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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책 제목을 보고 '뜨끔한 사람 많겠다' 싶었다. 상대가 잘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먼저 잘해주고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해준 것만큼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라는 마음이 들어서 억울하고, 손해본 것 같고, 상처받고, 화나고, 상대는 이기적이고 난 희생자 같은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뜬금없지 않을까? "아니, 언제 내가 잘해달라고 했어? 자기가 먼저 잘해줘놓고 왜 인제 와서 딴 소리야"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마음이란 게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 그래서 제목이 흥미로웠다. 세다면 세다고 할 수 있는 제목인데 지은이가 내용을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했다. 책의 제목도 유행이 있는지 한동안은 위로하는 듯한 제목이 많더니(김난도 씨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대박이 난 탓이었을까?), 요즘엔 이렇게 '정신 차려'라고 말하는 제목이 유행인 것 같다(이건 [미움받을 용기]가 대박이 난 영향일까?).
지은이는 정신과 의사다. 약력을 보니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신학대학원 석사를 받았다. 특이한 이력인데? 맨날 뇌와 정신만 연구하다 보니 영성과 인문학에 갈증이 있었다고 한다. 성형 프로그램인 [렛미인], [화이트 스완]에도 출연했었다. 책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초컬릿과 이별 중이다],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라는 책도 썼다. 읽어본 적은 없지만 [나는 초컬릿과 이별 중이다]라는 책은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다. 제목이 눈을 끌어서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읽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결국 지은이의 세 번째 책에서 인연이 닿았네.
이 책은 관계에 대한 책 같다. 나와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직장에서의 관계. 여러 관계에서 사랑받기 위해서 나를 죽이고, 인정받기 위해서 침묵하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돼. 그럴 시간에 너 자신부터 챙겨. 서운한 거 50%는 네 책임이야'라고 말한다. 지은이가 차가워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자존감 심리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관계' 때문에 자신을 뒤로 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부터 먼저 챙기라고 하는 말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보호하고, 위로하고, 이해하는 게 최우선(25쪽)'이니까. 그러기 위해서 나 자신에게 사기 치지 않아야 하고, 굳이 엄마와 친하게 지낼 필요 없고, 부모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목차를 쭉 보고 제일 눈에 띄는 내용을 먼저 찾아서 읽었는데 그 내용이 제목만큼 날카롭지 않아서 살짝 실망하고 별 기대 없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었는데 읽다 보니 기억하고 싶은 내용(문장이 아니라 내용)이 많아서 결과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우표 이론'과 '제비 뽑기'는 신박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