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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 - 지금 그대로도 좋은 당신을 위한 하루 심리학
이동귀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또 서른이야?' 싶었다. 언젠가부터 서른이란 나이를 너무 마케팅에 써먹는데 지겨운 마음이 들어서. 서른이 뭐 그렇게 유별나고 대단한 나이라고 이렇게 이리저리 써먹는 걸까. 근데 책을 읽고 알았다. 그냥 서른이라고 한 게 아니었다. 지은이가 책에서 반복하는 문장이 있다. 서른 넘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절대적 명제는 아니지만(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다든지, 심리적 외상이 생길 정도의 경험을 한다든지, 아니면 큰 깨달음을 얻는다든지 해서 변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지은이도 그것까지 인정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특수한 경우라 제외한 것뿐이다) 서른은 이미 자아가 완성된 나이라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른 넘은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걸 알고 인정하고 바꿀 수 없는 타인을 바꾸려고 쓸데없는 일에 진빼는 대신 바꿀 수 있는 나의 태도와 반응을 바꾸자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책은 여리여리한 분홍이지만 내용은 여리여리하지 않다. 지인이의 말투는 따뜻하고 섬세하지만 내용은 직설적이다(개인적으로 이런 거 좋아한다. 사탕발림 같은 한순간의 달콤한 위로는 취향에 안 맞다. 물론 그런 게 필요한 순간과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징징거림을 받아준다기보다는 '그래, 네 마음은 알겠어. 근데..' 하며 냉철하게 말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대인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가까운 누군가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는 마음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할 것입니다(21쪽)',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상대방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까요? 자신의 신념은 자신에게만 적용하고 다른 사람에에 이를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22쪽)'라고 조언한다. 아- 100번 옳은 말씀. 물론 이게 말이 쉽지 현실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안다. 심리학에서는 대화할 때 I-message(말을 할 때 주어를 '너'가 아니라 '나'로 시작하는 것. 예를 들어 애인이 약속에 늦었을 때 '넌 왜 맨날 늦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난 네가 약속 시간을 지켜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된다)를 쓰라는 말을 하는데 감정적이 된 상태에서 이렇게 말하려면 나 자신이 먼저 성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죽겠는데 You-message가 먼저 튀어나오지 I-message로 하는 게 보통 성숙한 사람일까. 그래서 지은이의 주장에 100% 동의하고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지은이의 말을 따라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실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음이 행동을 바꾸기도 하지만 행동이 마음을 바꾸기도 하니 '난 이 정도로 성숙하지 못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행동을 반복해서 습관으로 만들면 얼마든지 지은이의 조언대로 할 수 있을 거다.
지은이가 전하고 싶은 주요 메세지는 간단하다. 친절하게 프롤로그에서 정리해줬다. 첫째, 절대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세상과 타인에 대한 나의 태도뿐입니다. 둘째, 그들은 그들의 노래를 부르도록 두고, 당신의 당신의 노래를 부르세요. 나의 가치는 세상과 타인의 평가에 귀속되는 게 아닙니다. 셋째,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세요. 그때 진정한 내변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지은이는 '우리 삶의 성장 과정은 가파른 직선형이라기보다는 완만한 나선형인 것 같다'(5쪽)고 했다. 참 위로가 되는 말이다. 서른이라고, 마흔이라고 갑자기 경사로로 진입하지 않아도 되니까.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좋아서 읽는 내내 즐겁고 재미있었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