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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달력 - 입사하는 그날부터 당신의 은퇴 디데이는 다가온다!
유지송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처음에 책 표지에 적힌 글을 보고는 좀 그랬다. '입사하는 그날부터 당신의 은퇴 디데이는 다가온다!'부터 시작해서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미리 준비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같은 과격한 글귀를 보며 '보험 회사나 금융권만 불안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니구나. 출판사에서도 불안 마케팅을 하는구나' 생각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 읽는 사람이 얼마 안 되는 것도 알고, 매일 쏟아지는 책들 중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에 띄어야 하니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강한 문구가 필요한 것도 알지만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장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프롤로그를 읽기 시작하니 호감이 갔다. '어? 이 책 괜찮네? 재미있겠는데?' 하는, 책을 읽어본 경험에서 오는 촉이 그랬다. 작가의 시선과 책의 표지에 적힌 문구의 감성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현실을 미화하지는 않았지만 이해의 시선이 담겨 있었다.
작가는 노후 준비라는 말 대신 은퇴 준비라는 말을 사용했다. 사람들이 노후 준비라고 하면 글자 그대로 늙은 후의 준비라고 생각해서 자신은 아직 늙지 않았기 때문에 노후 준비가 필요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늙은 후의 준비가 아니라 퇴직한 후의 준비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은퇴 준비라고 한다. 100세 시대가 코앞인 지금 30년 벌어서 50년을 살아야 하는데 은퇴 준비는 은퇴할 때가 돼 하는 게 아니라 은퇴 10년 전, 늦어도 최소한 5년 전에는 해야 하고 제일 좋은 건 직장 생활 시작과 동시에 은퇴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주장. 작가는 주장에 맞게 은퇴 준비를 'D- 10~7년, 은퇴 준비의 시작', 'D- 7~5년, 은퇴 준비의 중간점검', 'D-5~3년, 본격적인 은퇴의 대비', 'D-3~1년, 은퇴의 시작' 이렇게 네 단계로 나눠서 그때마다 해야 할 것들을 제안한다. 제안들은 모두 현실적이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콕콕 찝어준다. 은퇴 준비에는 재무적 준비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결혼을 했을 경우 은퇴 준비는 부부가 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 연금을 받을 때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등이 신선했다.
책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경제 지식이 크게 없어도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내용이 허술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점을 일깨워줘서 책을 읽고 나서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들었으니까. 은퇴가 현실로 느껴지는 40대나 50대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이제 사회 생활을 시작한 20대나 한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30대가 읽으면 앞날을 미리 준비하는데 상당히 유용할 거 같다. 나도 다 읽은 책은 동생에게 읽어보라고 주려고 한다. 동생이 일하는데도 읽어두면 도움이 될 거 같고 자신의 앞날을 준비하는데도 도움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