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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권혁준 옮김 / 해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그는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호화 아파트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1개월 전 휴지통에서 임신 테스트기의 포장지를 발견했는데 그녀는 아직도 말을 안 하고 있다. 오늘은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하려고 그는 벼르고 있다. 그때 그녀에게 전화가 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그 순간 그의 집을 방문한 경찰관이 그녀가 교통사고 죽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방금 그녀랑 통화했는데 죽었다니. 이상하지 않나? 그녀 이름은 레오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얀 마이, 정신과 의사였다.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이라. 독일 최고의 범죄심리학자다. 그 일이 일어나던 날, 여자는 자살을 준비하고 있었다. 딸 사라가 자살한 후, 버틸만큼 버텼다고 버틴 후였다. 총으로 자살하려다 혹시라도 실패해 불구가 된 채로 살아남는 게 끔찍했던 여자는 디곡신을 먹고 죽기 위해 근처 가게로 레몬 맛 콜라 라이트를 사러 갔다. 그리고 그곳으로 선배 괴츠가 들이닥치더니 여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데리고 갔다.
여자가 선배에게 끌려가기 몇 시간 전, 베를린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디오 방송국 101.5에는 손님이 있었다. 애청자로 뽑혀 방송국을 견학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키티란 여자였다. 그리고 애청자 방문객 중에는 그 남자, 얀도 끼어 있었다. 물론 그 사건이 있은 후 8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정신과의사 면허를 정지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꼭 약혼녀 레오니를 찾아야 했다.
그와 여자가 인질범과 협상 전문가로 만났다. 그리고 이라는 몰랐지만 그 둘 사이에는 뭔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얼떨결에 인질극에 휘말린 키티는 자신의 둘째 딸이었고, 죽은 큰 딸 사라는 자신은 몰랐지만 얀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이라는 선배 괴츠, 베를린 경찰 특수부대 책임자인 슈토이어, FM 101.5 라디오 방송 편성제작국장 디젤 등과 일을 진행하면서 엄청난 사실들을 알게 된다. 얀의 사라진 약혼녀 레오니의 진짜 이름과 정체, 사라진 이유를 비롯해 경찰 내부에 숨은 첩자까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라가 왜 자살했는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체는 나에게 낯선 이름이다. 이 사람만 낯선 건 아니다. 현대 독일 작가 자체를 많이 접해보지 못 했으니까. 제바스티안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정신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문학 및 영화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적 모험을 바탕으로, 인간 심리와 무의식 속에 깔린 극적 요소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가로 유명한 사람답게 이 소설에서도 정신과의사와 범죄심리학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데 그런 그의 강점이 이 소설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주는 것 같다. 470쪽 정도 되는 분량이 결코 적은 편이 아닌데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게 만드는 문장력, 책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이야기 구성력, 조악하지 않은 인물 등 이 소설은 장르소설이 가져야 할 미덕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 소설은 이미 영화화가 결정됐다고 하는데 원작이 워낙 탄탄한 만큼 어느 정도만 해도 완성도가 제법 높은 영화가 완성될 거 같다. 밤이 길어진 요즘, 한 자리에 앉아서 단숨에 읽어내릴 책으로 추천한다.