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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양장)
김려령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새 작가를 한 사람 만났다. 아, 물론 책으로. 이름은 김려령.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마해송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이렇게 말해서는 누구인지 감이 오지 않을 거 같으니까 말만 하면 '아하!'라고 알 수 있는 걸 말하자면 김윤석, 유아인 주연한 영화 [완득이]의 원작소설을 쓴 사람이 그녀다. 소설 [완득이]의 유명세는 익히 알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재미는 있을 거 같은 촉이 오는데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니까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렸다. 나는 청소년이 아니니까. 그러다 김려령의 신간과 인연이 닿았다. 정확히 말하면 인연이 닿았다기 보다는 내가 궁금해서 손을 뻗었다는 게 맞다.
책은 159쪽으로 얇고 크기도 작다. 글씨는 큼직큼직한 게 나처럼 책 빨리 못 읽는 사람도 휘리릭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실제로도 휘리릭 읽었다. 아, 작가는 싫어하려나. 오랜 시간 끙끙거리면서 공들여 쓴 책일 텐데 읽는 사람은 휘리릭 읽었다고 하면. 그러나 이건 엄연한 칭찬이다. 책이 얇건 두껍건 두께에 상관 없이 정말 용을 써도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 다음장이 궁금해서 자꾸자꾸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이 있으니까. 이 책도 그랬다. '재미있는데'라는 마음에 책장을 빨리 넘기게 됐다.
'나'는 7년 전 동화작가로 데뷔했다. 그냥 상을 하나 받은 것뿐인데 마치 동생이 노벨문학상이라도 수상한 줄 알았는지 오빠는 바로 동생을 '오 작가'라고 불렀고, 새 언니는 명품 가방을 사서 안겼다. 작가 정도 되면 이런 가방 정도는 가지고 다녀야 한다나 뭐라나. 그러나 고달픈 무명작가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일도 하면서 동화 쓰면 안 되겠냐?'는 눈칫밥이 돌아왔다. 결국 참다가 필명 '오명랑' 이름으로 '동화작가의 이야기 교실' 개설 안내 전단지를 아파트에 돌렸다. 그리고 과연 학생이 모이겠냐는 엄마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의전화가 제법 걸려오더니 학생들이 등록했다. 달랑 세 명. 성격 급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걱정되는 어떤 부모님이 1학년 짜리 여동생과 함께 남매를 보냈고, 장차 동화작가가 꿈이라는 야무진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전부다.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 '나'의 얘기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건널목 씨' 얘기를 꺼냈다. 자동차 회사를 다녔던 '건널목 씨'는 아내가 쌍동이를 낳다 죽은 후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키웠는데 애지중지 키웠던 쌍동이들이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후 회사를 그만두고 건널목 카페트를 만든 뒤 이곳저곳을 떠돌던 아저씨였다. 건널목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자신이 만든 건널목 카페트를 펼쳐 사람들이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왔고 아리랑아파트에도 그런 사연으로 잠시 머물게 됐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한 '건널목 씨'와의 인연. '나'는 '건널목 씨'와 어떤 인연이 있고, '나'의 오빠와 새 언니와 '나'의 엄마는 '건널목 씨'와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 그게 궁금한 사람은 김려령 작가의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읽어보자. 종원이, 소원이, 나경이처럼 '오명랑'작가의 입을 빌려야 끝을 알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