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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다시 쓴다
샘 파르니아 & 조쉬 영 지음, 박수철 옮김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몇 달 전에 신경외과 의사 이븐 알렉산더가 임사체험을 소재로 쓴 [나는 천국을 보았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쓴 샘 파르니아 역시 의사로
전공은 소생의학이다. 두 책 모두 임사체험을 소재로 다뤘고, 작가가 의사란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성격이 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나는
천국을 보았다]를 쓴 이븐 알렉산더는 작가 자신이 임사체험자로 책 역시 자신의 체험을 나눈 것이라면, [죽음을 다시 쓴다]를 쓴 샘 파르니아가의
경우 온전히 관찰자, 연구자의 입장에서 책을 썼다는 점이다.
뉴욕주립대 소생술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소생의학 권위자 샘 파르니아는 햇병아리 의사 시절 특별한 경험을 한 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임사체험자(정확하게 말하면 실제사망체험자라고 해야 맞겠다. 실재 죽었다 깨어난 사람들이니까) 500명을 인터뷰한 후 낸 이 책은
어쩌면 그때 그 충격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미리 말하지만 이 책은 아주 재미있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임사체험]도 그렇고 이븐 알렉산더가 쓴 [나는
천국을 보았다]에 비하면 딱딱하고 재미가 덜하다. 다른 책들이 임사체험자들의 경험(죽은 후의 과정)을 다뤘다면 이 책은 의학이 정의하는 죽음,
현대의학의 발달 등을 다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도 임사체험자들의 체험사례는 나온다. 작가 자신이 직접 만난 임사체험자들 이야기도 있고,
작가의 지인이 들려준 임사체험 사례도 나온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분이다. 심지어 책의 첫부분에 나오는 조 트랄로시의 이야기조차 소생의학
전문가들이 어떤 조치를 취해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환자를 살렸는지에 대한 부분을 길게 다룬다. 아마 일반적인 독자보다 의학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같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안 게 있다면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이 모두 긍정적으로 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전까지 읽은 임사체험에 대한
책들에서는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이 모두 죽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풀어갔는데 이 책에서는 죽은 후 빛을 만난 사람은
살아난 후 삶이 긍정적으로 변하지만 자살로 죽었다 살아난 사람 같은 경우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체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자살을 금하는 걸로 아는데 그것과 의미가 통하는 걸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