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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의 조건 - 30초의 승부
잇시키 유미코 지음, 강석무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2002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뉴욕에서 이미지컨설턴트로 일했고, 2011년 3월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도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쓴 책. 이미지 컨설팅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때부터 관심이 있어서 책을 찾아서 읽고는 했는데 이미지 컨설팅 책으로서는 많이 아쉽다. '좋아하는 옷이 아니라 어울리는 옷을 입어라, 옷에 붙어 있는 사이즈를 믿지 말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아라' 같은 외모 관련 조언이나 'I 화법을 쓰자, 이름을 부르자, 가볍게 스킨십을 하자, 칭찬하자, 듣기와 말하기 비율은 7:3으로 한다' 같은 화법 관련 조언도 너무 흔한 것이다. 물론 책을 쓸 때는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비율을 7:3 정도로 하는 게 좋다는 거 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이 익숙한 것이었다.(나쁜 첫인상을 만회하는데 2시간이 걸리고, 머릿결이 나쁘면 8살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정보는 처음이라 신선했다). 그래서 이미지 컨설팅 책으로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은 다른 데 있다. 사회가 부여하는 미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고 자신다움을 드러내라고 조언하는 부분이다.
지은이는 미국에서 10년 정도 생활하며 일본에서와는 다른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서 사는 미국에서도 상대를 가늠하기 위해 외모를 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만큼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적용하지도 않는다는 것. 일본에서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나이 제한이 심하고 획일화돼 있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얼마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표현하느냐가 아름다움의 기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을 10년 정도 떠났다 돌아왔을 때 전혀 변한 게 없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게 그런 점이었다. 우리나라도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틀이 정해져 있고, 나이는 20대에서 30대 정도로 정해져 있으니까. 여자가 나이를 먹어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고, 40대는 40대로서의 아름다움이, 50대는 50대로서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 분위기가 30대 정도까지의 여자만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봐 주니까 자신의 나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어려보이기 위해 강박증을 앓는 게 아닌가 싶다. 10대에는 10대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서 30대가 흉내를 낼 수 없듯이, 50대에는 50대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서 20대가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이 있을 수 있는데. 여성의 아름다움은 청순함과 섹시함, 두 가지가 다는 아니니까.
일본에는 '아라사', '아라호'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아라사'는 30대 전후의 여성을 가리키는 표현이고, '아라호'는 40대 전후의 여성을 가리키는 표현이라는데 나이에 따라 여성을 가리키는 표현이 다르다니 놀라웠다. 우리나라에도 중년 여성이라는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중년 남성이라는 표현도 그만큼 쓰기에 일본의 '아라사', '아라호'와는 의미가 다른 것 같다. 일본 여자들이 '귀여움'에 목매는 게 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젊음은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은 젊음이 아니다(일본 록 밴드 쥬디&마리의 보컬 유키의 말, 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