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이름은 헨리 팔라스, 직업은 형사, 지위는 경장이다. 경장으로 승진한 지는 3개월 반 됐다. 원래대로라면 경장이 될 짬밥이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원칙이란 건 의미가 없어졌다. 몇 달 후면 마이아라는 별이 지구에 떨어질 것이다. 정확히 어디에 떨어질지는 좀 더 있어야 아는데 사람들은 지구의 종말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순례자들이 모여들어 모닥불로 걸어들어가지를 않나, 목을 매 자살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를 않나, 마약 중독자들이 갑자기 늘지를 않나. 차들도 모두 멈춰서서 폐허가 다름 없다. 그래도 난 꿋꿋이 경찰로 할 일을 다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가짜 맥도널드 화장실에서 목을 매 죽은 메리맥 생명화재보험 직원 피터 앤서니 젤을 발견했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다 자살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자살이라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찜찜해 열심히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런 나를 사람들은 다 괴짜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키다리 형사란 소리는 참 듣기 싫다. 키가 190cm 정도 되기는 하지만.

 

 피터 앤서니 젤 사건 수사로도 바쁜데 동생 니코까지 별거 아닌 걸로 전화해서 귀찮게 한다. 처남 데릭이 집을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다며 어디 있는지 찾아달라고 난리다. 어찌어찌해서 처남이 있는 곳을 알아내긴 알아냈는데 잡혀간 이유가 이상하다. 군기지에 무단으로 들어갔단다. 응?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달에 비밀기지가 있다는 말이 돌고 있는 건 아닌데 설마 처남도 그걸 믿는 걸까? 처남은 그렇다고 해도 동생 니코는 그런 걸 믿기에는 지나치게 똑똑한데. 이상하다.

 

 벤 H. 윈터스(BEN H. WINTERS)의 소설 [라스트 폴리스맨]은 총 3부작이다. '자살자들의 도시'는 3부작의 시작이다. 2013년 에드거 상 페이퍼백 부분 수상작인 [라스트 폴리스맨]은 지구 종말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인데 많은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탐정이나 경찰인 것처럼 이 책의 주인공인 '나'역시 경찰이다. 두가지 사건을 동시에 풀어나가는데 얼핏 봐서는 자살처럼 보이는 보험회사직원 사망 사건의 진범 찾기와 주인공 처남의 실종과 비밀스런 죽음 뒤에 숨겨진 일종의 광기가 그것이다. 두 사건 모두 지구의 종말에 대한 불안함이 배경이기는 하지만 별개로 진행이 되는데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고려할 때 두 사건이 어느 순간 이가 맞물리며 돌아갔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보험회사직원 살인 사건 진범 찾기가 주된 사건이기는 하지만 범인의 동기도 약한 편이고, 니코가 남편 데릭을 이용한 동기도 뒤통수를 때리는 짜릿함이 적다. 번역서라 원서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구성의 힘이나 문장의 힘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밀린다는 느낌이 든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매트릭트], [아메리칸 어쌔신], [레드: 더 레전드], [라스트 스탠드], [지.아이.조 2] 등을 제작한 로렌조 디 보나벤츄라(Lorenzo di Bonaventura)의 제작사인 디 보나벤츄라 픽쳐스가 판권을 사들여 TV 시리즈로 방영할 예정이라는데 장르가 이동하면서 얼마나 긴장감을 갖고 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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