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준 선물]

저녁이 준 선물 - 아빠의 빈 자리를 채운 52번의 기적
사라 스마일리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월

이 책을 쓴 사라 스마일리는 아이 셋을 둔 엄마다. 열한 살, 아홉 살, 네 살 아이 모두 아들이다. 막내야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쳐도 큰 아이와 둘째 아이, 특히 사춘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큰 아이에게는 아빠의 손길이 한참 필요한데 해군 소령인 남편이 갑자기 1년간 아프리카로 파병을 가게 됐다.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사교성도 없으면서 사람들을 초대해 저녁을 먹는 자리를 마련한 건 오로지 세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빠의 빈 자리를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냥 툭 내뱉은 말이었는데 남편이 자꾸 해보라고 채근을 하는 바람에 어떻게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됐다.

 첫 번째 저녁 손님은 상원의원인 콜린스 의원이었다. 큰 아들 포드는 별 기대 없이 콜린스 의원에게 저녁 식사 초대 편지를 보낸 건데 콜린스 의원이 진짜 와버린 거다. 그것도 호두를 잔뜩 넣은 초컬릿 브라우니까지 직접 만들어 선물이라며 가지고 왔다. 물론 아이들은 호두는 쏙쏙 다 골라내고 먹었지만. 큰 아들 포드는 자신이 초대 편지를 보내놓고 진짜 콜린스 의원이 온다고 하자 잔뜩 심통을 부렸다. 안 그래도 사교성 없고 음식 만드는 것도 서툰 엄마 사라 스마일리는 큰 아들까지 살살 달래가며 정신 없이 첫 저녁 초대를 끝냈다. 그리고 그 초대는 그 뒤로 계속 이어져 52번째 손님과 저녁을 함께 먹는 걸로 끝이 났다.

 초대손님은 다양했다. 상원의원도 있고, 전 주지사도 있고, 보안관과 경찰도 있었다. 세 아이들의 선생님도 있었고, 동물원장과 라디오 진행자도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저녁 식사 자리였는데 스마일리 가족의 특별한 저녁 초대가 알려지면서 메인주 전체의 화젯거리가 돼버렸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초대하라고 추천까지 해줬다. 52번의 저녁 초대가 결코 쉽지는 않았다. 큰 아들 포드와 엄마 사라 스마일리는 끊임없이 싸웠다. 아들도 울고 엄마도 울고 화해도 했다 다시 싸우기도 했다 하면서 그래도 저녁 초대를 계속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이 떠올랐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 그리고 KBS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도 생각났다. '이웃의 도움으로만 살기'란 주제였는데 사람이란 역시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란 생각이 든다. 실화이기는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거 같다. 담담하게 그려내면 꽤 멋진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