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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억의 힘 - 과거를 바꾸고 미래는 만드는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홍성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책 제목과 목차를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기억이란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생각해내는 건데 이미 일어난 과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 거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바꿀 수 있다고 해도 과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 걸까? 궁금했다.
작가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도쿄대학교 교육심리학과 졸업한 후 도쿄도립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를 수료한 심리학 전문가이다. 오사카대학 조교수, 메이조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MP 인간과학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자기 이야기 면접을 실시하면서 현재의 기분 상태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고 그걸 정리해 책으로 펴낸 게 바로 이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는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과거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해 작가가 말하는 '과거를 바꾼다'는 개념은 이미 일어난 일의 '의미'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객관적으로 이미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은 일로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억은 떠오를 때 재가공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떠올리는 기억은 현재의 심리 상태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기 마련이고 결국 현재의 심리 상태나 가치관을 바꾸면 떠올리는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는 소리다. 예를 들어 학교 다닐 때 같이 소풍을 갔던 친구들끼리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 과거를 회상할 때 똑같은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끼리도 현재의 심리 상태나 가치관에 따라 소풍이란 동일한 사건을 서로 완전히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란 점이다. 과거를 과거로 끝낼 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과 결합된 과거의 경험을 자꾸 떠올려 동기부여를 높이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할 때 지금까시 살아온 경험을 전제로 그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칭찬을 받은 기억이 많은 사람은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새롭게 시작할 때 잘 될 거란 기대를 갖고 시작하기 쉬운 반면, 늘 결과가 좋지 않았거나 혼이 났던 사람은 아무래도 잘 안 될 거란 생각으로 시작하게 마련이란 건데 그럼 칭찬을 받거나 1등을 하거나 성공을 한 경험(과거)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면 어떨까? 아주 작은 일이라도 성공 경험을 스스로 많이 만들어내고, 그것을 또렷하게 기억으로 남기면 그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새롭게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커피를 하루 두 잔씩 꼭꼭 마시는 사람이라면 1주일 동안 매일 한 잔씩만 마시기로 결심하고 1주일 동안 결심을 지켜낸 뒤 그동안 절약한 커피값으로 꼭 하고 싶었던 걸 하거나 꼭 사고 싶었던 걸 산다면 성공 경험도 쌓고, 꼭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미래를 새롭게 상상하는 바탕으로 삼을 수도 있고 아주 긍정적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작은 거라도 칭찬받았던 걸 기록해두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언젠가 어느 의사가 말을 한 거 같은데 그 의사가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이 책을 보며 좀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기억을 능동적으로 재해석&재구성할 수 있다는 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