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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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오재철은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대학도 사진학과(중앙대학교)를 졸업했다. 20대 때는 여행 잡지 기자로 세상 여러 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 책을 같이 쓴 정민아는 오재철을 T군이라고 부른다. 지은이 정민아는 웹 에이전시에서 기획자로 7년을 일했다. 전공은 국어국문학이다. 대학교 1학년 때 국토대장정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유럽 등을 다녔다. 이 책을 같이 쓴 오재철은 정민아를 N양이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부부다.


 이 책은 부부가 된 두 사람이 둘이 부부가 되기 전에 각자 찾았던 유럽을 신혼여행으로 다시 찾은 기록이다. 두 사람은 패물, 웨딩 촬영, 예단, 폐백 다 생략하고 신혼여행에 몰빵한 부부다. 자그마치 신혼여행으로 500일을 다녀왔다. 50일이 아니다. 두 사람은 500일 동안 중남미, 유럽, 북미를 누볐다. 둘 다 500일의 신혼여행을 위해 자발적으로 백수가 됐다. 프리랜서인 남자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고, 직장인인 여자는 사표를 냈다. 두 사람이 부자라서 신혼여행을 500일이나 한 건 아니다. 사람들마다 1순위가 다른데 이 부부에게는 집이나 경제적 안정보다 좀 더 넓은 세상을 접하는 게 더 중요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했을 뿐이다. 물론 운은 좋았다. 부부야 쿵짝이 맞아서 신혼여행으로 세계 여행을 일찌감치 합의봤지만(나중에 알고 보니 각자 세계 여행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결혼하는 당사자들의 행사가 아니라 양가 부모님들을 위한 행사라는 말이 있을 만큼 양쪽 부모님들의 의견에 좌지우지 되는데 두 사람이 세계 여행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을 때 흔쾌히 "여행은 젊었을 때 해야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낄 수 있지"라며 허락해주셨다고 하셨다니까.


 그렇게 부부는 각자 자신 몫의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났다. 둘이 같이. 돈이 남아돌아서 가는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꼭 쓸 때는 쓰고 아낄 때는 최대한 아꼈다. 유럽에서는 차를 빌려 이동했기 때문에 차숙(길에서 자는 건 노숙, 차에서 자는 건 차숙)도 많이 했다. 대신 두 사람 다 꼭 보고 싶은 공연은 제 값을 주고 공연을 봤다. 먹을 것도 절약의 대상이었다. 가끔은 여유롭게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 식사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귀신 같이 싼 걸 골라내는 남편이 시장을 본 걸로 가볍게 해결했다. 일정을 짜고, 숙소를 알아보고 하는 건 아내의 몫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상대가 왜 나를 도와주지 않는지 불평하는 대신 각자 잘하는 걸 맡아서 하게 되며 불만이 사라졌다. 유럽은 부부가 각자 다녀온 적이 있는 곳이지만

같이 본 유럽은 또 다르게 다가왔다. 같은 곳을 가도 서로 시선 가는 게 달라고 덕분에 보이는 것이 풍요로워졌고 다채로워졌다. 물론 긴 여행이 항상 즐겁고 재미있었던 건 아니다. 여행이 일상이 되면 시들해질 때가 있는데 그때가 각자 다르니 둘이 늘상 붙어다니는 여행인데 김 나간 콜라 같은 표정의 상대와 여행을 다닐 땐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것조차 여행이 해결해줬다. 같이 다니면서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으니까.


 부부는 500일의 신혼여행을 다니며 앞으로 50년 정도 함께할 결혼생활을 미리 맛본 건지도 모른다. 여행도 결혼생활도 계획대로만 되지 않고, 예측불허의 일은 언제든 생길 수 있고, 그렇다고 상대를 버리고 갈 순 없는 거니까. 상대는 나와 다른 사람이고, 각자 잘하는 것도 다르니까 각자 잘하는 걸 하며 함께 가기, 대신 이야기를 많이 해서 마음에 앙금을 남기지 않기, 두 사람은 그걸 여행에서 배웠으니 여행을 닮은 결혼생활에서도 여행에서 배운 걸 잘 써먹으며 50년의 여행도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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