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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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사이 듣건대 봉씨가 궁궐의 여종 소쌍이란 사람을 사랑하여 항상 그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니, 궁인들이 서로 수군거리기를, ‘빈께서 소쌍과 항상 잠자리와 거처를 같이 한다’고 하였다.(세종실록 1436년 10월 26일자)"

 

이 문장에서 말하는 봉씨는 조선의 5대 임금인 문종의 두 번째 부인이자 세종의 며느리인 순빈 봉씨다. 봉씨는 봉여의 딸로 훗날 문종이 되는 세자 향의 첫째 부인 휘빈 김씨가 폐출된 후 3개월 만에 세자빈으로 책봉됐다. 아버지인 세종을 꼭 닮아 명민하고 덕성스러운 반면 여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서툴렀던 세자 탓에 봉씨는 첫날밤부터 좌절을 해야 했다. 세자 향은 원래 여인에게 관심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봉씨는 지아비가 자신을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갔고 술에 만취해 시간을 보내거나 세자가 아끼는 궁인을 죽을 정도로 때리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궁에서 일하는 나인 소쌍을 사랑하게 돼 동성애(대식ㆍ對食)자가 된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라 세자빈이 여인을 아낀다는 소문은 궁내에 퍼졌고 결국 시아버지인 세종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만다. 세종은 세자빈에게 아이가 없고 투기를 하는 것 등을 이유로 삼아 1436년 10월 26일 봉씨한테서 세자빈의 책인을 빼앗아 본가로 쫓아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봉씨는 집안의 명예를 생각하는 오빠의 손에 의해 결국 죽고 만다.

 

김별아의 신간 [채홍]은 이런 봉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이다. 작가 김별아는 세종실록에 짧게 실린 글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세자빈 봉씨를 자신의 사랑과 욕망에 솔직한 여성상으로 그려낸다. 제목 '채홍'은 무지개를 의미하는데 전세계적으로 무지개가 동성애를 상징한다는 걸 안다면 제목만으로도 소설의 소재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이고 공간적 배경이 궐이다 보니 어휘들이 옛스럽다. 워낙 낯선 단어가 자주 나와서 뜻을 헤아리다 보니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인데도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문장이 휘휙 읽혀야 하는데 생소한 단어들에서 계속 브레이크가 걸려 읽기 불편한 면이 있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단어를 읽는 느낌이 들어 그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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