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은 고전 읽기 - "고전 읽어 주는 남자" 명로진의
명로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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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명로진 씨 책을 읽었다. 2010년에 [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 명로진 씨 책을 처음 읽고 작가 이름이 눈에 익길래 내가 아는 그 명로진 씨가 아닌 줄 알았다. 내가 아는 명로진 씨는 TV 탤런트인데 '설마 그 사람이 이 사람?'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았다. TV 탤런트가 신변잡기 에세이도 아니고 글쓰기 책을 쓰다니 나로서는 놀라웠다. 그런데 이력을 보니 이해가 됐다. 스포츠조선 4기로 입사해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었다니 글쓰기 훈련이 된 사람이었다. 직접 본 적도 있다. 팀 보울러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대형서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어서 갔는데 그때 사회를 보신 분이 명로진 씨였다. 팀 보울러가 강의하는 동안 바로 내 앞에 앉아계셔서 책으로 만났던 작가의 뒤통수를 내내 보고 있으려니 상황이 재미있기도 했다.


 전에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글을 참 잘 쓰신다. 간단하고, 명료하고, 베베 꼬지 않고, 멋있는 척하지 않고. 그냥 말하고 싶은 걸 그대로 글로 적어내는 느낌이다. 문장을 길게 늘여 쓰는 바람에 주어와 서술어가 따로 노는 법도 없다. 인디라이터 수업도 하시는 걸로 알고 그 수업을 들은 친구도 있는데 강의하실만하다는 느낌. 게다가 재미있다. 언젠가부터 인문학 강의가 대세 아닌 대세를 이루면서 여러 사람이 책을 냈는데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는 안 되지만 이 책은 경쾌하고 유쾌하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고전, 공부하지 말고, 외우지도 말고, 그냥 재밌게!'라는 표현 그대로다.


 본격적인 고전 안내서는 아니다. 고전 하나를 선택해서 깊이 있게 판 책이 아니라 뭐랄까? 고전을 재미있게 살짝살짝만 소개해서 흥미를 유발한 다음에 낚는 게 목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책에서 동서양 고전 총 12편을 소개하고 각 책마다 작가가 감동받았던 부분, 좋았던 부분을 군데군데 발췌한 뒤 이해하기 쉽게 뼈와 살, 한마디로 이야기를 붙여서 설명했는데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어쩐지 고전이 읽기 쉬울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과 말을 잘하는 건 전혀 별개인데 글을 재미있게 쓰시는 만큼 말도 재미있게 잘하신다면 작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명로진, 권진영의 고전 읽기]도 꽤 재미있을 거 같다. [일리아스]니 [오디세이아]니 [사기열전]이나 대체 어디서 한 번쯤 단어 정도는 들어보긴 했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당최 몰라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말았다면 작가가 소개하는 재미있는 맛보기를 읽고 취향에 맞는 고전을 선택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대신 그 고전도 재미있을지 없을지는 읽는 사람에게 달린 거라는 건 알고 시작하는 거로. 어쨌든 이 책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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