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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진짜 여행 - 당일치기부터 바캉스까지 테마별 국내여행 44
권다현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7월
평점 :
예전에 '혼자 놀기 9단계인가'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때 기억으로 혼자 여행하기는 꽤 높은 단계였던 거 같다. 혼자 여행하기가 높은 단계였던 이유가 뭘까? 위험해서? 혼자 여행하면 재미가 없어서? 그건 아닐 거 같다. 그때 본 혼자 놀기 단계 대부분이 혼자 하면 남들 보기에 좀 그래 보인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이었던 걸 보면 혼자 여행한다고 하면 남들이 보기에 친구도 없는 사람, 애인 없는 사람, 뭔가 사연이 있는 사람, 성격 괴팍한 사람쯤으로 보이기 때문인 거 같다. 하지만 혼자 떠나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혼자 하는 여행도 좋다.
이 책은 여행작가 권다현 씨가 쓴 혼자 하는 여행 안내서다. 여행지는 국내. 서울부터 경주, 순천, 인천, 강릉, 곡성, 제주, 죽도까지 대한민국 전체를 아울렀다. 이동은 모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다.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중간에는 걷는다. 요즘은 한 집에도 차가 여러 대인 집도 많으니까 혼자하는 여행이라도 자신의 차를 가지고 이동할 수 있겠지만 작가의 말처럼 그런 경우 이동은 여행이 아니라 이동 자체로 끝나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소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그때서야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걷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 되는 셈이다.
작가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보면 좋을 지역을 선정한 후 그곳에서 가볼 만한 곳, 혼자 머무르기에 좋은 곳, 혼자 밥 먹기 좋은 곳, 혼자 차 마시기 좋은 곳을 함께 소개한다. 꼭 혼자 여행이 아니더라도 여행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야 갈 곳을 정하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잘 곳과 먹을 곳과 볼 곳을 선택하는 게 쉽겠지만 여행이 익숙하지 않거나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시작하는 입장이라 엄두가 안 난다면 이런 책이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특히 혼자 여행할 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안전인데 책에서 작가도 언급한 것처럼 아침 이른 시간이나 늦은 밤에는 외출을 삼가고, 사람이 너무 없는 외진 곳은 피하고, 매일 가족이나 애인, 친구랑 통화하며 이동을 알리고,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는 것을 피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 택시를 탔을 경우 지인에에 알리고, 간단한 호신도구를 늘 휴대하는 등 미리 조심하는 게 좋다.
혼자 여행의 경험이 쌓이면 자신만의 주제를 정해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작가가 3장에 소개한 것처럼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꽃이 한참일 때 대표적인 곳을 찾는 것도 좋을 테고,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철 맞은 식재료 산지를 때에 맞춰 여행해도 좋을 거다. 난 개인적으로 혼자 하는 여행으로 한옥이나 고택 체험을 추천하고 싶다. 서울에도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거로 아는데 그런 데서 하룻밤 머물며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을 거고, 서울을 벗어나 전국 곳곳에 있는 한옥이나 고택에서 지내며 전통 문화 체험을 하거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 분주하게 달리던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질 것이다. 난 언젠가 고택에서 묵는데 낮에 비가 제법 와서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잔 적이 있는데 아파트에서와 달리 바로 옆에서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었다. 인연이 닿는다면 한 번 더 빗소리를 들으며 한옥에서 자보고 싶을 정도다. 고택 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았던 셈.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