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에 엄마가 되다
야마모토 메구미 글, 스기우라 유 그림, 박주영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하하하, 이 만화의 주인공인 야마모토 메구미, 같은 여자로서 참 대책 없는 사람 같다. 보통 여자가 마흔이 넘어 첫 아기를 가질 경우 자연 임신이 어렵다는 말은 나도 들어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연 임신이 20대, 30대에 비해 어려운 거지 절대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임신 계획을 딱히 세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피임을 확실히 한 것도 아니고 배가 아프길래 식중독인 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임신 9주라는 걸 알게 되다니. 여자는 한 달마다 마법에 걸리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마법을 안 하면 자연스럽게 의심을 할만도 한데 참 대단하다. 무신경한 건지 둔한 건지. 임신하고 3개월까지는 다들 극도로 조심하는 시기인데 임신은 꿈에도 생각을 안 했을 테니 술도 마셨을 거고, 담배 냄새도 맡았을 텐데. 그런데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계획없이 들어선 아이에 대해 천진난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게 은근 귀엽다고 할까?


 이 책의 주인공 야마모토 메구미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다. 목숨을 걸다시피 일을 열심히 하다 친구의 소개로 동갑내가 남편을 만나 41세에 결혼했다. 결혼하고 일 년이 지날 무렵 남편은 이제 슬슬 아기가 생길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했지만 아무래도 여자이다보니 남편보다는 임신 같은 거에 기본 정보가 더 있었던 주인공은 속으로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연 임신이 무리라고 생각했으니 당연히 평소에 하던 대로 야근도 열심히 하고 회식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다 덜컥 생긴 아기. 가는 곳마다 노산, 노산, 노산 노래를 부르니 덩달아 더 겁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정엄마한테도 바로 알리지 않았고, 친한 친구들한테도 바로 알리지 않았다. 물론 회사에는 더더욱 빨리 알리지 않았다.


 나도 여자고 주변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도 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해 일자 무식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역시 옆에서 슬쩍 보고 아는 것과 직접 겪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략적으로 '이런 저런 준비를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준비할 게 많은 거 같다. 만화고 임신 과정 10달을 짧게 추려서 이 정도지 실재는 챙길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중에서 책을 보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건 아이를 낳은 후 바로 사진을 찍을 때 예뻐 보이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20대의 어린 엄마는 그런 준비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후 바로 사진을 찍어도 예쁘지만 작가는 고령 임신이니까 아기를 낳은 후 바로 찍는 사진도 그냥 찍는 게 아니라 미리 관리를 해서 예쁘게 보일 수 있다면서 준비를 하는데 그게 처량하거나 억지를 쓴다거나 하는 느낌이 아니라 단순하게 생각하고 예쁜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책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어차피 만화니까 그냥 만화책 보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어도 되고 아주 가볍게 임신과 출산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를 얻는다는 느낌으로 읽어도 된다. 같은 동양이니까 일본과 우리나라의 임신, 출산 문화가 엄청나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을 테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만화로 재미있게 고령 임신에 대한 책을 내면 좋을 거 같다. 우니나라도 점점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부부도 많고, 일반적인 임신 적령기를 벗어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걸로 아는데 이렇게 읽기 쉽고 재미있게 된 책이 있다면 겁내지 않고 준비할 수 있을 듯. 그건 그렇고 이 책의 주인공, 출산 후의 이야기도 만화책으로 나오면 재미있겠다. 어쩐지 약간 철딱서니 없는 듯 단순한 듯 육아를 잘하고 있을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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