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점짜리 엄마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박주영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두 살인 고다마가 보기에 엄마는 느긋하고 마이페이스인 성격. 청소랑 요리는 낙제다. 일단 하면 이상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데 금방 질리고 지쳐서 그만두고 만다. 좋아하는 음식은 초컬릿과 단팥. 단팥을 봉지째 사놓고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오로지 단팥만 먹는다. 다섯 자매의 막내로 태어난 엄마는 가정과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취미가 바느질이긴 하지만 금방 질려서 하다 마는 성격이라 만들다 중간에 포기한 것들이 집에서 막 굴러다닌다. 그나마 완성한 게 동네 아줌마들끼리 인형 만드는 모임에서 만든 고양이 인형이다. 분홍색 털실로 만든 손뜨개 인형에 검정색 단추로 눈을 만들어 붙였는데 이름은 네고키치라고 한다. 일요일에는 신문 낱말 퍼즐 맞추는 게 취미다. 그런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화장품 판매하는 일을 하게 됐다. 덕분에 두 살 위인 언니 노조미와 동생 고다마는 화장품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집에 보내지게 됐다. 엄마는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화장품 회사가 있는 허름한 아파트까지 딸 둘을 데리고 아침마다 출근한다. 3평 정도 되는 크기에 부엌이 하나 있는 어린이 집에서 열 명 정도 되는 아이가 같이 지낸다. 화장실은 재래식이라 겁나서 아파트 마당에서 슬쩍 해결한다. 엄마는 화장품 판매 실적이 좋은 편이 아닌데 어린 두 딸은 그게 영 신경이 쓰인다.


 이 이야기는 작가인 타카기 나오코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책의 제목을 [30점 엄마]라고 한 건 엄마가 엄마로서 자격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판매 실적 그래프가 진짜 30점이기도 했고 어딘가 부족한 듯한 엄마의 모습이 귀여워 그렇게 지은 것뿐. 작가의 말처럼 책속의 엄마는 완벽한 엄마는 아니다. 추운 겨울날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데려다주고 화장품을 팔러 다니다 추우면 집에 돌아가 좋아하는 단팥을 꺼내먹고 TV를 보며 빈둥거리기도 하고, 어린 딸 둘이 엄마가 실적이 좋지 않아 걱정하는 것도 모르고, 된장국도 이상하게 끓이고, 1박 2일 가족끼리 휴가를 갔다 아이들이 숙소에서 주는 밥을 안 먹고 잠이 들자 공짜밥이 아까워 대신 다 먹는 엄마다. 하지만 아이들이 누워있는 엄마 배를 배고 눕거나, 등에 눕거나 하면 툴툴거리면서도 배나 등을 내주고, 값이 싼 식빵 가장자리를 사와서 튀겨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주고, 무엇보다 두 딸에게 어린 남동생을 낳아준 좋은 엄마다. 사람마다 저마다 잘하는 게 있듯이 엄마들도 엄마마다 잘하는 게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엄마가 잘하는 건 약간 어설픈 엄마 노릇인 것.

하지만 어린 두 딸은 엄마를 굉장히 좋아하니까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완벽한 엄마라고 해서 좋은 엄마인 건 아닐 테니까. 딸 둘 데리고 일하는 것도 허덕이면서 셋째까지 임신해놓고 걱정하는 엄마,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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