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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 대한민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과 진실 규명
문국진 지음, 강창래 인터뷰어 / 알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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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민국 최초 법의학자인 문국진을 인터뷰어 강창래가 인터뷰했다. (주)알마에서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는 인터뷰집 아홉 번째다.
문국진 박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해가 1955년인데, 그해에 국과수가 독립기관으로 출범했다. 문국진 박사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국과수라는 기간은 없었다. 법의학이나 법의관이라는 말조차 생소했을 그때, 문국진 박사는 어떻게 알고 졸업과 동시에 법의관이 된 걸까? 문국진 박사는 우연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청계천 근처에 있다 비가 많이 쏟아지길래 헌책방에 잠깐 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었는데 그때 후루하다 다네모도가 쓴 [법의학 이야기]라는 책을 뒤적이다 발견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한다.
'사람에게 생명도 중요하지만, 권리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 임상의학이라면, 사람의 권리를 다루는 의학은 법의학이다. 법의학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발달된 민주국가에서만 발달한다. 따라서 법의학의 발달 정도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이나 민주화 정도를 알 수 있다.'
이 문장에 홀딱 반한 문국진 박사는 법의학을 하기로 결심했지만 배울 곳도 마땅치 않았고, 스승인 장기려 박사 또한 그런 건 학문도 아니라고 화를 내셨다고 한다. 하지만 인연이 있었던지 졸업하는 그해 마침 국과수가 독립기관으로 발족하면서 법의관 한 사람이 필요했고, 문국진 박사가 뽑혔다고 하니 문국진 박사만 법의학에 반한 게 아니라 법의학도 문국진 박사에게 반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간 법의학자로 살아온 여든 일곱의 문국진 박사는 '두벌죽음'을 극도로 기피하는 문화 때문에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책의 제목처럼 도끼에 맞아 죽을 뻔한 경우도 그 중 하나다. 남양주군에 사는 한 청년이 오랫동안 알고지낸 동네 아가씨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여자의 아버지에게 들켜 모진 소리를 듣고난 후 동네 뒷산에서 목을 매달아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된 사건이 발생했고,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히기 위해 문국진 박사가 부검의로 초대됐는데 청년의 할아버지가 '두벌죽음'이라며 펄펄 뛰다 부검 현장으로 도끼를 던진 사건이었다. 하마터면 우리나라 최초의 법의학자가 비명횡사할 뻔한 순간이었다.
문국진 박사는 법의학이 발전하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법의학에 대한 전문서적과 교양서적을 출판하는 건 모두 그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CSI]나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수사물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법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문국진 박사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보자. [최신 법의학]이나 [고금무원록] 같은 책은 전문서적이라 어렵다면, [새튼이]이나 [지상아] 같은 교양서적이 적당할 거 같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용서는 없다]에서 법의학자 강민호 교수를 연기한 설역구가 인용하는 사건이 바로 문국진 박사의 책 [새튼이]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명화와 의학의 만남], [미술과 범죄] 같은 책이 재미있을 것이다. 이 책의 3부에도 맛보기로 그림과 법의학을 연결시킨 설명이 나오는데 아주 흥미롭다.
49권의 책을 낸 문국진 박사는 현재 [예술작품의 후각적 감상(가제)]이란 책을 집필 중이다. 문국진 박사 스스로가 생애 마지막 저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역시 아무 흥미로울 거 같다. 그림과 법의학이라, 아주 새롭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