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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위로 - 누구도,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이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이번엔 어떤 책을 읽을까.. 도서관 서가를 죽 훑어보는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맛있는 위로? 늘 그렇듯 일단 책 제목부터 보고, 표지를 본 뒤 책의 앞날개를 펼쳐 작가 소개를 읽었다. 작가가 압구정 ‘루이쌍끄(LOUIS CINQ)’ 오너 셰프구나. 흠- 이러다 책을 다시 서가에 꽂고 돌아서는데.. 응? 루이쌍끄? 저번에 신문에서 서울의 심야식당 다루면서 소개됐던 거기? 심야식당이면서 특이하게 프랑스 음식 전문이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셰프가 훈남이라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셰프의 옆 얼굴 사진이 실렸던 거 같기도 하고. OK! 한번 읽어보자. 일단 데리고 갔다 글이 별로면 접으면 되고..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빌려서 온 책. 사실 책 앞날개를 펼쳤는데 오른쪽 페이지에 있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은 책의 앞날개 밑으로 들어가는 부분이라 그부분에 글이나 일러스트가 있는 건 처음 봤다.
'글 쓰는 셰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박찬일 씨다. 뭐 그분은 원래 글 써서 밥 먹고 사셨던 기자분이니까 글 당연히 잘 쓰신다. 몇 권 읽었는데 전문 글쟁이의 포스가 있어서 눈에 거슬리는 거 없이 책장이 술술술 넘어간다. 그럼 이유석 셰프는? 약력을 보니 요리, 오로지 한 길만 파신 분 같은데 글솜씨가 괜찮다. 박찬일 씨 글에서는 노련함과 훈련이 느껴진다면 이유석 씨 글에서는 '잔재주 부리지 않음'이 느껴진다고 할까? 글이란 게 참 재미있는 게 어떤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 그 글을 쓴 사람의 성격이 읽혀지는데 이유석 셰프 책을 보니 대충 큰 그림 하나가 보인다. 작가 자신도 책에서 무뚝뚝하고, 살갑지 못한 성격이라고 밝혔는데 문장에서도 그게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잘난 척하는 문장이나 말장난하는 문장을 안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궁합이 잘 맞았던 책.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작가가 자신의 식당을 운영하면서 만난 손님들의 이야기를 음식과 엮어 소개하고, 이야기 마지막에는 그 사람과 관련이 있는 음식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식인데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지루하지 않았던 건 이야기마다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다르고, 그 이야기에 개인의 삶의 녹아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가난한 후배 요리사를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곳에서 청혼을 할 수 있게 해준 이야기나 테린을 즐겨 먹던 초로의 부부의 이야기는 특히 가슴 뭉클해서 읽다 눈물도 뚝뚝뚝! 힝~
언젠가 '루이쌍끄'에 가게 되면 양파수프와 수플레, 솔뫼니에르를 먹어보고 싶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몰라 작가가 글 마지막에 실어준 레시피라도 메모했다 그대로 해볼까 싶었지만 마음 접었다. 스무 살 시절부터 요리 하나에 전부를 쏟아부은 사람의 맛을 따라갈 리가 없으니까. 아- 양파수프와 수플레, 솔뫼니에르.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는구나.
많이 가진 사람은 '잃을 것'을 염려하지만, 적게 가진 사람은 '가질 것'을 기대하기에, 어쩌면 후자가 더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