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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이 맛있어지는 우리집 사찰음식
정재덕 지음 / 레시피팩토리 / 2013년 6월
평점 :
불교신자가 아니라 절밥은 지금껏 한 번(?) 정도 먹어본 거 같은데 워낙 풀을 좋아해 사찰음식점은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꽤 오래전에 인사동에
있는 곳에도 가봤었고 선재스님의 도움을 받아 메뉴를 준비했다던 곳도 몇 번 가봤다. 맛? 물론 다 맛있었다. 풀 좋아하는 사람이니 식탁 가득한
풀요리에 행복했고, 가정식과는 다른 맛내기에 입도 즐거웠다. 일행들도 다 아주 맛있게 먹었던 걸 보면 풀 좋아하는 사람 입에만 맛있는 곳은
아니었던 거 같다. 사찰음식은 맛있지만 절밥 먹을 기회는 없는 나는 꿩 대신 닭이라고 스님들이 쓰신 사찰요리책을 좋아한다. 선재스님, 탁명스님,
대안스님, 적문스님이 쓰신 책을 갖고 있는데 이번 책은 사찰음식 명인 겸 사찰음식 연구가인 정재덕 씨의 책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사찰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의 조리팀장을 거쳐 현재는 한식당 다담의 헤드셰프로 일하고 있지만 전에는 6성급 호텔의 한식당 조리장이었다고 한다.
책은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난다. 메뉴도 그렇고, 음식 담음새, 레시피 구성도 그렇다. 담음새 같은 경우 스타일링을 위한 스타일링이 아닌
점이 돋보인다. 정말 밥상에 올리는 것처럼 음식 자체만 맛있게 단순하게 담아내 음식 자체가 돋보이도록 연출했다. 접시 위에도 가니쉬 같은 건
올리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한식기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요리책에 나온 그릇을 똑같이 쓸 순 없으니 그릇의 색감이나 모양, 담는법 등을 보고
배우면 좋을 거 같다. 섬세함은 레시피 페이지에서도 돋보인다. 대부분의 요리책은 들어가는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개량(g이나 큰술, 작은술, 컵
등)해 표시하거나 손대중(한줌, 한 꼬집, 갯수 등)한 걸로 표시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이 책에서는 두 가지 표기법을 모두 적용했다. 예를 들어
매콤 두부 떡찜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두부(부침용, 큰 팩) 1/2모(150g), 가래떡 30cm(200g), 양배추 손바닥 크기
2장(60장)' 하는 식이다. 집에 개량저울이나 개량컵, 개량숟가락이 있거나 요리를 정확해 개량해 하는 걸 선호한다면 개량표기법을 따라 요리를
하면 되고, 집에 개량할 만한 도구가 없거나 개량하며 요리를 하는 게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손대중을 따라 요리를 하면 되는 식이다.
오호! 세심하다.
제일 중요한 건 과연 책에 나온 방법대로 똑같이 따라했을 때 맛이 제대로 나느냐인데 아직 직접 해본 메뉴가 없어서 확인하진 못했지만 책
앞날개 아랫부분에 실린 '이 책에 실린 모든 레시피는 메뉴 개발 및 요리책 전문 출판사인 (주)레시피팩토리의 테스트키친팀에서 철저히
검증했습니다'란 글을 보니 어쩐지 믿어도 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요리책 전문 출판사가 낸 책이고, 테스트키친팀이 철저히 검증했다고 자신까지
한 걸 보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니까.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날이 쌀쌀해지니까 애호박 고추장찌개(266쪽)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 고추장찌개를 만들어 먹기는 했었는데 재료를 보니 평소 넣던 거라 재료도 비슷하다. 개량을 정확히 해서 만들어 보고 내가 손대중으로 했을
때랑 맛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싶다.
사찰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채식주의자들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요리책이지만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평소 먹던 채소나 나물을 조금 다르게
맛보고 싶은 사람, 건강을 위해 식단을 신경 쓰는 사람도 보면 참 좋을 요리책이다. 주변에 요리책 마니아가 있다면, 그리고 아직 이 책을
모른다면 권해주고 싶다. 눈이 즐겁다. 분명히 혀와 몸도 즐거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