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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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이훤. 스물세 살로 조선의 젊은 임금이다. 우연히 들린 곳에서 난향을 풍기는 무녀를 만났다. 미색에 지, 담대함을 겸비한 무녀에게 끌리지만 정작 무녀는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인연이 끊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 마음대로 무녀에게 '월'이란 이름을 남기고 궁으로 돌아왔다. 심복을 시켜 무녀의 행방을 쫓지만 귀신이었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그러자 오래 전 사라진 또다른 그녀가 생각난다. 왕에게 유일한 여자였던 그녀.

 

그런 왕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다. 이름은 김제운. 왕을 호위하는 '운검'이 그의 직책이다. 일반적으로 왕은 다섯 명의 운검을 두지만 이훤은 제운 딱 한 사람만 두었다. 혼자서도 운검 다섯 명의 몫을 하는 이가 제운이기 때문이다. 붉은색 운검과 검은색 별운검을 동시에 다루는 그는 서얼 출신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딛고 운검이 됐을 정도로 무예 실력과 지적 수양, 체력, 병법 지력, 외모 모두 뛰어난 사람이었다. 신하인 동시에 왕의 동갑내기 벗이기도 하다.

 

왕의 유일한 여자였던 그녀의 이름은 허연우다. 선비의 향인 난향을 좋아하고, 바느질 대신 서책을 끼고 살았다. 왕의 여동생과 나이는 같지만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똑똑하로 현명한 여인으로 외척인 훈구파의 자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뛰어난 외모와 성품, 분별력으로 세자빈으로 간택됐다. 그런데 그렇게 건강하던 그녀가 며칠만에 알 수도 없는 병을 앓더니 갑자기 죽었다 한다.

 

왕이 허연우를 알게 된 건 자신의 스승 때문이었다. 이름은 허염. 왕보다 겨우 두 살이 많았지만 학식과 청렴함, 예를 갖춤이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천재였고, 선왕이 아들인 이훤이 왕이 됐을 때를 위해 아껴둔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훤조차 반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왕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다. 민화공주라고 나이는 허연우랑 같은데 하는 짓은 천지차이다. 아들들에게는 엄겼했던 선왕도 공주라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열다섯 살이 된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허염의 아름다운 얼굴과 목소리에 반해버렸다. 허염에게 시집가고 싶어 아버지를 졸랐지만 허염을 세자를 위해 아껴두고 싶었떤 선왕은 거절했다. 공주의 부군이 되면 관직에 나갈 수 없는데 허염은 그렇게 썩힐 수 없는 인재였기 때문이다.

 

왕에게는 배다른 형이 있었다. 양명군이라고 그 자신도 왕이 될 자질을 갖춘 자였지만 어머니가 정비가 아니였기 때문에 늘 아버지인 선왕에게 찬밥 신세였다. 그래도 벗인 제운과 허염, 동생인 이훤이 있어 버텼다. 우연히 보게 된 허염의 동생에게 반해 아버지인 왕에게 처음으로 부탁이란 걸 했다. 허연우를 자신의 여자로 달라고. 하지만 그 부탁조차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월은 왕의 액받이 무녀다. 왕에게 뻗히는 살을 직접 몸으로 대신 받아주는 존재. 신모에게 신신당부를 받고 딱 한 달만 왕의 침소를 몰래 밤에 지키며 왕의 살을 대신 받기로 했다. 왕은 절대 몰라야 한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월은 다시 귀신처럼 사라져야 한다.

 

또 다른 여자의 이름은 설이다. 사실 여자가 아니다, 노비지. 하지만 그런 설을 여인이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넘겨다 보는 것조차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 도련님의 흉내를 내다보니 자연스레 검을 들게 됐고, 학문에는 재주가 뛰어나지만 무예에는 영 젬병인 도련님보다 곁눈질로 배운 그녀의 무예실력이 훨씬 더 나았다. 처음엔 몰랐다. 나중에 자신이 그 도련님을 지키게 될 줄은.

 

그와 그녀들은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된 걸까? 그와 그녀들의 인연은 어떻게 얽혀 있고, 어떻게 풀려나갈 것인가?

 

작가 정은궐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 이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새 소설을 발표했다. 전작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 이어 [해를 품은 달] 역시 드라마화 돼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여러모로 [성균과 유생들의 나날]과 겹쳐진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청춘을 다룬다는 점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성품과 관계까지 비슷하다. 전작을 하나라도 읽은 독자라면 쉽게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은궐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반듯함'이라고 생각한다. 맑은 물처럼 깨끗한 성품을 갖고 있다. 작가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 나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맞춰지는 것도 그런 탓이 아닐까 싶다. 내가 소설가 정은궐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좋아하는 것도 그 반듯함 때문이다.

 

2권을 합하면 950쪽에 달하는 양이라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다. 하지만 다음이 궁금해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2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있었다. 2011년의 마지막 날과 2012년의 첫 날을 이 책으로 오버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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