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나의 서른 - 조금씩 채워져가는 나를 만날 시간
조선진 글.그림 / 북라이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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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작가가 서른을 넘기며 느낀 것들을 작가의 특기인 예쁜 그림과 곁들여 에세이집을 냈다. 일, 사랑, 행복, 여행, 젊음 등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감성적인 짧은 이야기를 곁들이고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들을 덧붙였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제목을 보며 의문이 생겼다. 왜 서른이란 나이를 언급하는 책이 이렇게 많지? 물론 마흔을 언급하는 책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유달리 서른이란 나이를 언급하는 책이 많은 거 같은데 이유가 뭘까? 스물은 사회적으로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나이라 '얏호! 해방이다' 이런 느낌인데 반해 '어? 벌써 서른이야?' 라는 느낌이 나서 그런가? 뭔가 본격적으로 어른이 되는 느낌의 나이? 마흔이나 쉰은 이미 서른을 넘겼기 때문에 어리광이나 땡깡 같은 건 통하지 않는 나이지만 서른은 이제 막 진짜 어른의 무게가 느껴지는 나이라 그런가? 하긴 주변에서도 스물 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때 너무 우울했다거나, 한 달 내내 술을 마셨다거나 하는 말은 들어봤지만 서른 아홉에서 마흔으로 넘어가면서 비명을 질렀다던지, 땅을 쳤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 거 같다.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서른이 되면 뭔가 굉장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천직도 찾고, 성숙한 어른으로서 웬만한 일에는 마음이 흔들리는 일도 없고, 돈도 많이 벌어서 저축도 꽤 하고 서른만 되면 다 그렇게 되는 줄 알았다고. 그런데 막상 서른이 되보니 하나도 달라진 게 없더란다. 여전히 지금 하는 일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맞나 의심스럽고, 저축은 커녕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이고,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스물 아홉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작가도 똑같았나 보다. 항상 한 살 먼저 나이를 먹는 언니가 서른이 되자 서른이 된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는 걸 보면. 그때 언니는 별거 없다고 대답했고 작가 역시 막상 서른이 돼 보니 별거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서른은 그런 나이다. 별 다를 거 없는 나이.


 그림이 아기자기한데 글을 그림에 맞춘 건지 글도 아기자기하다. 예쁜 글이라고 할까? 일기장에 감성적으로 혼자 끄적끄적거린 글의 느낌이 난다. 감성적이고 예쁘장한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거 같다. 다만 이미 서른을 살아낸 진짜 어른이 된 누군가에는 너무 낯간지러운 느낌이 날 수도 있을 거 같다. 나도 군데군데에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살짝 오그라들었었다. 어쩌면 작가도 10년쯤 지나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손가락과 발가락을 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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