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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와요, 오늘도 행복하기를 - 김인숙 글라라 수녀의 행복 산문집
김인숙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가난한 청소년들의 전인교육에 헌신하는 살레시오 수녀회 소속 수녀님이신 김인숙 글라라 수녀님이 쓰신 에세이다. 난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저자
소개를 보니 이미 책을 네 권이나 낸 작가기도 하다. '김인숙 글라라 수녀의 행복 산문집'이라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도자로서 수녀원에서
생활하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걸 짧은 글로 정리했다. 처음에는 '수녀원 안에서의 일을 수녀원 바깥 세상에 알려도 될까'
조심스러우셨다고 하시는데 이번에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꾸셨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이다 보니 지인 중에 수녀원에 간 사람도 세 명이나 있고, 신학 대학을 다니다 나온 친구도 있어서 그런가 책을 읽다 울컥하는
부분들이 몇 군데 있었다. 가까운 사람이 입회하는 걸 보며 드는 느낌이나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며 느끼는 것들 같은 거. 아마 가톨릭 신앙을 가진
사람이나 지인을 신학 대학이나 수녀원, 수도원에 보내본 사람은 그 느낌이 어떤 건지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한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래서 사제나 수녀님, 수사님들에게 환상이 있다면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는 의아하기도 할
거 같다. 예를 들면 같은 수도원에 계시는 수녀님이 글라라 수녀님께 '수녀님 화 잘 내시지 않느냐'며, '왜 화를 안 내느냐'고 말하길래 '주변
사람들에게 내 이미지는 화 잘 내는 사람이구나' 느꼈다고 고백하시는 부분 같은 거. 사제나 수도자라면 화도 안 내고 다 천사 같은 줄 알고,
그래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걸 아실 테니 그 부분을 쓰며 글라라 수녀님도 살짝 망설이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사제나 수도자라고
해서 화도 안 내고, 질투도 안 하고 그렇지 않다. 그분들도 우리들과 똑같은 사람. 다만 그분들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 봉사하는 걸
직업으로 선택하신 것일 뿐.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거 아닐까? 완벽하고 흠 없는 사람만 당신 사람으로 거두시는 게 아니라 모자라고 부족함 있는
사람도 당신 사람으로 하느님께서 거두셨으니.
책 제목이 왜 [잘 다녀와요, 오늘도 행복하기를]인지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축복을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런 축복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지. 혹시 나도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이런 축복을 받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요즘처럼 조금씩 쌀쌀해질 때 밤에
얌전히 앉아 책장 가만가만 넘기며 읽으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