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톡 - 인생이 피곤할 때, 귀찮을 때, 두려울 때 하나씩 까먹는 마음의 문장들
양창이 지음, 이지수 옮김 / 지식너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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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은이 이름만 보고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인 줄 알았는데 옮긴 이가 있어서 보니 지은이가 중국 사람이네.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시나웨이보의 파워블로거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배드 테이스트의 황당한 이론'이라는 칼럼이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지은이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중에서 300개를 뽑아 엮은 책이다. 책은 크게 12개의 작은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은이를 파워블로거로 만든 '배드 테이스트의 황당한 이론' 칼럼은 제일 마지막 장인 12장에 실었다. SNS에 실었던 글이라 그런가 대부분의 글은 짧다. 지은이의 생각을 스케치하듯이 짧게짧게 적은 게 대부분이다. 어떤 글은 공감이 가지 않았고, 어떤 글은 '왜 이 글이 300개 중 하나로 뽑혔을까?' 궁금했고, 어떤 글은 '아, 맞아' 싶었다. 그 중 공감이 갔던 글 하나.



저녁에 영화를 한 편 봤다.

가벼운 상업영화였지만 나름 재밌게 감상했다.

사실 영화 자체보다는 약 90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즐겼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점점 흐려진다.

그러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기억에 오래 오래 남을 일들을 많이 해둬야 하지 않을까(101쪽).


 마음에 닿은 문장은 정확히 말하면 제일 마지막 문장이다. 특히 '그러니'라는 접속사를 뺀 그 뒤의 문장만. 내가 경험의 소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저 문장이 마음에 와닿은 걸지도 모른다. 아주 사소한 경험일지라도 되도록 많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데 이왕이면 그 경험을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나이에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새로움을 온전히 새롭게 느낄 수 있게. 책을 읽다 잠시 멈췄던 문장도 역시 경험에 대한 내용이었다.



여행 가방을 끌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였다.

전화를 한 통 하고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여행 사진을 넘겨봤다.

이렇게 간직할 추억이 많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다.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도 있다.

신께 감사드린다.

짧은 내 인생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흥미로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심에(124쪽).


 어떤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쓴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되고 어떤 책을 읽으면서는 나에 대해 더 알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지은이보다는 나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하게 됐다. 내가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은이가 원한 건 이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게 해줬으니 나도 역시 지은이에게 고마워 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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