니 우리나라보다는 방재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해마다 방재 기간에 맞춰 대피하는 훈련도 하고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휴전국가가 민방위훈련을 하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책에서 다루는 재해는 지진, 쓰나미, 화산, 폭설, 태풍과 폭우다. 각 재해에 대처하는 기본 마음가짐은 같지만 구체적인 대처법은 조금씩 다르다.
지은이가 제일 먼저 다룬 것은 재해 심리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정상성 바이어스를 비롯해 막상 위험이 닥치면 꼼짝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있으니까 안심하는 경우도 많고, 아예 포기하고 도망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데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재해가 닥쳤을 때 패닉이 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기 때문에 "침착하게 행동하세요"라는 안내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재해 심리를 알아도 건물이 튼튼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건물을 지을 때 내진 설계를 제대로 하는 게 제일 좋지만 이미 지어진 건물이라면 '1실 보강'을 하는 것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1실 보강은 건물 전체를 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그것만으로도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고 그 방에 들어가 있으면 생존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검진 사이트(http://goodhousing.eseoul.go.kr/SeoulEqk)가 있는데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방의 안전성 높이기 위해서는 가구 배치를 신경 써야 한다. 큰 가구가 쓰러져 출입구를 막거나 침대 위로 쓰러지지 않도록 배치하는 게 좋다. 가구를 재배치한 후에는 L자 브래킷으로 고정하는 게 제일 좋지만 본인 소유의 집이 아니라 벽에 구멍을 낼 수 없다면 점착성 고정 도구로 고정한다. 미끄러지는 제품이나 가구는 미끄럼 방지 도구를 붙이고,창문은 파편이 날리지 않도록 비산 방지용 필름을 부착한다. 펜던트 조명은 길이를 짧게 하거나 두세 곳을 고정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은 높이 올려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 생활용품은 평소에 비축하는 것이 좋다.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 평소 즐겨 먹는 걸 넉넉히 사서 평소에 생활하며 소비하고 소비한 만큼 비축하는 방식(rollimg stock)으로 하면 된다. 비상시에는 경찰이나 군인, 소방서에서 우선적으로 전화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화를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혈을 할 때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비닐 같은 거로 손을 감싸고 지혈하고, 무거운 것에 깔렸을 때는 소리를 지르면 체력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물건을 두드려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게 좋다.
지진이 났을 때는 먼저 들고 있는 가방 같은 것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다. 할 수 있다면 화재 예방을 위해 가스를 잠그는 게 좋지만 상황을 봐서 판단한다. 문도 열어두는 게 좋지만 이것 역시 상황을 봐서 한다. 만약 욕실에 있다면 물이 있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되도록 물건이 없는 곳으로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전혀 몰랐던 것이기도 한데 지진 후에는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라이터를 켜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정전이 됐다 복구될 때도 화재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진 직후와 피난할 때는 반드시 가스 차단기도 내려야 한다.
방재에 관한 책은 처음 봤는데 알고 있었던 것보다 모르고 있던 게 더 많아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 후 미니멀리즘의 붐이 일어난 거로 아는데 가벼운 여진이지만 느껴보고 방재 책도 읽어보니 왜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만약의 경우지만 나랑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교양서 읽는 느낌으로 방재에 관한 책을 한 권 정도는 읽어두면 유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