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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탄생 - 창조, 발명, 발견 뒤에 숨겨진 이야기
케빈 애슈턴 지음, 이은경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개념을 창시한 케빈 애슈턴이 창조에 대한 책을 썼다. 사물 인터넷이라는 말은 이 책 앞날개의 작가 프로필을 보고 처음 접한 단어이자 개념인데 RFID와 기타 센서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결합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립스틱에 아주 작은 무선 마이크로칩을 부착하고 선반에는 안테나를 부착해서 정확한 재고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건데 실재로 사물 인터넷 개념을 창조한 케빈 애슈턴 역시 1997년에 인기 있는 프록터앤드갬블 립스틱 색상이 매장에서는 계속 품절인데 정확히 확인을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하며 이 저장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창조를 주제로 책을 쓴 케빈 애슈턴 역시 창조자인 셈이다.
사람들이 흔히 창조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게 창조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선택받은 천재들이나 하는 것이고,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는 게 아니라 어느 날, 어느 순간 불현듯 찾아오는 영감에서 비롯되며, 시간이나 노력 없이 순간적으로 된다는 것인데 작가는 이런 창조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깨트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작가의 주장에 의하면 창조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평범한 행동이고 창조물은 그 행위가 내놓은 특별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 물론 창조능력도 사람들의 다른 능력처럼 개인차는 있다. 어떤 사람은 운동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말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길을 잘 찾는 것처럼 창조능력도 사람마다 더 잘하고, 덜 잘하는 차이는 있다는 것이다. 또헌 창조는 결코 세상에 없는 걸 주문만으로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마법도 아니고 끊임없는 노동의 결과이며, 한순간의 비약이 아니라 하나씩하나씩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간 결과이다. 좋은 생각이 났다고 해도 그걸 단계를 밟아가면서 실현하고 실패를 반복하며 조금씩 발전하지 않는 한 창조는 있을 수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누구나 창조능력이 있지만 누구나 창조를 하지 못하는 건 좋은 생각을 실현하는 단계를 밟지 않고 좋은 생각 단계에서 끝내기 때문이다. 신동으로 알려진 모짜르트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곡을 그대로 단숨에 써내려간 게 아니다. 생각이 날 때마다 기록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끊임없이 수정하고 중간에 막히면 그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한 결과 수많은 곡을 쓴 것이다. 목욕을 하다 말고 '유레카'를 외치며 밀도 측정법을 알아낸 아르키메데스 역시 아무 생각이 없이 멍 때리고 있었는데 신이 아르키메데스를 특별히 사랑하셔서 밀도 측정법을 알려주신 게 아니라 목욕을 하다 목욕물이 흘러넘치는 걸 유심히 관찰하고 추론한 결과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을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내려와 창조를 할 수 있기를 기다린다면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창조성의 비밀을 밝힌 가장 위험하며 혁신적인 책'이라는 홍보문구는 공감이 되지 않지만 책을 읽으며 '창조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재능을 타고난 특별한 누군가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깰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